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4월의 봄날이다.
온몸에 따스하게 닿아오는 햇빛이 결국 벤치에 내 몸뚱이를 뉘여버렸다.
선생님께 아프다고 거짓말까지 치며 온 곳은 옥상이었다. 이 학교 학생이라면 언제나 개방되있는 곳.
신기하게도 교직원들은 옥상에 잘 오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자유와 휴식의 공간이라며 선전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선전하기 위함인지는 몰라도, 결론은 거진 모든 수업시간에 옥상은 텅 비어있다는 말이 된다. 특목고는 아니었지만 비평준화라는 이유로 공부 좀하는 학생을 대부분 끌고 온 학교이다. 일진, 양아치, 이런 걸리적거리는 존재도 없다.
있다고 해도 쉽게 깨져버리지 않을 모범생 오오라들에 자포자기하여 얌전히 생활하겠지. 절대다수는 혹여 있을 잉여들까지 그들에 포함되도록 했다.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바람. 아름답게 흩날리는 벚꽃들.
아무도 없는 이 곳에서 느끼는 향긋한 봄날의 정취는 참 기분 좋았다.
그렇게 한껏 봄에 만취했을 때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수업시간인데 안들어가고 뭐해..""또 말 끝 흐리는 거봐.""...어쨌든...""너도 수업시간이면서 왜 왔는데.""..."정택운은 늘상 조용했다. 신학기, 그를 처음 만나고 니새끼는 시크한 컨셉으로 가냐면서 웃고 장난치다가 너무나도 일방적인 사이에 그냥 헤어져버렸다. 헤어졌다고 하니까 무슨 연인이라도 되었던 사이같은데, 말 그대로 그냥 헤어진 거다. 중고등학교는 반마다 서로 무리지어 노는 그룹들이 있기마련이다. 지난 학년 때 친구들과 꽤 많이 붙어서 그대로 놀려다가 택운까지 그룹에 들어올 뻔, 하다 그렇게 헤어진 거다. 얼굴도 저정도면 잘생긴 편인데 택운이 친구를 만들지 않는 이유는 아마 내성적인 성격 탓만은 아닐 것이다. "정택운.""...뭐.""진심으로 궁금해서 묻는 건데, 너 왜 혼자 다니냐.""...""혼자 다니는데 왕따는 아니고. 외로워보이지도 않고. 근데 친구 만들 생각은 없어보이고. 진짜 컨셉이라도 잡았냐? 쓸쓸한 가을남자?""지금... 봄이야.""아, 그런 소리가 아니잖아. 4월인 거 누가 몰라. 날씨가 좀 춥긴 해도."그러고 보니 아까보다 바람이 좀 더 차가워지긴 했다. 따뜻하긴했지만 더 추워질지도 몰랐는데. 점점 느껴지는 으슬함에 마이를 안 가져온게 참 후회스러웠다."추우면.. 내 마이나 덮던가.""오 땡큐.""너 추워보여서 주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좀 더워서.. 그런거야. 막 계집애처럼 오해하는 거 아니지..? 오해하지마라.""뭔 오해를 해. 그나저나 너 이렇게 길게 말하는 거 처음본다.""...""갑자기 조용해지네. 허허.."택운이 건네준 마이는 따뜻했다. 마이 안 입고 있으면 좀 추울텐데. 그러고보니 택운은 조끼도 입지 않았다. 해가 질랑말랑하는데 와이셔츠 하나만 덜렁 입고 있으니 어째 미안하고."야 정택운 추운데 마이 그냥 입지 그래? 괜히 걱정스럽네.""어, 어?""걱정되니까 마이 그냥 입으라고. 좀 이따 어차피 내려갈건데 뭐.""아..""내가 전에 바보같은 표정 짓지말랬잖아. 가뜩이나 말도 없는애가 얼빠져있으면 진짜 바보같아보인다."벚꽃나무에서 벤치 뒤 쪽의 택운에게 시선을 옮겼더니, 그의 얼굴은 사과마냥 엄청나게 붉어져 있었다.
...그렇게 추웠나? 말하지.
쓰고 나니 엔택같다... 짧고 고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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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