PRO , 우리는 이혼해도 되는 건가요?
“야, 아침밥이라도 먹고 가.”
“아 됐어.”
“요즘 왜 안 먹어?”
“먹기 싫으니까.”
“새벽부터 일어나서 준비 했는데 사람 성의 진짜 무시하네.”
“그러게 누가 아침 차리랬어?”
“뭐?”
“이제부터 차리지 말라고. 재수 없게 진짜.”
20살부터 지켜온 결혼은 그로부터 10년 후 30살이 되었을 때야 끝을 내는 것 같다. 10년이란 결혼생활에 지쳤겠지. 힘없이 식탁의자에 앉아, 사납게 나를 째려보고 나가는 세훈의 뒷모습을 봤다. 요즘 따라 예민해진 세훈에 나도 모르게 예민해져 화를 낸 것이 문제였다. 지난 10년간 이렇게 싸운 적은 많았다. 이혼까지 갈 위기에도 처했었고, 서로에게 권태를 느껴 한동안 말도 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느낌 자체가 다르다. 이혼, 그 단어에 한 걸음 도착한 느낌. 나는 아무도 없는 식탁 위 음식을 봤다. 씨발 내가 더 재수 없거든.
수정이 회사 퇴근시간에 맞춰 다짜고짜 수정이를 찾아 갔을 때는 정확한 건 나는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 전화를 받으며 회사 밖으로 나오는 수정이를 보며 종국엔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나를 발견하고 달려오는 수정이에게 보이지 우는 내 모습을 들키지 말아야지, 하다가 손에 힘이 풀려 붙잡고 있던 핸드폰을 힘없게 떨어트려버렸다. 나는 떨어트린 핸드폰을 붙잡을 새도 없이 수정이에게 달려가 안겼다. 아이 같이 엉엉 우는 내게 아무 말 없이 토닥여주는 수정이에 나는 더 소리 내 울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돼, 근처 술집에 도착해 오늘 있었던 일, 최근 들어 세훈이가 예민했던 일 등 여러 이야기를 수정이에게 퍼부었다. 나는 한 병 더 술병을 주문하고 안주를 절겅절겅 씹었다. 이제 어떻게 할까? 하고 그만 나는 테이블에 엎드렸다.
“그래서.”
“어?”
“이혼 하고 싶어?”
지금 내 심정을 이해하기는 나도 어려웠다. 이혼? 내가 지금 하고 싶나? 고개를 들어 수정이를 쳐다봤다. 그리곤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나도 내가 지금 세훈이와 이혼을 하고 싶은진 나도 잘 모르겠다.
“오세훈 좋아해?”
주문한 술이 테이블 위로 세팅되었고 나는 반사적으로 술병을 깠다. 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세훈이에 대한 감정이 그냥 단순하게 애정인지, 아니면 그냥 정인지. 핸드폰 전원을 켜 시계를 확인했다. 벌써 9시나 됐다.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겨 대강 코트를 집었다.
“아, 내가 오늘 급하게 나온다고 지갑 안 들고 왔어. 나중에 내가 쏠게. 미안. 나, 가본다.”
“니들 결혼 한지 10년이야. 후회하지 마. 암튼 간에 썅년이 진짜. 친구 돈 다 뜯고 말이야.”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술집을 빠르게 빠져나왔다. 킁킁, 옷에서 술 냄새가 난다. 아오. 알딸딸한 정신에 볼을 두 번이나 내려쳤다. 정신 차리자.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한껏 부는 겨울바람에 추위를 떨고 있을 때, 신호등 앞에 섰다. 추워,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무심코 앞을 보는데 신호등 맞은 편 건물을 지나고 있는 세훈이가 보였다. 아는 척 해야 돼 말아야 돼. 고민하다 초록불로 바뀌어 진 신호등을 확인하고 천천히 횡단보도를 걸었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알게 모르게 세훈이 뒤를 쫓고 있는데, 이 녀석이 둔한 건지. 바로 등 뒤에서 쫓고 있는데도 모른다. 눈 꼭 감고 아는 척을 해보려 쪼르르 달려가 오세훈 옆에 섰다. 그리고,
“야.”
“….”
“야, 오세훈.”
오세훈을 부르니, 고개를 돌아 나를 본다. 몇 초도 안 돼서 다시 핸드폰에 시선을 둔다. 그래, 많이 화났겠지.
“아침에 말이야, 내가 미안 해. 요즘 너 예민한 거 아는데…”
“네가 왜 미안 해 하는데. 내가 미안 하지.”
틱, 내 뱉는 말투. 시선은 계속해서 핸드폰에 고정한다. 문뜩 아까 전 수정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니들 결혼한 지 10년이야. 후회하지 마.’ 나는 코드 주머니에서 손을 빼내고, 자리에 가만히 섰다. 후회하지 마? 지금 내가 내뱉고 싶은 말은 나중에 내가 후회를 할까? 내가 서 있는 것도 모르는 지 세훈이는 저 멀리까지 가 있다. 세훈이 등을 봤다.
“야! 오세훈!”
뒤를 돌아본다. 나는 성큼성큼 오세훈에게 다가갔다.
“우리 이혼 할까?”
-
(수줍)
안냐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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