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썼던 조각과 이어지는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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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흐릿했던 눈이 뜨이자 나를 감싸고 있는 멤버들이 보였다. 천천히 멤버들의 얼굴과 눈동자를 살폈다. 불편함과 이질감 따위는 없었다. 혹시 지독한 악몽이었나 싶어 기억을 되짚어 봤다.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하고 자극적이었다.
"이제야 일어나네, 빨리 준비해"
13일 8시 33분…그때와 같은 날짜, 다른 멤버들이 하나 둘 내 방을 나갔다. 자리에서 일어나 거칠어진 피부를 쓸었다. 옆으로 고갤 돌리니 벽에 기대어 나를 보는 지호가 있었다. 내 손목을 잡고 연신 알 수 없는 눈빛을 쏘아대던 지호가 생각났다. 바닥을 쓸며 내가 걸음을 옮긴다.
"아프다고 풀어주니깐 늦잠이나 자고 너무 게을러진 거 아니야? 정신 차려"
내가 느낀 불편함은 저것 때문이었을까, 다정했던 낯선 지호와는 달리 거칠어진 지호의 행동은 날 아프게 만들었다. 낯선 그와 같이 날 조금 더 부드럽게 대해줄 순 없는 건가. 무엇이 그의 눈에 색안경을 씌운 걸까.지호와의 첫 만남, 그리고 지금까지 그는 날 질겅질겅 껌 마냥 씹다가 뱉었다가 다시 씹다가 뱉기를 반복했다. 곧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쾌락이 담긴 생리 현상을 처리하자 축 늘어진 눈꼬리가 눈에 띄었다. 다시 내 앞엔 어제의 낯선 내가 서 있었다. 그는 행복해 보였다. 나와는 달리 매끄러운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머리도 헝클어져 있지 않았다.
"우지호."
무엇보다 우지호, 내가 어제 보았던 낯선 그와 함께 연신 웃음을 짓고 있었다. 씨발, 애써 외면하고 밖으로 나왔다. 지나가는 곳곳 번쩍이는 곳엔 낯선 나와 네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이태일 어디 아파? 애가 왜 이리 정신을 못 차려"
숨이 막혀왔다. 가빠지는 호흡을 진정시키지도 못한 채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질감, 불편함 모든 것이 그때와 같지는 않았다. 지호가 짜증을 담은 얼굴로 나를 일으켰다. 나를 잡은 손에선 살기가 가득했다. 나를 잡은 지호를 뿌리치고 다시 화장실로 향했다. 그곳엔 여전히 낯선 나와 네가 나를 보며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나와, 네가 뭔데 그렇게 행복해? 넌 다른 나일 뿐이야 내가 아니야…그러니까 나와 내가 그곳에 갈 거야."
이질감이 다시 온몸을 덮쳐왔다. 다시 두통이 시작됐고 구토감이 몰려왔다. 단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입꼬리를 올려 걸음을 옮겼다. 낯선 내가 나와 같이 걸음을 옮겼다. 행복했다, 너도 그렇지? 행복하지? 낯선 나도 나와 같이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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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애슐리 가자는데 좀 정떨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