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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이딴식으로 투척만하는거 같아서 미안하네요 비축분은 쌓아두지 않는 무대뽀 성격

이 글을 카탬 더쿠시라면 꽤나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네이버 모블로그에서 연재한 것의 한분량 추가 글입다 동일인물이니 안심하세용

 

[샤이니X엑소/카탬] 햄릿과 축배를 001~003 | 인스티즈

 

 

 


이 글을 보고싶으시다면 클릭 너무 많이봐서 꼴 뵈기도 싫다는 분은 걍 접어두세여 ;ㅁ;

 [햄릿과 축배를]

 

 

 쥔 주먹이 바르르 떨린다. 어미는 내게 말했다. 네가 나중에 걸어와서 나에게 꽃을 전해주겠니? 나는 그 안의 말을 손쉽게 알아들었다. 그녀는 내가 굴복함으로써 여태껏 보상받지 않았다고 믿는 행복들을 보상받고 싶은 것이리라. 그리고 또한 그녀에게 꽃을 전해준다는 행위는 그녀의 두 번째 결혼을 인정한다는 것을 넘어서 축복까지 하라는 소리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 나는 어미가 회쳐버린 아비를 무시할 정도로 아버지에 무관심한 사람은 아니다.
 

 

 


 그래, 확실히 이상했다. 아버지는 심장 질환이 없으셨다. 아마 아버지가 죽은 이유는 독극물로 인한 질식사이겠지. 그리고 급성심부전이라는 사안을 붙여놓고는 시치미를 딱 뗀 거다. 가증스럽게도. 그리고 그 독극물을 아무런 의심 없이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니. 어머니뿐이었다. 조금만 생각해내면 적출 해낼 수 있는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 하얀 가루를 보았다. 멍청하게도 어머니의 말을 그대로 믿고 가루 수면제인 줄 알았는데. 아버지는 확실히 좋은 남편은 아니었다. 너무 바빴고 너무 무뚝뚝했으며 좋은 소리 한번이라도 하는 법이 없었다. 또한 아버지는 소유욕이 강한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강압적이고 답답한 현실을 견뎌내시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결국 어미는 아버지와의 사슬을 억지로 자른 것이다. 그것도 아비의 동생과 결혼하기 위해. 하지만 아비는 아내가 주는 독극물을 먹고 질식사를 할 정도로 못된 인간은 아니었다. 그것만은 분명했다.
 

 

 


 어린 태민은 알 수 있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얼마나 아끼는지. 비록 표현은 못했다하더라도, 어미가 원하는 것을 충족해주고 어미에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녀가 흘리듯 말한 애완동물을 다음날 구해서오고 그녀가 싫다 말한 반찬은 두 번 다시 나오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어머니도 그런 아비를 싫어하지 않았다. 싫어하지 않았었다. 모든 것이 비뚤어진 것은 독사 같은 삼촌이 나타나고 난 후였다. 어머니는 아름다웠다. 그리고 아름다웠지만 멍청했다. 확실히 그녀는 영리한 여자는 아니었다. 그리고 점점, 숙부는 사탕발림으로 어머니를 현혹하고 구슬렸다. 그리고 멍청한 어머니는 그에 넘어갔다.
 
 

 


 
 어머니는 아름다웠으며 어머니가 쥐고 있는 금은보화는 뚝뚝 거리며 흘러넘쳤다. 돈, 모든 걸 추악하게 만드는 돈! 그는 자신의 형이 죽는다면 형의 부인에게 떨어질 이익을 빠르게 계산했다. 그리고 그는 웃었겠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는 미친 듯 배를 잡으며 구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빌어먹을 돈. 그러나 태민은 삼촌에 대한 혐오감과 함께 저 자신에 대한 끔찍한 자기혐오를 느꼈다. 자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묵인하고 있다.

 

 

 

 그때부터 태민은 기기묘묘한 죄책감과 압박감을 느꼈다. 그러고 나서, 태민은 제 아비를 보기 시작했다. 자신의 어깨에 원망이라도 하듯 올라타 있는 야차를. 그 이후로 태민은 아비의 앞에서 밥을 먹고 씻고, 자고, 욕을 하고, 마약을 하고, 자위를 하고, 여자와 섹스를 하고 결혼식에서 어미에게 꽃을 건넸다. 어미 또한 아비의 앞에서 숙부의 다정함을 지껄이고 숙부와 데이트를 하고 밥을 먹고, 결혼을 했다. 모든 게 아비의 앞에 만연했다. 푸하하―. 태민은 웃었다. 태민의 아비도 웃었다.

 

 


* * * * * * *

 태민이 미치광이가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물론 여전히 태민의 정신은 수정같이 깨끗했으나 다만 영혼을 잃은 것 같았다. 술, 담배, 폭력, 섹스, 마약. 모든 게 지루해졌고, 모든 게 도를 지나쳐버렸다. 사람들은 걱정이라는 듣기 좋은 이름하에 태민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너 어디 아픈 거 아니니? 충격이 크지? 괜찮니? 등등. 십 원짜리의 무게도 되지 않는 위로를 받으며 태민은 더 허무해졌다.

 

 


 여전히 태민의 어깨는 무거웠으며, 태민은 여전히 제정신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잣대에는 태민이 지나치게 기울어보였던 것인지 태민은 지금 이 상황이 짜증나기만 했다.


 “그러니까 태민아, 한 번 검사만 받아봐.”

 

 

 여자의 애원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태민은 아랑곳 않고 직설적으로 말을 했다. 여자가 꺼리는 말이 분명하다.

 

 “제가 미친 것 같아요?”

 

 태민은 이 상황이 너무 황당하고 짜증나고, 웃겼다.

 

 “태민아……. 그런 게 아니잖아.”

 

 가증스러운, 아니 아둔한 여자. 진짜 미친놈은 내가 아니라 저의 옆의 독사라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그래, 태민아. 어머니가 걱정하시는데 한 번 가보기라도 해.”

 


 

 


 “닥쳐요!”


 
 태민이 시퍼런 안광을 내뿜으며 제 아비가 되어버린 숙부에게 일갈했다.


 
 “그까짓 정신병원, 이 지랄 같은 집구석에서 나가게 해주시면 언제든 가드리죠.”


 
 태민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는 눈빛이었다. 태민아! 태민을 만류하는 어미의 소리가 들렸지만 태민은 말없이 숙부를 노려봤다.

 

 

 

 

* * * * *

 

002

 


 어둠에게 먹혀버린 밤중이었다

 


 
 허억, 태민은 악몽에서 깨어났다. 목이 사정없이 갑갑했다. 그리고 사막을 머금은 듯 엄청난 갈증이 밀려온다. 싸늘한 원룸에는 한기만이 감도는데, 자신의 몸에는 땀이 한가득 이었다. 허억, 허억. 태민은 불현듯 엄청난 압박감에 내장이 터져버릴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끔찍함에 태민은 달려가듯 욕실로 향했다. 욕실로 향하는 도중 태민은 두 번이나 넘어졌다. 쾅! 미친 듯 문을 열어젖힌 태민은 싸늘한 물에 얼굴을 처박아 넣었다. 지독한 악몽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꿈에서 자신은 숙부를 죽이고 어미의 죽음을 방관했다. 끔찍한 피였다. 숙부의 몸에 칼을 박아 넣었던 영상이 아직도 빈틈없이 재생이 된다. 자신의 손에 묻었던 피까지도. 그러나 태민은 그와 함께 기묘함을 동시에 느꼈다. 태민은 진정된 숨을 고르고는 떨리는 손으로 세면대를 부여잡았다. 꿈에서 자신은 마치 관찰자라도 된 듯, 모든 게 아련하고 현실감이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숙부를 찌를 때조차 현실감을 느낄 수 없었고 눈앞에 누군가 흰 천을 씌운 듯 모든 게 부옇게 흐렸었다. 그건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보여준 듯한……. 생소함.
 

 


 그래, 생소함. 그건 생소함이었다. 태민은 찬찬히 고개를 들어 거울을 쳐다봤다. 초췌한 자신과 함께 여전히 악령 같은 아비가 제 어깨위에 있었다. 태민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제는 망자가 되어버린 불쌍한 넋. 불쌍한 사람. 자신의 아내에게 죽임당하고 자신의 동생에게 갈가리 찢겨진 불쌍한 영혼.

* * * * * * *
 

 


 
 someone like you. 카페에는 잔잔하면서도 느낌 있는 노래가 울려 퍼진다. 취향을 따라가듯 유명한 노래, 유명한 가수에 집착하는 사람들. 그럼에도 태민은 노래를 듣기위해 애를 썼다. I wish nothing but the best for you too Don't forget me, I beg I remember you said Sometimes it lasts in love…….But sometimes it hurts instead……….다 부질없는 짓이지.

 

 


 짜증이 난다. 태민은 카페에 앉아 눈알을 굴리고 손으로 제 머리를 툭툭 치고 혼자 정체를 모를 노래를 흥얼거렸다.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서였다.

 

 

 “왜 안 갔어?”
 
 남자는 저에게 물었다. 남자는 꽤나 준수하게 생겼다. 하지만 그 실상은 끔찍하고 짜증이 난다. 마치 벌레가 안쪽에서부터 갉아먹은 사과처럼. 꼭 버려야 하는 존재. 썩은 사과는 주위에 사과도 썩게 하기 마련이다.

 

 숙부가 무슨 소리를 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어미를 잘 구슬렸는지, 태민은 독립을 허가받았다. 그리고 태민은 정신병원에 가기를 강요당했다.


 
 “갔어요.”
 


 남자를 보며 태민은 남자가 뱀 같다고 생각을 했다. 미끌미끌하고 축축하며 음습한 뱀.


 
 “갔는데 검사를 안했죠. 조건은 병원에 가는 거였잖아요?”


 
 태민은 얄밉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신변잡기한 일이라도 말하는 것처럼 가볍게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 속의 말은 독을 품은 듯 날카롭기 그지없다.

 

 

 “요새 재밌어요? 내가 나가서 좋죠?”

 

 “…….”

 

 “우리 엄마 예쁘죠? 머리에 든 건 없지만 돈덩이로 무장을 했잖아요. 근데 솔직히 나이 차이 너무 나지 않아요? 그거 원조 아닌가?”

 

 태민은 정말로 모른다는 듯 순진한 얼굴을 해보였다. 허, 남자는 인상을 쓰며 웃었다. 태민의 순진한 태도가 우스운 것이었다.

 

 “나랑도 할래요? 남자라서 싫나? 근데 나 예쁘잖아. 엄마보단 내가 낫지 않아? 더 젊고 더 예쁘고 피부도 좋고, 똑똑하잖아. 솔직히 엄마는 너무 멍청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당신한테 속았겠지.”

 

 

 “무슨…!”

 

 “거짓말하지 말아요. 사실은 나랑 하고 싶으면서.”

 

 푸하하, 말을 끝마치고 태민은 웃어재꼈다. 남자의 표정이 더 이상 일그러지지 못할 정도로 일그러진 까닭이었다. 왜, 친자도 아닌데 하면 어때서. 태민이 흘린 듯 버린 한마디에 남자의 표정은 어느 새 험악하게 변해져있었다. 쳇, 정말로 친자도 아닌 주제에. 아버지처럼 구는 모양이 우습지 그지없다. 호적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데 예전부터 태민을 봐온 사람같이 구는 것도 짜증이 난다. 하지만 태민은 경멸을 참고선 순종적인 태도를 보였다.


 
 “알았어요. 병원, 갈게요. 가면되죠?”


 
 태민이 순순히 굴복했다. 그러자 남자는 순간 놀란 표정을 자아냈다. 역겨워. 태민은 부글부글 끓는 속을 애써 잠재우고는 남자를 이끌어 얼른 밖으로 나섰다. 카페에는 온기에서 썩은 텁텁한 공기가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어디서 할래요?”
 
 태민이 거두절미하고 말했다. 남자는 실소 지었다. 비웃음이 담긴 유쾌한 웃음이었다. 그리고 남자는 태민의 나뭇가지 같은 손목을 잡고 환락가로 향했다. 태민은 자신을 향해 아가리 벌린 욕망을 모를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 그리고 태민은 이 남자와 순순히 관계를 할 정도로 멍청하지도 않았고.

 

 

* * * *

003

 


 씨발, 태민은 욱신거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어떻게 자신이 원룸으로 걸어왔는지 대견할 정도였다. 몸에 구더기가 굴러다니는 것 같았다. 남자와의 관계는 처음이었던 몸이(물론 한 적은 있지만 깔린 적은 없었다.) 아픔을 호소한다. 골이 지끈거린다. 몇 시간을 잤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태민은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했다. 11시였다. 그리고 익숙한 번호로 문자 메시지가 와있었다. 태민은 닳은 가운데의 OK버튼을 눌렀다.
 


 [태민아, 오늘 2시에 00병원 예약 해놨어.]
 
 하아, 빨리도 행동하셨네. 태민은 어미가 보낸 메시지를 삭제하고 마른세수를 했다. 삐걱거리는 온몸의 뼈가 못이라도 박혀져있는 듯 대단한 고통을 선사한다. 휴, 태민은 나지막이 한탄하고 욕실로 간신히 걸어갔다. 아린 손목엔 빨간 줄의 흔적이 가득했다.
 


 
 아비와 숙부의 나이차는 20살이었다. 숙부는 늦둥이였고 아비는 그 때 사업을 구상하던 초기단계라서 자신의 어린 동생을 보러 갈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둘 사이에는 끈끈한 형제애는커녕 이웃사람에게 가질법한 호감조차 존재하지 않았고 그래서 숙부는 죄의식이 결여된 채로 아버지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었다. 지금의 숙부의 나이는 고작 35살이다. 그리고 어미의 나이는 47살이었다. 태민은 그 더러운 작태에 당연한 혐오가 들었다. 그리고 태민의 나이는 이제 20살이다. 태민도 이제 그 더러운 놀이에 가담하게 된 것이다. 아직 덜 영근 인간성을 가진 채로.
 


 태민이겐 아직도 아버지의 온기가 생생했다. 목마를 태워주던 커다란 손과 어머니 몰래 둘이서만 먹으러갔던 분식점의 음식이나, 태민이 울면 말없이 달래주던 커다란 등이, 아직도 태민에게만은 생생했다. 그래서 태민은 이를 악물었다.

 


* * * * * * *
 
 병원은 집과 충분히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태민은 예약을 했다고 간호사에게 알리고는 얌전하게 기다렸다. 간호사가 이윽고 태민을 이끌었다. 꽤나 큰 종합병원이었다. 태민은 간호사가 이끄는 방으로 들어섰다. 들어섬과 동시에 따뜻한 바람이 태민을 포근하게 감쌌다.
 
 “이태민 씨?”
 
 태민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따라갔다. 명패를 보니 의사의 이름은 김종현, 김종현이라고 적혀있었다. 태민은 그가 의사를 하기엔 아까운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김종현이란 남자는 준수한 외모를 가졌다. 그리고 선해 보이는 인상까지. 여러모로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태민은 안타깝게도 순순히 검사에 응할 마음이 없었다.
 
 차트를 뒤적이던 의사가 자연스레 말을 건넨다.
 
 “요새 힘든 일 있어요?”
 
 “힘든 일이야 누구든지 있죠.”
 
 태민은 시답잖게 대답했다.
 
 “태민 씨는 뭐가 힘든데요?”
 
 “음, 그건 제 사생활 이구요.”
 
 태민이 심상한 어조로 말했다. 의사는 태민의 비협조적인 모습에 눈썹을 조금 움찔거렸다.
 
 “요새 어디 아픈 덴 없고요?”
 
 “음……, 머리가 아픈데요.”
 
 “뭐 때문에요?”
 
 의사한텐 안타깝지만 태민은 사람을 가지고 노는 버릇이 있었다. 태민은 사람을 약 올리는 걸 아주 잘하고,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도 아주 잘한다. 태민은 변덕스럽고 못된 고양이와 비슷했다.
 
 “어제 아빠랑 섹스 했거든요. 그래서 그런가.”

 태민은 친근하지도 않는 숙부에 대한 친근감을 일부러 드러내기 위해 아빠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조금 짓궂기는 하지만, 이편이 더 재밌고 자극적이잖아? 태민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태민은 유심히 의사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조금의 혐오감이라도 내비치면 깔깔거리고 웃어줄 심산이었다. 그러나 의사는 선한 말투와는 다르게 의외로 강단이 있는 사람인지 별로 놀라지 않았다. 하긴 정신과의사가 되면서 미친놈을 질러도록 봤을 거다. 그게 점점 의사의 순수성을 마모되게 한 거겠지. 의사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장난하지 마세요.”
 
 “어, 장난 아니었는데. 장난 같았나요?”

 태민은 일부러 놀란 표정을 만들어냈다.

 “네.”
 
 “그럼 장난인거겠죠, 뭐.”
 
 태민은 어깨를 으쓱이곤 심상한 어조로 말했다.
 
 “별로 미친 사람 같지는 않은데.”
 
 의사가 태민을 보며 말했다.
 
 “네, 전 안 미쳤죠. 미치도록 제정신이죠.”
 
 “근데 왜 왔어요?”
 
 의사는 동정하는 기색도 없이 말을 이었다. 태민도 그 편이 훨씬 편했다.
 
 “다른 사람들 눈엔 미친놈인가 보죠, 뭐.”

 “왜 다른 사람들은 태민씨를 미친 것처럼 보는데요?”

 “자기가 미친 걸 인정하기 싫어서죠. 분명 누구 한명이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는데, 누군지 알 수가 없으니 결국 다른 사람을 미친 것으로 만들어야 마음이 편하겠죠.”

 

 

* * * *

004


 지이잉, 병원을 나오자 소음을 싫어하는 태민이 진동으로 설정해놓은 핸드폰이 미약하게 울린다. 분명 태민의 망나니 친구들일 것이다. 태민은 반가우면서도 꺼려지는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태민, 어디냐.]

 익숙한 음성이 한차례 귓전을 때린다. 태민은 상대를 금방 알아차렸다.
 
 “아,…김종인.”

 태민은 느릿하게 반응했다.

 [왜 그렇게 멍하냐.]

 종인이 타박하는 어투로 말을 뱉는다. 그러나 태민은 종현의 말을 가볍게 넘긴다.

 “별로.” 

 김종인, 종인은 흔한 말로 싸우다가 친구가 되어버린 아이였다. 태민은 체구가 왜소했으나 자기 자신을 내려놓으며 싸웠기에 꽤나 싸움을 잘하는 편이었다. 태민은 싸울 때만큼은 남의 상처도 자신의 상처도 신경쓰지 않는 미친놈이었고, 종인은 말 그대로 싸움꾼이었다. 종인과 태민의 근력과 체력은 현격히 차이가 나지만 종인이 태민에게 쉽게 주먹을 내지를 수 없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너무 미친놈의 눈빛이었기에. 태민이 자신의 머리통이 깨져도 계속 싸울 것만 같아서.

 [술 마시자. 애들 다 모였어.]

 지금은 꽤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만 예전엔 정말 태민은 미친개와 같았다. 그나마 조금 갱생하게 된 것도 종인 특유의 친화력 덕분이리라.

 “대낮에 무슨.”

 태민이 가볍게 사양을 한다. 하지만 종인은 다시 말을 이었다.

 [여기 H클럽이야. 빨리 와.]

 그리곤 뚝, 망할 김종인. 태민은 인상을 한번 구기고는 익숙한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어, 이태민!”

 클럽 안은 시끄러운 비트와 정신없는 사이키 조명의 빛, 소란스런 소리가 가득했다. 용케도 태민을 발견한 친구들이 여기저기서 그동안 살아있었냐, 죽은 거 아니었냐는 식의 야유 가득한 농이 들려온다. 클럽은 상당히 가벼운 느낌이었다. 그런데도 클럽 안은 어울리지 않는 프리다 칼로의 모작이 가득했다. 잘린 머리카락이 가득한 그림, 유산한 아기를 위한 그림, 화살을 맞고 쓰러져있는 사슴의 그림, 철을 박고 서있는 여자의 그림. 태민은 그림을 한참 바라보다가 종인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고는 종인의 옆자리에 가볍게 착석했다.

 “대낮부터 무슨…….”

 태민은 종인의 잔을 자신이 들이마셨다. 그제야 태민을 알아차린 종인이 태민을 반겼다. 그리고는 웃으며 마리화나를 건넨다. 어쩐지 아까부터 이상한 냄새가 나더라니. 할래? 종인의 물음에 태민은 웃으며 불을 붙이고는 마리화나를 한 모금 빨아들였다. 클럽에는 기분나쁜 연기가 가득했다. 후우, 태민의 입에서 몽환스러운 연기가 나온다. 종인은 그게 꼭 태민이 마법을 부리는 것만 같아서 물끄러미 태민을 쳐다봤다.

 “할래?”

 종인의 목소리가 한껏 간드러진다. 얼씨구, 김종인 눈웃음까지 치네. 태민은 어느 새 자신의 허벅지를 느긋하게 쓸고 있는 종인의 손을 웃으며 걷어냈다. 김종인과 이태민은 원하면 남자든 여자든 누구와도 박고 핥는 쓰레기 같은 녀석들이지만 태민과 종인은 조금 달랐다.

 “친구랑은 안하는 거 알잖아.”

 태민의 말에 종인은 인상을 썼다. 하긴 남녀노소 누구와도 질펀하게 구르는 이태민이 이런 곳에서 의외로 철두철미한게 이상한 걸지도. 종인과는 섹스진적까지 간적은 있지만 한 적은 없었다.

 “나 정도면 괜찮게 생긴 거 아니냐.”

 종인이 삐진 듯한 어투로 말을 뱉었다. 킥, 태민은 종인의 귀여운 모습에 실소를 터트렸다. 하긴, 종인은 잘생긴 편이었다. 태민의 취향이기도 했고, 친구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따먹었을지도 모른다. 태민은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종인의 얼굴에 돌진했다. 종인 또한 태민에게 다가온다. 태민은 종인의 입술을 삼킬 듯 키스했다. 종인 또한 이었다. 서로 혀를 섞고는 부드러우면서도 우악스럽게 혀를 놀린다. 으음, 태민이 기분 좋은 신음을 흘렸다. 종인은 키스를 잘한다. 종인에게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태민은 그가 키스를 잘하는 것이 제일 만족스러웠다. 종인과 입을 맞출 때면 기분 좋은 황홀경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사탕을 문 듯 한 달콤함마저 느껴진다. 태민은 사탕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한창동안 키스를 하는데 스윽, 태민의 사타구니 쪽으로 종인의 손이 다가온다. 태민은 가볍게 종인의 손을 저지하고는 자신의 손을 종인의 성기 쪽으로 들고 가 문질렀다. 주위의 따가운 야유와 환호성이 들린다. 사람들은 종인과 태민에게 애써 침을 뱉거나 더럽다는 둥 소리치지 않았다. 둘 다 미친놈에 가까웠으니 그러려니 하는 것이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 둘은 입을 뗐다. 태민은 종인의 팔을 애써 거두고는 자리를 떴다. 잘 있어. 태민이 얄밉게 웃으며 인사를 하자 종인은 한숨을 내쉬고는 이태민 저거 또 저러네, 라는 탄식에 가까운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태민은 종인이 어떤 묘령의 여인을 잡아 2층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는 완전히 자리를 떴다.

 

005


 종인과 태민은 태민의 집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과자와 TV를 수반한 시간 죽이기에 착수했다. TV에서는 철지난 액션 영화가 한창이었다. 어제 좋았냐. 태민이 종인에게 삼삼한 어조로 물었다. 어제 묘령의 여인과의 잠자리를 말하는 것이었다. 태민이 묻자 종인또한 삼삼한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어제 끝나고 샤워하러 갔는데.”

 “응”

 “내 버릇 알잖냐. 노래 켜고 샤워하는 거.”

 “엉 근데.”

 “욕실에 가서 핸드폰이 없는걸 알고 가지러갔는데”

 “어.”

 와그작, 와그작. 태민이 무심하게 과자를 씹는 소리가 들렸다. 종인은 태민을 따라 과자를 제 입안에 넣고는 말을 이었다.

 “그 여자가 피 묻은 손가락을 침대에 문지르고 있더라.”

 종인은 말을 하고는 자신의 손가락을 태민의 콧잔등에 문지르는 시늉을 했다.


 태민은 종인을 한번 쏘아보고는 말을 이었다.

 

 “손 치워라. 그나저나 독특하네. 거기에서 있을 정도면 구르고 굴렀을 여잘 텐데.”

 피 묻은 손가락, 침대 시트. 그게 말하는 건 단한가지다. 첫 관계가 아닌 여자들이 첫 관계로 위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

 태민의 흥미로운 기색과는 다르게 종인은 장난스럽지만 별 것 아니라는 태도로 말을 이었다.

 “그러게. 내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뭐래. 등신. 바보냐? 태민은 인상을 구기며 발로 종인을 까면서 과자를 입안에 넣었다. 말을 그렇게 하긴 했지만 사실 종인에게 이상한 매력이라도 있는지 종인과 잠자리를 한번 한 여자라면 모든지 종인에게 매달리고는 했다. 한 번은 여자가 자살 소동을 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용기있는 여자는 아니었던지 정말 소동으로만 끝났다. 그만큼 종인이 밤기술이 뛰어난 걸까.

 자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오늘 할 일 있냐?”

 “아니 딱히.”

 “밥 먹으러 안 갈래?”

 종인이 태민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 김종인. 그만 좀 만져. 태민이 쏘아보자 종인은 웃으며 넘기기만 할 뿐 손을 치우지는 않았다. 어휴. 태민은 한숨을 한번 쉬고는 말을 했다. 사실 종인의 스킨십은 너무나도 익숙한 것이라 이제는 별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는 게 정답이긴 했다.

 “갑자기 웬 밥.”

 “아는 형이 레스토랑 하나 차렸거든. 밥 한번 먹으러 오래서.”

 지금에야 말하는 거지만 김종인은 난잡하게 놀지만 꽤나 잘 사는 집안 자식이다. 원래 잘사는 집안의 금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이 평범한 사람보다는 난잡하게 노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태민도 몰랐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세상에 힘든 것도, 걱정 별로 없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 하는 짓이라고는 비생산적인 시간 죽이기 밖에 없다니. 하긴 돈은 있는데 걱정없는 인간들이 태반인 클럽에서 돈이 있는 사람이 많다는 건 어찌보면 당위성까지 가지고 있는 사실이었다.

 태민은 종인의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너 좋아하는 여자애들하고 가. 난 귀찮아.”

 태민이 떼어낸 손이 곧바로 태민의 머리카락으로 향한다.

 “그 형이 너 오랜만에 보고 싶대. 너도 아는 형이야.”

 “누구?”

 태민은 농락당하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애써 모른척하고 물었다.

 “최민호라고.”
 
 “그르냐. 근데 나 그 형하고 별로 안 친한데.”

 “그냥 네가 내 친구인 건 아니까.”

 최민호.

 민호의 부모님과 저의 부모님은 친구였다. 종인과 민호는 어쩌다가 만난 관계여서 꽤나 빨리 친해졌지만 태민은 민호와 부모님 때문에 만났기 때문에 별로 친해질 수 없었다. 민호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태민은 이상하게 부모님이 소개시켜준 답답한 관계에서는 별로 사람들과 친해질 수가 없었다.

 귀찮기는 하지만 가보는게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태민은 고민하는 어투로 말을 뱉었다.

 “아……. 귀찮은데.”

 “그르냐. 나 혼자 가?”

 “아냐 됐어. 기왕에 비싼 밥 한번 먹지 뭐.”

 요새 슬슬 레토르트와 인스턴트식품에 질리고 있던 터였다. 귀찮긴 하지만 오랜만에 입호강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언제 갈껀데?”

 “저녁 쯤? 그때까지 너희 집에서 시간 좀 죽이고 있지 뭐.”

 그 옷으로 가게? 태민은 종인의 옷차림을 훑었다. 나야 섹시해서 좋긴 하지만, 괜찮겠냐. 태민은 종인의 배를 손으로 쿡 찌르며 말했다. 종인의 옷은 어제 클럽에서 봤던 그대로였다. 화려하게 찢어진 청바지와 훤히 비치는 시스루. 종인은 자신의 옷차림을 쳐다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니 옷좀 빌리지 뭐.”

 “그러던가.”
 
 태민은 종인보다 호리호리한 편이었지만 태민은 약간 헐렁하게 입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사이즈는 아마 맞을 터였다. 그렇게 종인과 태민은 TV에서 방영해주는 철지난 무료영화 3개를 더보고 나서야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먼저 씻을래? 태민이 종인에게 물었다. 그러지 뭐. 종인은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같이 씻을래?”

 종인이 확 뒤돌아서서 태민을 향해 장난스레 물었다. 그에 태민은 종인에게 인상을 구기며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고는 방으로 종인에게 줄 옷을 찾으러 향했다. 이미 종인에게 줄 옷은 마음에 정해놓고 있었다. 저번에 산 파란색으로 색이 잘나온 블레이저가 있는데 저에게는 도저히 색이 맞지 않는 거 같아 고민이었는데 종인에게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태민은 블레이저 안에 입을 티셔츠와 청바지를 고른 다음 종인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아, 속옷도 없겠네. 태민은 서랍 밑쪽의 속옷을 하나 골라서는 꺼냈다. 어떻게 그냥 골랐는데 속옷 색까지 파란색이었다. 파란색은 개인적으로 태민이 좋아하는 색이었다 . 그런데 이상하게 태민 자신이 입으면 별로인 것 같아서 사놓은 것만 많지 입는 건 별로 없었는데 종인은 파란색이 정말 기막히게 잘 어울려서 태민이 사놓는 파란색의 옷은 거의 종인의 선물로 들어가는 편이었다.

 

 태민이 옷을 골라놓고 시답잖은 생각을 하는 사이 다 씻었는지 방으로 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아니나 다를까 샤워가운을 입은 종인이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로 문을 열고는 웃으며 들어섰다.

 

 “어떠냐. 오빠 씻으니까 더 뿅갈 거 같지 않냐.”

 

 등신이. 확실히 물에 젖은 종인이 섹시하긴 했지만 가끔가다 종인은 자기를 여자로 착각하는지 종종 오빠라는 호칭을 쓰곤 했는데, 태민은 그에 지지 않고 종인을 등신, 병신, 등등 욕을 뱉고는 했다. 태민은 종인에게 티셔츠를 주워 던졌다. 얼른 입기나 해, 등신아.

 “어, 나 속옷은?”

 

 “자.”

 

 

 태민은 찾아뒀던 포장도 뜯지 않은 드로즈를 종인에게 건넸다.

 

 “나 드로즈 안 입는데. 난 트렁크만 입어. 드로즈 불편하잖아.”

 

 “취향 촌스럽긴. 요새 누가 트렁크를 입냐.”

 

 “드로즈는 나랑 안 맞아. 영 불편해서.”

 

 

 “입다보면 드로즈가 더 편해. 바지라인도 더 살고. 그냥 잔말 말고 입어, 그것밖에 없어.”

 

 

 알았어. 너를 위해 오빠가 희생한다. 어때, 오빠 더 멋지지? 하여간 김종인. 무슨 팬티 입는 거 갖고 유세야. 태민은 종인에게 얄밉게 쏘아붙이고는 욕실로 들어섰다.


 욕실로 들어서자 부연 김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거울에도 잔뜩 김이 서려있어서 무엇이든 간에 뚜렷이 형체가 보이지 않았다. 아, 어쩐지 어깨가 아프더라니. 태민은 급한 대로 휴지를 뜯어 거울의 김을 닦아내고는 선명해진 거울을 쳐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여전히 형형한 형상을 하고 있는 아비가 보였다. 부연 김이 만연해서 그런 걸까. 평소보다 비통한 표정이 태민의 시야에 담겼다.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태민은 애써 거울에서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거울이 자신을 나무라는 것 같았다.

 “저도 그렇게 기분이 좋진 않아요.”

 

 

 욕실엔 태민의 목소리만이 메아리처럼 울렸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혼잣말을 한다고 여길 것이다.

 “아무리 굴러먹은 놈이라지만 호적 상 아버지랑 배 맞추고도 멀쩡할 인간은 아니니까.”

 

 

 솨아아. 태민은 물을 틀었다. 흐르는 물에 닿은 손목이 따끔거렸다. 어깨가 더 무거워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태민은 빠르게 몸을 씻고는 허리춤에 수건 하나를 차고는 밖으로 나섰다. 태민에게는 샤워가운이 세 개 있었지만 하나는 도저히 입지 못할 얼룩 때문에 버리고 다른 하나는 종인에게 또 다른 하나는 건조 중인 탓이었다.

 

 종인은 방에 없었다. 부엌 쪽에서 소리가 나니 물이라도 마시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제 다가오는지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왜 이렇게 말랐어.”

 

 

 태민은 뒤에서 들리는 종인의 소리가 몸을 돌렸다. 그러자 종인이 뒤돌은 태민의 갈비뼈를 쓰다듬었다.

 

 “앙상하네. 밥 안먹냐?”

 


 “너도 그렇게 살이 있는 거 같지는 않은데.”

 

 태민이 종인의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그러자 곰살맞게 웃으며 종인이 말한다.

 

 “이 오빤 근육이고.”

 

 종인이 얄밉게 태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너 잘났다. 태민이 불퉁하게 말을 뱉었다. 어느 새 종인은 옷을 다 입고 갈 채비를 모두 끝마친 상태였다. 태민은 대충 옷장을 뒤적여 입고 갈만한 옷을 꿰어 입었다. 사실 태민은 자신이 입는 것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었다.

 

 “머리 안 말려?”

 

 “가다보면 마르겠지.”

 

 “감기 걸릴라.”

 

 

 “걸리라지 뭐.”

 

 “하여간 이태민. 아파봐야 정신을 차리지. 차 있어?”

 

 “밑에.”

 

 태민은 자신이 스무 살이 되고 받았던 차를 떠올렸다. 태민이 운전을 하지 못하는 까닭에 꽤나 오랫동안 잠들어 있는 차였다. 가끔씩 쓰는 날이라고 해봐야 종인이 쓰는 게 다였고, 오늘도였다. 종인은 능숙한 솜씨로 차를 운전했다. 차는 한눈에 봐도 세운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건물에 멈춰 섰다. 종인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한달음에 건물 내부로 다가갔다.

 

 “형!”

 

 종인이 밖에 나온 민호를 보고 반갑게 소리쳤다. 민호또한 종인을 반갑게 맞이했다.

 

 “요새 하도 안보여서 죽었나 싶었다. 용케 살아있었네.”

 

 “형이야말로. 요새 수진이 누나가 형 때문에 앓는 소리 하던데.”

 

 “아, 수진이랑 깨진지 꽤 됐어. 이제 민희로 갈아탔다.”

 

 “작작 좀 만나. 슬슬 이제 형도 결혼해야지 않겠어?”

 

 “얌마, 남자나이 28이면 젊은 편이야.”

 

 “노계. 그 외모 훅 가기 전에 정신 차려. 그 외모 없으면 형 좋다는 여자도 없는 거 알지?”

 

 “내 외모는 훅 안가.”

 

 “그래, 잘났다.”

 

 

 그렇게 한참을 투닥거리다 그제야 저를 발견했는지 민호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어, 태민이 오랜만이네.”

 

 아, 잘생겼다. 태민은 민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인사에 답했다.

 

 “네 형도 오랜만이네요.”

 

 “김종인 때문에 고생 많지? 이 자식 고등학생 때도 치라는 시험은 안치고 사고만 주구장창 치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떨지 상상도 안긴다.”

 

아, 뭐래. 종인이 민호에게 가볍게 타박한다. 그러고는 곧바로 화제를 돌리는 모양이 저도 찔리기는 했나보다.

 

 “빨리 밥이나 먹고 가야겠다. 당연히 공짜지?”

 

 “돈도 많은 놈이 짜기는. 알았어.”

 

 “돈도 많은 놈이 짜기는.”

 

 종인이 민호의 말을 그대로 받았다.

 

 “하여간 김종인 까분다. 넌 조금만 먹어라. 아, 태민이는 많이 먹고.”

 

 민호가 장난스레 말했다. 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는 여전히 간헐적으로 귓가를 간지른다.

 

 “아, 나 또 아는 얼굴이 보여서 가봐야겠다. 나중에 보자.”

 

 민호가 황급히 자리를 뜨자 웨이터가 종인과 태민에게 자리를 인도했다. 자리에 착석하자 웨이터가 메뉴판을 내려놓았다.

 

 “뭐 먹을래?”

 

 종인이 물었다. 종인은 항상 제가 먹는 게 정해져 있다는 걸 알면서도 묻곤 했다. 태민이 종인의 물음에 여느 때와 같은 대답을 하려는 찰나 익숙한 목소리가 태민의 귓가를 강타했다.

 

 “민호가 왔다고 하더니 정말이네!”

 

 반가움이 듬뿍 담긴 목소리였다. 태민의 얼굴이 굳었다. 오랜만에 보는 그녀는 더 젊어진 것 같았다. 오랜만이라고 해봐야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지만. 보톡스라도 맞았나.

 

 제길, 태민이 미간을 찌푸렸다. 숙부를 보고 나서였다. 저 인간도 있네.

 

 “어 종인이도 있었구나. 아줌마 기억하니?”

 

 태민과 숙부의 불편한 기류를 감지하지 못한 어미가 종인을 보며 상냥히 말을 걸었다. 그에 종인도 웃으며 화답했다.

 

 “당연히 기억하죠. 아줌마는 여전히 예쁘시네요.”

 

 저런 말을 40대 여자에게 잘도 뱉는구나 싶다. 입에 기름칠이라도 했냐? 태민은 애써 종인을 향한 타박을 삼켰다.

 

 “무슨. 이제 나도 주름이 가득한데.”

 

 “여전하신데요, 뭘.”

 

 “말만이라도 고맙네. 태민이랑은 잘 지내니? 우리 애가 많이 내성적이라서.”

 

내성적이 아니라 냉소적이죠. 종인의 말에 종인과 어미가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맞아. 태민이가 좀 그래. 요새 들어 더 그렇더라. 무슨 일이라도 있나.”

 

 “태민이가 워낙 말을 안 하니 알 수가 있어야죠.”

 

 “그렇지. 합석해도 괜찮겠니? 불편할 건 알지만 태민이가 워낙 오랜만이라.”

 

 “당연하죠. 앉으세요.”

 

 벌떡―. 종인이 대답하고 나서 참지 못한 태민이 마침내 일어섰다.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간다. 짤막하게 종인에게 말을 내뱉고는 태민은 뛰다시피 걸어 식당을 벗어났다. 뒤에서 당황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아랑곳 않았다. 문밖의 민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태민은 그런 민호에게 대충 인사를 하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린다.

 

 

 “…민. ……이태민, …이태민!”

 

 홱. 순식간에 따라온 종인에 의해 순식간에 몸이 돌아갔다. 어쩔 수 없이 보게 된 종인은 화가 나 보였다. 뭐에대해? 알 리가 없잖은가.

 

 

 “오랜만에 본 아주머닌데 꼭 그렇게 굴어야겠어?”

 

그것 때문에 화가 난 걸까.

 

 “일주일도 안 됐어.”

 

 

 “그래도 얼마나 반가우셨겠어.”

 

 “난 싫어.”

 

 “뭐가?”

 

 “먹다가 체할 것 같다고. 너도 봤잖아.”

 

 “뭘?”

 

 “새 아빠.”

 

 “…….”

 

 종인이 말이 없었다. 아, 엄마가 재혼했다는 거 안 가르쳐줬나. 결혼식은 호화스럽지만 꽤나 비밀스럽게 치뤄졌기 때문에 종인에게 말하는 걸 잊어버린 것 같았다. 요새는 두 번 결혼하는 게 흠은 아니지만 상대가 남편의 동생이라는 이야기가 다르다. 여전히 굳어있는 종인을 태민이 가볍게 한 대 쳤다. 태민이 먼저 걸어가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한 종인이 소리치며 태민에게 뛰어왔다.

 

 “왜 그걸 말을 안해!”

 

 한달음에 종인이 가까워졌다.

 

 “그게 뭐 자랑거리라고.”

 

 “흠은 아니잖아. 결혼식에 나 초대했어야지.”

 

 “별로, 안 내켜서.”

 

 “아저씨랑은 이혼하셨냐.”

 

 꽤나 민감한 사항이지만 종인은 흘러가는 투로 물었다. 태민또한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뭐, 그 비슷한거.”

 

 “그러냐. 다음부터는 이야기 좀 해. 이 오빠 입이 그렇게 싸보이냐?”

 

 “엉.”

 종인의 장난스런 어조에 태민또한 장난스레 대답했다.

 

 “아, 배고프다. 니가 밥 사.”

 

 “니가 사.”

 

 “지갑 안 들고 왔단 말이야.”

 

 “니가 나가놓고 왜 나한테 그러냐.”

 

 “아, 몰라몰라. 빨리 가자. 배고파.”

 

 태민이 종인의 말을 무시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에 종인도 웃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태민의 뒤를 따랐다.

 

 

됴르르........엔터치기 귀찮아...걍 봐요

죄송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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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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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카탬이들 ㅎ홈에서 이미 봤지만 한번 더 봤어여.. 자까님 내 사랑 받으세여 진짜ㅜ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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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이거 뭐에요ㅠㅠ 진짜 금손이시네요 어쩜이래요ㅜㅜㅜ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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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진짜 금손.......대박.......진짜 대박이라는 말밖에 안나와요.....다음편 있겠죠? 있어야되는데ㅠㅠㅠㅠㅠㅠㅠ엉엉어유ㅠㅠ제암호닉 민들레에요...받아주세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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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ㅠㅠㅠㅠㅠㅠ블로그에서봤었는데 여기계셨구나ㅜㅠ작가님스릉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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