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민]낙화
W.부케
"어디 가는 거야?"
"비밀이야"
말없이 운전을 하던 나에게 조수석에 앉은 네가 안전벨트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난 알 것 같은데"
"그래? 어디가고 있는 건데?"
"비밀이야"
너는 조금 전의 내 대답을 따라하며 날 보고 해맑게 웃었다. 그러다 차창 밖으로 비춰지는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우와, 하는 널 보고 웃음 짓다가 차창유리를 반쯤 내려주었다. 그러자 향긋한 봄내음이 바람을 타고 차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따스한 바람에 머리칼이 살랑살랑 흩날렸다. 살짝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너는 바람을 느끼듯 살포시 두 눈을 감고 미소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예뻐서 네 이름을 불러보았다.
"민석아"
"응?"
내 부름에 너는 감았던 눈을 바로 뜨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을 조금 크게뜨곤 응? 뭔데 왜 부르는데? 하며 날 보채는 네 얼굴을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 나올 뻔 했다. 간신히 눈물을 삼키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웃으며 말하곤 운전에 집중하려는데 옆에서 꼼지락 거리며 안전벨트를 풀러낸 뒤, 내 어깨에 고개를 뉘이고 살포시 눈을 감는 너였다.
"루한, 우리 처음 만난 날 기억나?"
"응, 당연하지"
"내 첫사랑은.."
"그만"
분명 설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 같이 슬픈 표정을 짓고도 애써 웃으며 첫사랑 이야기를 꺼내려는 너를, 더 이상 볼 수 가없었다. 말 끊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건네자 너는 고개를 끄덕일 뿐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너도 나도 말없이 밖에만 내다보았다. 잠시간의 침묵이 지나고, 결국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 첫사랑 이야기 들어볼래?"
어깨가 가벼워졌다. 내 어깨위에서 머리를 떼고 신이 나서 응! 하고 대답하는 너에게 우선 안전벨트부터 메라고 이야기하자 허겁지겁 급하게 안전벨트를 매고는 하얀 쿠션을 양손으로 안고 내 쪽을 바라보며 내 입이 열리길 기다리는 너였다. 재촉 하는듯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널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 없어서, 누구에게도 두 번 다시 들려주고 싶지 않았던 내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
"좋아해"
고백을 받았다.
분명 기분이 좋아야 할 일인데 어쩐지 나도 모르게 인상부터 쓰였다. 내 귀를 의심해야 할 정도로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은 고백이었다. 내게 이런 말도 안 되는 고백을 해놓고 내 반응에 잔뜩 풀이 죽은 채 죄인마냥 고개를 떨구고있는 있는 김민석은 남자다. 같은 남자인 주제에 고백이라니. 더군다나 초면이었다. 같은 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날 좋아해왔다니. 그동안 김민석한테 스토킹을 당한 것 같아 몹시도 기분이 더러웠다. 이건 생각해보고 말고 할 것도 없는 이야기였다. 난 최대한 감정을 추스르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간결하게 대답했다.
"미안"
그리고는 우두커니 서있는 그 아이를 스쳐 지나가려는데 그 아이가 잠깐만, 하며 내 손을 붙잡았다. 저절로 써진 인상에 당황할 틈도 없이 내 입에선 거친 욕설이 나왔다.
"시발, 더러운 게"
내 욕지거리에 꽤나 상처받은 듯 하얀 얼굴이 더 하얘져서는 커다랗게 뜬 눈으로 나를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내가 정말 못된 애가 되는 것 같아서 내 손을 잡은 그 아이를 뿌리치고 자리를 떠버렸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내 등 뒤에서 동상처럼 우두커니 서 있을 김민석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자기 자신도 꽤 어렵게 꺼낸 고백이었을 텐데, 그러나 내가 너무 심했나. 하는 회의감도 얼마가진 못했다. 복도 끝 편에서부터 요란하게 나를 찾아 반기는 친구들을 보자 방금 전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듯 했다.
"시발, 김민석 그 미친놈이 너한테 고백을 했다고?"
"어, 몇 번 묻냐"
"돌았네, 당장 족치러 갈래? 시발, 그냥 죽여 버려"
"냅둬, 뭘 그렇게까지 하냐."
"너 설마 그 새끼 좋아하냐? 왜 감싸고돌아"
우리 일이 내 일이고, 내 일이 우리 일인 것처럼 지내온 내 친구들은 나보다 더 격한 반응을 보였다. 정색하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자 괜히 말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담배연기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좀처럼 담배를 입에 대지 않는 나인데 심란한 마음에 친구 것을 뺏어 물었다. 숨을 들이쉬자 목구멍을 막을 듯이 답답한 담배연기가 한 번에 입안으로 들어오는데, 견디지 못하고 담배를 떨구어 버렸다.
"켁, 콜록, 켁켁"
"야, 바보야, 담배도 못 피는 게 담배 아깝게"
시답지도 않은 핀잔에 짜증이 나서 운동화 끝으로 담뱃불을 비벼꺼버렸다. 쾌쾌한 연기가 올라오는데 그 연기만큼이나 마음 한구석이 쾌쾌했다. 신경 쓰이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조차도 내 마음을 알 수 없었다. 조금 전 더럽다며 밀어낸 아이가 상처받고 어딘가에서 처량하게 울고 있진 않을까 너무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말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우선 내가 말실수를 한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계단 난간에 걸터앉아있던 나는 급하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계단을 내려가는 나에게 어딜 가려고 그러냐는 친구들의 물음을 뒤로한 채 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등 뒤에서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김민석과 만났던 음악실 앞으로 급하게 다시 가보았으나 김민석은 이미 없었다. 몇 반인지 모르는데.. 김민석을 찾기 위해서 나는 3학년 교실을 전부 돌아야했다. 숨을 헉헉대며 마지막 반의 미닫이문을 열었을 때, 마침내 김민석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울고 있거나 상처받았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던 게 무색 할 만큼 김민석의 표정은 평화로웠다.
-
"그때 날 찾으려고 교실을 다 돌아다녔어?"
"응, 사과는 꼭 해야 할 것 같았거든"
"몰랐어.."
내 이야기에 몹시도 집중하던 네가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된 듯, 신기하다는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근데 조금 김샜지? 내가 너무 덤덤해서. 또 방글방글 귀여운 눈웃음을 지으며 웃는 네 입술이 한쪽만 높게 올라가있었다. 그 때도 이렇게 웃었었는데.
-
성큼성큼 김민석의 자리로 걸어가는데 반 아이들이 모두 나를 힐끔거렸다. 김민석의 자리앞에 도착해서 가만히 그의 앞에 섰는데도 김민석은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심지어 이어폰까지 끼고 있었다. 아까 나한테 화가 나서 그러는지 아님 정말 내가 온 걸 모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자꾸만 나를 힐끔거리는 김민석 네 반 아이들이 이상해서 큰 소리로 왜 쳐다보냐,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냐 라고 물었다. 그러자 반 아이들은 저들끼리 수군거렸다. 그 바람에 김민석도 책에서 시선을 떼고, 날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내게 물었다.
"왜 왔어?"
생각보다 너무나도 태연하고 담담하다 못해 나에게 웃음까지 보이는 김민석의 태도에 괜스레 내가 더 죄인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와중에 계속 신경이 쓰였던 것은 등 뒤로 하나둘씩, 소곤소곤 들려오는 말들이었다. '노는 애가 왜 저런 왕따 같은 애랑 어울려?' '김민석 쟤 이상한 애잖아' '말도 못하는 벙어리 같은 새끼' 와 같은 김민석에 대한 그리 좋지 못한 말들이었다. 문득 떠오른 생각은, 그래서 이어폰을 끼고 있었어?
-
"아니"
"그럼 왜?"
"나 그런 거 신경 쓰는 편 아닌 거 알잖아 루한. 음..그냥 음악 듣는 거 좋아했으니까, 지금도 좋아해. 자주 들을 수 없을 뿐이지"
조금은 슬픈 얼굴로 희미하게 미소 짓는 너를 위해서 차에 음악을 틀었다. 하지만 너의 표정이 그리 좋지 못했다. 음악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인지 그저 멀뚱멀뚱 창밖만 보고 있었다. 나는 다시 음악을 끄고 휴대폰 화면을 틀어 '민석' 이라고 되어있는 음악 재생리스트를 눌렀다. 그리고 네가 가장 좋아할만한 음악을 틀었다. 어때? 하고 물어보려 입을 떼기도 전에 너는, 나 이 노래 진짜 좋아해! 하며 어린 아이처럼 예쁘게 웃었다. 역시 음악 하나에도 민감한 너였다. 그래서 더 신경이 많이 쓰였지만 그만큼 더 좋아했다. 아주 많이 널 좋아했었고 지금도 너를 좋아한다.
-
김민석에 대해 별 좋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는 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짜증이 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민석의 편을 들어줄 마음은 없었다. 나도 반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고, 나는 괴롭히는 쪽과 괴롭힘을 당하는 쪽으로 나누면 괴롭히는 쪽에 속했으니까. 그리고 그 아이들이 말한 대로 내 친구들과 비교해서 김민석은 확실히 다른 부류의 아이였다. 김민석 편을 들어 그들에게 뭐라 말하기엔 용기가 부족했다. 그리고 어차피 김민석에게 사과를 하러 왔으니 사과만 하고 빨리 가면 되는 일이다. 마침 김민석이 귀에서 이어폰을 빼내고 날 바라보기에 등 뒤로 들리는 소리들은 무시하고 입을 열었다.
"어..저기..그러니까.."
"응"
"그게..조금 전에 욕 한거랑 더럽다고 한거 미안해. 그렇게 말할 생각 없었는데 그냥.."
"괜찮아, 사과하러 온 거라면 안 그래도 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는걸"
생각지도 못한 답변에 당황한 나는 멍한 표정으로 김민석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쌍꺼풀이 반쯤 풀린 표정으로 멍하게 서있는 내 모습이 우스웠던 건지 김민석이 한쪽 입 꼬리를 올리고 조그맣게 웃었다. 그 웃는 모습을 보는데 자꾸만 느낌이 이상했다. 무슨 느낌인지 잘 몰랐지만 하여튼 평소와는 조금 다른 공간에 있는 듯 한 느낌이었달 까. 날 보며 해맑게 웃는 김민석에게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보이고 그만 가보라는 그 아이의 말에 더듬거리며 대답을 하고 뒤돌아서 그 반을 나가는데 내가 자리를 뜨기 무섭게 몇몇 아이들이 김민석의 자리로 가는 게 보였지만 별 생각 없이 내가 열어두었던 미닫이문을 도로 닫았다.
김민석네 반에서 나오자 마침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고 나는 서둘러 우리 반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수업이 시작되고 교과서를 피고 앉았지만, 수업내용이 머리에 들어갈 리 없었다. 친구 놈들은 몇은 엎어져 자고 몇은 몰래 휴대폰을 하거나 저들끼리 떠들어댔다. 딱히 그들한테 어울리고 싶지 않아서 그냥 가만히 턱을 괴고 칠판을 보다가 아침에 학교 앞에서 나누어 주었던 무선 연습장이 생각나서 가방에서 그것을 꺼내들었다.
필통에서 연필을 꺼내들고 연습장에 아무렇게나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아까 김민석 일이 생각났다. 순간, 나도 모르게 '김민석' 세글자를 노트에 적었다. 지우개로 그 세글자를 지웠다. 하지만 또 어느 샌가 김민석 세글자를 끄적이고 있었다. 그러다 김민석을 그린다고 그리게 되었는데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은 아니었지만 딱 보니 누가 봐도 김민석이다 싶게 그려져 있었다. 또, 다 그려놓고 보니 그림 속 김민석의 얼굴은 활짝 웃고 있었다.
-
"노트에 날 그리기도 했었어? 루한이?"
"응, 그 노트 아직도 집에 있을걸"
"나 너무 많이 몰랐네, 오늘 새로 알게 되는 게 몇 개지"
"앞으로도 네가 모르는 이야기가 꽤 있을걸."
"얼른 더 얘기해줘, 이게 다 우리 추억이잖아"
자꾸만 나를 보채는 너는 내가 지금 너에게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가 다 우리의 추억이라 말했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아니, 너도 나도 우리 둘한테는 추억이 될 수 없는 이야기야 민석아. 추억은 모든 게 다 끝난 뒤, 그 시간들을 돌이켜보는 이야기야.
나는 아직 너와 나의 이야기를 끝낼 마음이 없어. 널 놓아주기엔 내 자신이 너무 용서가 안 되거든. 난 정말 이기적인 걸지도 몰라, 그렇지만 아직은 널 보내줄 수가 없어. 그래서 더 미안해.
-
다 그린 그림을 펴놓고 가만히 보고 있자니 자꾸만 김민석의 웃는 얼굴이 눈앞에서 아른아른 거렸다. 불과 몇 십분 전에 김민석에게 고백을 받을 땐 기분이 그리 좋지 않다 못해 불쾌했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 자체를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그래서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해서 그런 못된 말이나 뱉어버렸었던 것일 테고.
그런데 지금의 나는 조금 이상한 것 같다. 자꾸만 김민석이 아른거린다. 김민석에게 사과를 하러 갈 때에는 그 아이가 혹여 나로 인해 상처를 받았을까 걱정이 되어 자꾸 떠올랐던 것이었지만 지금은 이미 사과를 한 뒤고, 홀가분하게 용서까지 받았는데도 자꾸만 무언가가 마음에 걸렸다. 김민석의 험담을 하던 아이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은 날 보고 환하게 웃던 그 아이였다. 정말 나를 좋아하는 것일까. 하긴, 내게 고백을 하던 그 아이는 진지함 그 자체였다. 장난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김루한, 뭐 그렸냐?"
"어, 어?"
김민석의 생각에 잠시 멍하니 다른 곳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짝꿍 찬열이가 내 노트를 휙 뺏어갔다. 이건 뭐야, 하며 노트에 그려진 그림을 보다가 한 장 휙 넘기더니 김민석? 하며 내게로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너 김민석이랑 친해?"
"어? 아니. 오늘 어쩌다 알게 된 앤데"
"오늘 어쩌다 알게 된 애를 노트에 왜 그려놨데? 게다가 한 페이지는 걔 이름으로 다 도배해놓고"
"근데 왜 자꾸 추궁하듯이 묻냐? 새끼야, 이리 내놔"
찬열이가 긴 팔을 뻗어 노트를 들어서 그걸 뺏으려고 안간힘을 쓰자 찬열이가 내 책상위에 그것을 도로 올려두었다. 그리곤 내 어깨를 한 번 툭치 고는 너 지금 친구들이랑 계속 잘 지내고 싶으면 걔랑 어울리지 마. 하고 그대로 책상에 엎어져 버렸다. 책상에 얼굴을 묻어버린 찬열이에게 왜 어울리지 말아야 하는지 물으려다가 괜한 오해를 살지 몰라서 찬열이에게 뻗었던 손을 도로 넣었다. 그러고 보니 김민석 일에 있어서 유난히 민감하게 굴었던 아이들이 생각났다. 그저 제일 친한 애들이라 그렇게 행동한 건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집에 돌아가고 있는데 신호등 반대편에서 김민석이 걸어가고 있는 게 보였다. 멍하니 그 애를 바라보고 있는데 마침 신호등에 초록불이 들어왔고, 왜 그랬는진 나도 모르겠다. 그냥 신호등을 향해 달렸다.
"야! 김루한! 피시방 가기로 했잖아!"
"나 오늘 어디 갈 데 있어, 나중에 가자!"
친구들을 뒤로하고 무작정 신호등을 건넜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스친 볼이 쓰라렸다. 입에서 하얀 입김이 계속해서 나왔다. 조금 앞에서 회색 후드에 빨간색 목도리를 메고 까만 백팩을 멘 김민석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 더 달려 김민석에게 가까이 갔을 때, 그 작은 어깨에 손을 올리려다가 멈칫했다. 내가 왜, 이 아이를 쫓아온 걸까. 이건 무슨 병주고 약주는 상황도 아니고 아까는 싫다고 욕까지 했으면서 뻔뻔하게 이게 무슨 변덕을 부리는가 싶어서 차마 김민석을 붙잡아 세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애를 불러서 무슨 말을 하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답을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왠지 집으로 가기엔 발이 떨어지지 않아서 어느 샌가 저만치 앞서가는 김민석의 뒤를 밟았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김민석의 뒤를 따랐다. 그러다 김민석이 어느 카페로 들어가기에 들키지 않게 후드를 뒤집어쓰고 나도 따라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이게 무슨 스토커 같은 짓인가 싶으면서도 내심 김민석이 궁금했다. 김민석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잔 시키곤 창가쪽 자리에 앉았다. 나도 김민석을 따라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김민석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사실 쓴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홀짝홀짝 잘도 마시는 김민석을 보니 맛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한 입 마셔보았는데 너무 썼다. 이런걸 좋아하는구나.
창밖을 보면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것도 잠시 검은색 백팩에서 우드재질의 다이어리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검은색 펜을 꺼내 다이어리에 무어라 적기 시작했다. 우리 나이 때에 다이어리를 쓰는 남자애도 있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때마침 김민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힐끔거리면서 그 애를 보니 화장실을 가려는 모양이었다. 김민석이 자리를 뜨자마자 나는 이때다 싶어 잽싸게 김민석이 앉아 있던 테이블로 달려갔다. 다이어리에 무슨 내용이 써있을까, 혹시 오늘 나에 대한 이야기가 써 있을까 싶어 호기심에 다이어리 첫 장을 열었다.
-
"풉"
"왜 웃어, 내가 그 때 얼마나 어이없었는지 알아?"
"그러게 누가 마음대로 생각하래? 푸흡"
겉으로 신나게 웃는 너에게 핀잔을 주었지만은 오늘 너를 만난 이후로 가장 환하게 웃는 것 같았다. 우리 둘이 공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억 중 하나인데, 너도 잊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잊지 말아야 할 테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잊혀지겠지? 정말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다만 확실한 한 가지는 네가 나를 잊어도 나는 너를 잊지 않을 거라는 것.
-
다이어리를 열자마자 보인 것은 다름 아닌 달력이었다. 몇 장 더 넘겨보니 이 물건의 정체는 다이어리가 아닌 스케줄러 인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김민석이 꽤 여러 번 공부 잘하는 아이들 입에 오르내린 것 같기도 했다. 빼곡히 적혀있는 것은 문제집이나 교과서 쪽수들. 이미 수능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공부를 그렇게 하는 건지. 그런데 펜이 끼워져 있던 페이지를 펼쳐 보니 오늘의 날짜가 적힌 스케줄러 한 칸에 내 이름이 보였다.
-루한에게 고백했다.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마음만은 편하다.
그 한 문장을 보는데 왜 가슴이 아린지 잘 모르겠다. 오랫동안 내 뒤에서 나를 훔쳐보며 기분 나쁘게 흠모했을 거라 생각했던 내 자신이 미웠다. 남자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혼자 속병을 했을 김민석을 생각하니 아까의 일이 더욱 더 미안해졌다. 용서를 받은 게 받은 것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넋을 놓고 김민석의 스케줄러를 보고 있을 때 뒤에서 발소리가 나다가 바로 내 등 뒤에서 멈췄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토끼눈을 한 채 날 바라보는 김민석이 있었다. 너무 집중해서 보느라 김민석이 오는 줄도 모르고 보고 있던 것이었다. 너무 창피해서 얼굴이 새빨개져서 변명을 하려고 입을 열었으나 버벅거리기만 할 뿐 제대로 된 변명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어..저..길을 가는데 네가 보여서.."
"날 쫓아온 거야?"
"어..? 응.."
사실 변명 같은 것들을 잘하는 편도 아니었고 이미 쪽은 팔릴 대로 팔린 상태였다. 그나마 체면을 유지하는 건 솔직하게 말하는 게 그나마 가장 나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게..아이씨..신경 쓰여서, 신경 쓰여서 그랬어."
"뭐가?"
"아까 일 말이야. 정말 아무생각없이 한 말이긴 했어도 자꾸 신경 쓰였다고. 그렇게 아무렇지 않다고 말해도 결국은 너도.."
"어? 눈 와"
쪽팔림을 무릅쓴 채 눈을 꾹 감고 랩을 하듯이 머릿속에 있는 말들을 빠르게 줄줄줄 뱉어내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는 정말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해맑게 웃으면서 밖에 눈이 온다며 창밖에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때 아, 이애는 정말 나를 용서했구나. 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루한, 첫 눈이야"
"그러게 정말 그러네"
"첫 눈,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너랑 같이 볼 수 있어서..아, 미안"
"응?"
"내 고백 거절했잖아. 이런 유의 말은 네가 별로 좋아할 것 같지 않아서"
그리고 두 번째로 느낀 것은 김민석은 적어도 나보다 생각이 깊다는 것, 나처럼 생각 없이 말을 내뱉지 않는 다는 것. 그냥 했어도 몰랐을 이야기를 내가 기분나빠할까봐 사과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참 섬세한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느낀 것은 난 정말 잘못했다는 것. 이렇게 여린 애한테 무슨 짓을 한건지. 말 뿐만 아니라 김민석을 더럽고 기분 나쁘고 이상한애로 생각했던 내 자신이 오히려 모자라보였다. 정말 김민석의 말대로 창밖으로 하얀 눈송이 꽃이 하나 둘씩 개수를 늘리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입까지 벌리고 창밖의 눈을 보고 있는 김민석을 톡톡 쳤다.
"나, 변명을 좀 하자면, 초면이라 그랬어. 넌 어떨지 몰라도 난 너 오늘 처음 봤고 많이 당황스러워서 그랬어."
"알아"
"그리고 나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거 태어나서 생각해본 적도 없었어."
"그것도 알아"
"그렇지만 그냥 자꾸 네가 궁금하더라고. 그래서 따라오게 됐어. 사실, 아직도 널 보고 있으면 많이 당황스럽고 느낌이 이상해. 그래서 지금 당장 네 고백 받아 줄 수가 없어"
"응"
"근데 너, 나랑 친구하지 않을래? 오늘 처음 봐서 너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지만, 알고 싶어졌어."
지금 김민석에게 건네는 말들은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들이었고, 내 주위의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인 김민석을, 나를 좋아한다는 김민석을 알아간다는 것은 꽤나 흥미 있는 일이었다. 내 말에 김민석의 얼굴에서 하루 종일 아른거렸던 표정이 보였다.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는 김민석에게 손을 불쑥 내밀었다.
"밖에 눈 오는데 놀러 안 갈래?"
"어디로?"
"어디든지"
-
"우리 그 때 어디 갔었지?"
너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게 물었다. 그것까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지 계속해서 골똘히 생각하는데 생각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마저도 사랑스러웠다. 전에 학교에서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할 때도 늘 이랬는데, 그 때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아! 기억났어! 그 동네에 큰 스포츠 센터에 있는 축구장 갔었어. 너도 나도 축구 좋아한다고 해서, 그 왜, 스포츠센터에서 축구공 빌려서 눈 오는데 축구 했었잖아!"
"난 아까부터 알고 있었네요~"
"아마 그 날부터 나랑 루한이랑 많이 친해졌었지? 눈맞으면서 축구하는데 너무 추워서 호빵도 사먹고 오뎅도 사먹고, 엄청 많이 먹었는데"
"스케줄러 보고 공부만 하는 줄 알았는데 축구 꽤 잘해서 놀랐었어, 많이."
여기까지 말하곤 그 때의 회상에 젖어가는 듯, 너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아마 파노라마처럼 그간의 일들이 스쳐지나가고 있는 것이겠지. 그러다 어느 한 순간부터 필름을 잘라내 버리고 싶어질 거야. 지금 딱 그 필름을 보고있는듯, 너의 안색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말이 아니게 어두워진 얼굴로 다시 나를 보고는 말했다.
"다음 이야기도 들려줘"
"....."
"괜찮아, 이미 아는 내용인걸."
"알았어, 지금 부터는 조금 아픈 이야기를 할 거야. 많이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한테는 어떤 것이든 빠짐없이 가져가야 할 내 소중한 기억이고 추억이야. 그 안에 루한이 있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더 이야기를 잇기도 전에 아까부터 계속 참아왔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눈을 크게 뜨고 일부로 네 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내가 너의 기억 속에 있으면 아픈 기억도 추억이 될 수 있어? 난 그렇게 못할 것 같아. 네 앞에서 한없이 죄인이기만 한 나를. 나 때문에 네가 이렇게 되어 버렸는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마음 편하게 말할 수 있어? 하나 둘씩 떠올리다보니 자꾸만 눈물이 차올라서 미칠 것 같았다. 이야기를 재촉하는 널 마주보지도 못하고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울지 마, 네 탓이 아니야"
"……."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거 이해해. 어떤 마음이었을지 알아"
"이야기..계속..해줄게"
"응.."
처음과는 달리 조금 우울한 분위기로 가라앉은 차 안이 고요해졌다. 너를 위해 틀어두었던 음악도 설상가상으로 슬픈 곡이 흘러나왔다. 괜히 감정이 더 축축해지는 느낌이었다.
-
"야 김루한, 너 그 게이새끼랑 진짜 사귀냐? 어? 너도 게이새끼야?
"아니라고 몇 번 말해, 민석이랑 그냥 친구라고 얘기했잖아"
"그냥 친구긴 무슨 그냥 친구야 시발, 니네 둘이 마주보고 있을 때 아주 눈에서 꿀이 나오더만"
"그만하자"
"시발, 그래 그럼 친구라고 하자. 너 내 친구냐, 김민석 친구냐?"
"제발, 제발! 그만 좀 하라고! 며칠 째 왜 이러는 건데!"
며칠 째 나만 보면 개 짖듯 짖어대는 세훈이 때문에 정말 죽을 맛이었다. 민석이랑 친해진지 이제 한 달이 넘어갈 쯤, 민석이와 내 사이에 관한 문제로 세훈이와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아졌다. 세훈이는 민석이의 어디가 그렇게도 맘에 안 드는 것인지 나만 보면 민석이를 욕하고 헐뜯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속앓이를 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나는, 바보 같은 나는 이제야 민석이에 대한 마음이 커져있었다. 따라서 세훈이가 불같이 화를 내며 의심을 할 때마다 민석이와 내 사이를 부정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았다. 그런 이유로 쉽게 민석이에게 내 마음을 말해주지 못했다. 다른 사람에게 민석이를 부정하면서 솔직하지 못한 내가 어떻게 민석이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게다가 민석이는 내가 고백을 거절했던 날 이후로 다신 내게 고백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민석이를 처음부터 잘 알지 못하고 거절부터 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처음부터 남자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한 달 남짓 민석이를 봐오면서 느낀 것은 좋아하는 마음은, 혹은 사랑은 동성 간에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 서로를 좋아함에 있어서 성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첫 눈에 반하는 사랑도 있지만 꾸준히 그 사람을 보며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을 키워갈 수도 있다는 것. 고로, 난 바보 같은 나를 변명하고 싶다.
"너, 이 자리에서 확실히 말해. 김민석이랑 아무사이도 아닌 거지?"
"나랑 민석이 아무 사이도 아니야."
난 거짓 고백을 하고 있다.
"그럼 내가 앞으로 김민석한테 무슨 짓을 하던 상관하지 마. 그럴 자격 없을 테니까"
"뭐?"
"아무 사이도 아니라면서 왜 한 대 칠 기세냐?"
"민석이 건드리면 너 가만 안 둬. 네가 생각하는 사이가 아니라고 했지, 민석이랑 내가 친구가 아니라고 한 적 없어."
친구? 피식거리며 날 비웃고 지나가는 오세훈 이었다. 왜 저렇게까지 민석이를 싫어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아는 민석이는 누군가에게 폐를 끼칠 아이가 아니었다. 분명 세훈이한테도 좋은 친구가 되어 줄 텐데. 세훈이 때문에 혼란스러워진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 민석이를 찾았다. 그런데 민석이네 반 문 앞에서 내 발이 멈췄다. 민석이에게 너무나도 미안해서 차마 그 아이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내 마음 하나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바보 같았다. 여느 때처럼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있는 민석이의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그런 아이에게 계속 상처를 주어야 한다는 게 너무나도 슬퍼서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나마 눈에 담고 발걸음을 되돌렸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되는 건지 답답하기만 했다. 하지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세훈이가 아닌 민석이었다. 내가 고백을 거절한 날 이후로 친구라는 경계선에 아찔하게 올라서서 도통 마음을 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었다. 혹시 그 날 뒤로, 나에 대한 마음이 식은 걸까, 아니면 친구로 지내자며 내가 그어 놓은 경계선 때문에 다가오지 못하는 걸까. 두 번씩이나 민석이가 먼저 다가와주길 바라는 나도 정말 못난 놈이지 싶었다. 한숨을 쉬며 터벅터벅 복도를 거닐었다.
-
루한이 민석의 반을 떠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벽 뒤에서 세훈이 모습을 드러냈다. 꽤나 화가 난 듯 한 얼굴의 세훈이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작게 욕을 읊조렸다. 방금 전 민석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라며 강력하게 부정을 하던 루한이 끝내 못미더워서 루한의 뒤를 쫓아와 몰래 숨어와 그가 하는 행동들을 지켜보고 있던 세훈이었다. 조금 전 자신에게 말했던 것과는 달리 교실 문턱에 서서 민석이 있을 자리를 바라보는 루한의 표정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었다. 입가에 살짝 미소를 거는가 하면 애달픈 표정을 짓는다던가. 하여튼 보통의 남자애들이 여자도 아닌 남자를 보고 지을 표정은 확실히 아니었다.
세훈이 민석을 이토록 싫어하는 데에는 세훈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루한이 세훈의 절친 이라는 이유도 물론 있었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루한은 고등학교 3학년 초에 이 학교로 전학을 와서 모를 테지만 루한을 제외한 세훈과 어울리는 아이들은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물론 민석을 포함해서. 루한이 오기 직전까지 세훈과 민석은 알아주는 단짝이었다. 세훈과 민석은 중학교를 다닐 때부터 친한 사이였다. 그런 그들이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부터 였다.
"세훈아, 또 담패핀거야?"
"신경꺼. 네가 참견할 일 아니라고 했잖아"
"그리고 또 선배들한테 맞았어? 그러게..그만.."
"손 치워, 시발 니가 뭘 알아"
세훈의 얼굴에 불긋하게 상처가 난 곳에 손을 가져다대던 민석의 손을 세훈이 강하게 쳐내버렸다. 그리고는 민석에게 화풀이라도 하는 듯, 모진 욕들을 다 내뱉어버렸다. 꽤나 상처받은 표정의 민석이었지만 괜히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가볼게. 약 꼭 바르고"
"지가 뭔데, 재수 없게"
주섬주섬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집으로 향하는 민석의 발걸음이 매우 무거웠다. 지금의 세훈은 본인이 알고 있던 세훈의 모습이 아니었다. 민석의 기억속의 세훈은 개구지고 장난기가 많으면서도 착하고 밝은 아이였다. 그런데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불량한 아이들이나 선배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더니 고등학교에 입학 한 뒤로는 저렇게 변해버린 것이었다. 민석은 제 나름대로 자꾸만 자신에게서 멀어져가는 세훈을 붙잡으려 쉬지 않고 달렸지만 민석이 그럴수록 민석에게서 점점 더 멀리 , 그리고 빨리 떠나가는 세훈이었다.
그리고 세훈과 민석이 결정적으로 멀어지게 된 계기가 있었다. 민석은 제 친구가 날라리, 양야치 또는 흔히 부르는 일진 무리에 섞이는 게 마음이 아프면서도 그게 제 천성에 맞으니 어쩔 수 없겠다 하는 마음에 세훈을 이해하려 했었다. 그런데 세훈이 민석의 반 여자아이를 괴롭히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아이는 반에서 그저 조용히 공부만 하는 아이였는데 말도 안 되는 억지들로 그 여자아이가 맘에 들지 않는다며 심하게 괴롭혀대는 것이었다. 그 아이의 교과서나 노트를 버린다거나 심하게 욕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여자아이임에도 불구하고 폭력까지 가하는 것이었다. 하루는 결국 보다 못한 민석이 세훈의 앞을 가로막았다.
"오세훈, 그만해. 너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는 알아?"
"글쎄"
"여자애잖아..아니, 남자애라고 하더라도 왜 이유 없이 애들을 자꾸 괴롭히냐고. 너 안 그랬잖아 세훈아"
"너가 나에 대해 뭘 알아, 정 그렇게 맘에 안 들면 니가 대신 당해줄래?"
"너 진짜..왜 그래..?"
"너야말로 왜 자꾸 내 앞에서 이래라 저래라, 니가 뭔데 걸핏하면 선생 짓을 하려고 하는데? 너 진짜 거치적거리는 거 알아? 그렇게 맘에 안 들면 니가 대신 당해줘봐. 시발아, 그럴 용기도 없는 게"
"그래, 차라리 나한테 그래"
그 날 이후부터였다. 민석의 말처럼 정말로 세훈이 민석을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 몇 년 동안 둘도 없는 친구사이로 지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세훈은 악랄하게 민석을 괴롭혔다. 덕분에 민석은 많이 울었다. 세훈에게 맞은 몸보다 가장 친했고 믿었던 친구로부터 돌아온 배신이 민석을 구슬프게 울게 한 이유였다.
거의 일 년간 민석을 괴롭히는 데에도 싫증이 난 세훈은 이제 자신은 신경 쓰지도 않고 공부에만 매달리는 민석을 제 인생에서 없던 사람으로 생각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전처럼 괴롭히진 않는 대신, 민석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 내버렸다.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에 루한이 전학 오게 되고 루한과 가장 친한 사이가 되면서 민석의 일은 서서히 잊어가는 듯 했는데, 가장 친한 친구라 믿어 의심치 않던 루한이 언제부턴가 저보다 다른 아이를 가까이 하는 것이었는데 하필이면 그게 민석이었던 것이다.
루한에게 재차 민석과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이야기 했음에도 불구하고 세훈이 보기에 루한은 민석을 친구를 넘어 그 이상의 사람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아보였다. 그리고 이제 루한에게 자신보다 민석이 더 중요한 사람이 될 거란 것도 그런 루한의 모습으로부터 자연스레 느꼈다. 그 때 문득 떠오른 것은 바로 세훈 자신이 민석을 배신하고 내치던 때의 기억이었다. 루한이 그렇게 아끼는 민석과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된다면 세훈이 그랬던 것처럼 루한도 세훈을 그렇게 모질게 내쳐버릴 것 같아서 그게 두려웠다. 그래서 민석이 더 미웠다. 자신의 잘못은 뉘우치지 못하고.
-
"그 때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그래도 세훈이를 믿었으니까"
"결국 널 이렇게 만들었잖아, 오세훈도 나도"
"……."
너는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두 번이나 오세훈을 믿었던 만큼 그에 대한 상실감이 대단했을거란거, 나도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이런 결말을 선택해 버렸으니까. 나는 아직도 후회가 된다. 너한테 먼저 물어봐주었더라면 네가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
루한의 뒤를 밟은 세훈의 태도가 심상치 않았다. 계속 망설이는 것 같아 보였으나 이내 무언가 결심한 듯한 표정이었다. 세훈은 성큼성큼 민석의 반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민석의 자리까지 걸어갔다. 정말 오랜만에 가까이서 보는 민석의 얼굴이었다. 세훈이 알던 모습과 하나도 변함없는 민석이었다. 세훈은 민석의 책상을 두드렸다. 그제야 민석이 세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민석의 동공이 커졌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세훈을 쳐다보는 민석의 손목을 세훈이 거칠게 잡아끌었다. 영문도 모른 채 민석은 세훈에 의해 교실 밖으로 끌려 나갔다.
"오랜만이야.. 세훈아"
"너한테 그런 인사 받고 싶은 생각 없어. 묻는 말에나 똑바로 대답해"
"뭘..?"
"너 김루한 좋아하지? 아, 안 좋아 한다고 할 거 없어, 니가 걔한테 고백까지 한 거 이미 알고 있으니까. 니가 이렇게 더러운 게이새끼인줄 알았으면 더 일찍 너랑 연을 끊었을 텐데"
"그래서..?"
"김루한도 말로는 너랑 아무사이 아니라고 하면서 사실은 아니잖아. 그래도 김루한은 너 따위한테 주기 아까운 내 친구거든? 니가 어떻게 하면 두 번 다시 껄떡대지 않을까 생각해봤어"
마지막 말을 마친 세훈이 음악실 문을 잠가버린 뒤, 민석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불도 켜져 있지 않아 어두운 음악실의 한가운데 두 사람이 마주보고 서있었다. 그저 불안하기만한 공간 속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 세훈을 설마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순식간에 세훈이 민석에게 다가와 거칠게 제 입술을 민석의 입술위에 비볐다. 무섭게 들이닥치는 세훈에 민석이 버겁게 숨을 내쉬다 겨우겨우 힘들게 말을 꺼냈다.
"오세훈! 진짜 왜이래!"
"시발, 더러운 게이새끼야, 너 어차피 남자 좋아하잖아? 내가 너랑 몸 섞어 줄게 시발아, 좋지? 김루한한테 그만 까불고 내 밑에나 깔려"
민석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더 이상 세훈에게 할 수 있는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없었다. 그저 눈앞에 아른거리는 루한의 웃는 얼굴만이 보였을 뿐이었다. 씩씩대며 민석에게 달려드는 세훈이 빠르게 민석의 옷가지들을 하나 둘씩 벗겨냈다. 헐벗은 민석은 어떻게든 세훈에게서 벗어나볼라고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세훈의 힘을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눈물을 흘려가며 놓아달라고 부탁하는 민석의 모습이 처량해보일만도 했으나 민석의 몸 곳곳을 탐닉하고 있는세훈에겐 그렇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찬 바닥에 내동댕이치듯 눕혀진 민석은 양손으로 세훈의 어깨를 밀어냈다. 제발, 하지 마.. 제발.. 울음이 가득 섞인 민석의 목소리가 사라지기 무섭게 민석의 아래쪽에 찣어질듯 아픈 고통이 밀려왔고 앙다문 민석의 입술이 붉게 젖어갔다.
-
"민석아 오늘 급식 맛없데. 내가 라면 사줄게 매점가자"
"나..밥맛없는데.."
"왜? 어디 아파?"
점심시간이 되고서야 마주한 민석이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수척했다. 힘없이 괜찮다고 말하는 민석이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는데 식은땀이 맺혀있는것도 같았고 또 입술에 상처가 나있었다. 밀려오는 걱정에 어디가 아픈 거냐고 사실대로 말하라고 민석이를 졸랐지만 민석이는 정말 괜찮다고 말만 할 뿐, 별다른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괜히 마음만 더 답답해졌다.
"괜찮아, 라면 먹으러 가자"
"응, 어디 아픈 거면 바로 말해. 그게 숨길 거냐?"
"알았어"
라면과 빵, 그리고 우유까지 잔뜩 사가지고 교실로 올라와 아파보이는 민석이를 책상에 앉혀놓고 컵라면에 물을 부어다가 민석이의 앞자리 의자에 거꾸로 앉아 민석이와 마주했다. 창밖을 보며 멍하니 있는 민석이의 작은 몸이 더 여려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지 내가 젓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치는데도 여전히 멍하니 앉아있었다. 이어폰도 안 끼고 있는데.
"민석아"
"……."
"김민석!"
"어, 어?"
"라면 물 부어왔어"
고마워, 내가 건네는 젓가락을 받아들고 환하게 웃는 민석이의 눈이 어쩐지 촉촉해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기에 눈시울까지 붉혔을까, 몸이 얼마나 아프기에 저러는 걸까. 뭐하나라도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주면 안되나, 누가 봐도 멀쩡해 보이지 않는데 자꾸만 괜찮다고 날 안심시키려는 민석이를 보고 있자니 더욱 걱정이 되었다. 나한테 편하게 아프다는 말 한마디를 못할 정도로 내가 모자란 걸까. 섭섭한 마음에 먼저 입을 떼려고 하던 찰나, 민석이가 먼저 입을 떼었다. 그리고 내 이름을 불렀다.
"루한"
"응?"
"만약 네가 내일 죽는다면, 넌 오늘 뭘 할래?"
"왜 그런걸 물어봐?"
"그냥 궁금해서, 얼른."
"싫어, 그런 질문 하지 마. 기분 나쁘잖아, 왜 진짜 내일 죽을 사람처럼 그래, 라면이나 먹자"
-
"이젠 답 해주면 안 돼? 이미 다 지났잖아"
"나는 만약 내가 내일 죽는다면, 너한테 아직도 나를 좋아하냐고 물어보고 싶었어."
"……."
흔들리는 너의 눈빛을 보는데 마음이 너무나도 아려서 정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차라리 터져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빤히 날 쳐다보다가 이내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너는 분명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나를 똑바로 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진작 전해주었어야 할 내 진심을 이제야 전해주는 나를, 네가 이 세상에 없는데 뒤늦게 너를 그리워하고 너를 사랑하는 나를 어떡하면 좋아 민석아.
-
민석이의 말에 쉽게 대답해줄 수 없었던 이유는 정말 민석이가 내일 당장이라도 죽어버릴 사람처럼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이었다. 내 대답을 들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내 대답을 듣고 싶어서라도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대답해주지 않자, 고개를 푹 숙이고 라면을 젓가락으로 휘휘 젓고 있는 민석이에게 말했다.
"내일 대답해줄게"
"응?"
"내일 다 대답해준다고, 그리고 내일은 내 친구들이랑 다 같이 놀러가자"
"……."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민석이에게 활짝 웃으며 희소식을 전해주었다. 이걸 듣고 내일 죽니 뭐니 하는 그런 우울한 생각들 모두 떨쳐낼 수 있게. 사실은 아침에 세훈이와 싸운 뒤에 세훈이가 다시 날 찾아오더니 민석이를 욕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친구인데 자신도 그래주는게 맞는 것 같다고 하면서 내일 민석이를 데리고 놀러가는 게 어떻냐고 말하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세훈이를 설득시키기 힘들 것 같았는데 세훈이가 먼저 내 쪽을 이해해주어서 그저 너무나도 고마웠다.
"내 친구들이 너랑도 친하게 지내고 싶데, 엄청 잘됐지? 나 진짜 이거 말해줄라고 완전 기다렸는데 네가 너무 우울해하고 있어서 잊고 있었잖아"
"미안해"
"미안하면 우리 내일 놀러가기?"
"근데, 정말 나 데리고 가도 되는 거야?"
"응, 나 이제 체면 따위 다 버렸어. 전처럼 다른 애들 신경 쓰면서 너랑 지내는 거 망설이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나 믿고 내일 만나자"
"응.."
-
"그때 만약 내가 너한테 그런 부탁 안했으면.."
"그거랑 상관없는 일이야"
"미안해.. 미안해 민석아, 그리고 사랑해"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너도, 나도. 마침 다다른 목적지에 차를 세우고 너와 나는 서로를 껴안고 서럽게 울었다. 너를 떠나보내고 후회하는 나와 나를 떠나가고서 후회하는 너는, 그리고 우리는 정말 바보 같았다.
-
아마, 그 때 알아차려야 했었다. 민석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는 것을. 민석이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까지 했는데 민석이는 나와의 약속을 지켜주지 않았다. 내가 겨우 친구들 마음을 열어서 이제야 너를 떳떳하게 지켜줄 수 있게 되었는데 김민석이 죽어버렸다.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자살이라고 했다. 죽은 채로 날 다시 마주한 민석이의 옷에 검붉은 핏자국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죽은 민석이의 시체를 부둥켜안고 울다가 민석이가 죽은 이유를 물어보았는데 그것을 듣는 순간 정말 민석이를 따라 죽어버릴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세훈 짓이라고 했다. 민석이를 그따위 더러운 짓을 해놓고 그리고 민석이를 죽여 놓고 어떻게 뻔뻔하게 나한테.. 경찰에게서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오세훈을 불러다 정말 죽기직전까지 몰아갔다. 죽을 만큼 맞아서 구급차에 실려 가면서도 끝끝내 사과하지 않는 오세훈을 보고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울부짖었다.
그리고 오세훈보다 원망스러운 것은 내 자신이었다. 밀려오는 죄책감에 미칠 것만 같았다. 실상은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것과 다를 것 없었다. 하루하루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지냈다. 학교에 가면 온통 민석이의 흔적이 보였다. 나를 처음 만났던 곳. 결국 자살을 결심하고 점점 폐인이 되어가고 있을 때쯤, 민석이를 죽인 나를 살린 건 민석이였다.
민석이가 마지막으로 남겨놓은 유서에는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과 나에게 남기는 말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민석이가 내게 남긴 한 문장을 보는 순간, 너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서 살아가리라 생각했다.
'루한, 나는 내가 만약 내일 죽는다면, 너를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너를 좋아했다고, 사랑했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어.'
-
너의 손을 잡고 하얀 자갈밭을 걸어 들어간 곳은 삼개월 남짓 한 번도 찾지 않았던 곳. 네가 잠들어 있는 납골당이었다. 죄책감에 너를 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 찾아오지 못하다가 너의 생일이 되어서야 겨우 이곳을 찾았다. 너는 머뭇거리는 내 손을 잡고 흔들었다. 그런 너의 얼굴은 나와 다르게 언제 울었냐는 듯 맑았다.
천천히 네가 이끄는 곳으로 들어가자 많은 납골 함들이 보였다. 이 사람들도 우리처럼 제각각 사연이 있을까, 이유 없이 궁금해졌다. 그런 많고 많은 사진 중에서도 단번에 내 눈에 보이는 너의 사진. 조금 전 까지 펑펑 울어서 이제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너의 사진을 보는 순간 또 다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내 옆에 가만히 서 있던 너는 차마 나한테 다가오지 못하고 죄인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꼭 네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봤던 날 같아서, 네가 정말 내 옆에 살아있는 것 같았다.
"민석아..나 계속 울다보니 숨을 못 쉬겠어.. 나 좀.. 제발 나 좀.."
"울지 마 루한, 나는 괜찮아.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 그걸로 나는 충분해"
"사랑해.. 민석아"
"나도 사랑해"
너의 사진 앞에 무릎 꿇고 울고 있는 나를 네가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그런 너를 감싸안아주려 손을 뻗었을 때, 이미 너는 사라져 버린 뒤였다.
-
용기 없는 나를, 아직까지도 죄책감에 묻혀있는 나를, 항상 늦은 타이밍에 너의 소중함을 깨닫던 바보 같은 나를 용서해주러 찾아왔던 너를 위해서라도 나는 꿋꿋하게 살아갈 거야.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 때 까지 너를 그리고 사랑하면서 그렇게 살아갈 거야.
납골당을 나오는데 아직 꽃이 피기에는 이른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름 모름 예쁜 하얀 꽃이 하늘하늘 바람을 타고 땅으로 떨어졌다.
이 꽃이 지고 또 다시 피어나길 반복할동안, 나는 너를 잊지 않을 거야 민석아.
하얀 꽃이 떨어지던 따사로운 봄, 평행선을 달리던 나와 네가 그 끝에 서던 아름다운 날이었다.
떨어지는 꽃, 낙화 마침.
이 글은 신단메이커 연성 소재를 바탕으로 제 멋대로 믹스믹스해서 쓴 글입니다 :D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번외라기엔 조금 짧고, 비하인드 에피소드 두편이 있는데 원하시는 분들 생기면 다시 들고올게요♡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EXO/루민] 낙화(落花) 4
11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조인성은 나래바 초대 거절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