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ck 'em up
: 그것들을 다 빨아들여 :
w.카딜
여기에선 두 가지 의미에요.
뱀파이어니까 그것='피' 를 빨아들인다는 뜻도 있고 성적인 표현도 있고.
04
"저기요...어디 가는 건데요..."
꼼짝없이 낯선 남자의 차에 몸을 실은 경수는 큰 눈을 도르르 굴리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멍청아..이미 차에 타 놓고 경계하면 뭐해, 이 차를 타지 말았어야지! 경수는 아무런 대응없이 차에 몸을 실은 자신을 책망하며 창문에 머리를 콩콩 찧었다.
"그렇게 해서 깨지겠어요?"
"네?"
"창문이라도 깨고 도망가려고 그런 거 아니었나."
"아.아니에요!"
"원래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요? 모르는 사람 차에도 경계심없이 척척 타고."
그건....그 쪽이 아주 안 타면 잡아먹을 듯한 포스로 쳐다보니까...
경수는 남자를 마주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경찰서에서 나와 거리를 걸으며 머리 속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제 앞길을 막았다. 고개를 들어 얼굴을 쳐다보니 히익. 제 키보다 20cm는 더 커보이는 외국모델같은 남자가 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에 길을 비켜주려 몸을 피한 경수는 옆으로 비킨 저를 따라와 다시 제 앞에 자리 잡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저한테 무슨 볼 일 있으세요?' 제 말엔 대답도 하지 않고 한참동안 제 얼굴만 바라보던 남자는 '진짜 디오랑 똑같잖아.'란 말과 함께 바로 옆 도로변에 주차되어 있던 슈퍼카의 조수석 문을 열며 나를 쳐다보았다. 타라는 말은 없었지만 무언의 압박이 느껴졌다. 그의 행동과 눈짓은 꼭 '이 차에 타지 않으면 널 어떻게 할 지도 몰라' 란 아주 무지막지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차에 타긴 했는데...경수는 영 이 상황이 찝찝하고 무서웠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 차에 이렇게 덥석 덥석 타버리다니...타면서도 불안해서 번호판이라도 외워두려 했지만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번호판이 없는 슈퍼카는 경수가 이렇게 불안에 떠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이름이 뭐에요?"
"저, 저요?"
"네. 너요."
"도..경수요.."
극도로 긴장한 상태에서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남자에 놀라 말을 더듬었다. 아, 창피해.. 근데 나 모르는 사람인가? 내 이름도 모르는 거 보니까 나를 모르는 사람인 것 같은데. 대체 왜 나를 이 차에 태운거지? 그리고 아까 나 보고 뭐라고 했었는데...아. 기억이 안난다. 뭐랑 똑같다고 했었는데? 아는 사람이랑 닮았나?
ring ring ring-
벨소리? 전화가 오는 소리에 제 휴대전화를 찾으려 주머니를 뒤져보았지만 휴대전화는 찾을 수 없었다. 어디갔지?
"니꺼 아니고 내 전화."
전화를 찾는 저를 보고 자신의 전화라 말한 남자는 익숙한 듯 귀에 꽂힌 블루투스 이어폰의 버튼을 눌렀다. '왜. 아니. 지금 가고있다니까.' 등의 말들을 내 뱉은 남자는 얼마 뒤 전화 속 상대방이 소리라도 지르는 지 인상을 찌푸리며 이어폰을 귀에서 빼냈다. 곧이어 차 안에 전화 속 상대방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리스!! 나 살려줘!!!
-크리스 지금 루한 데리고 경찰서로 갈거야! 잘했지? 올 때 버블티 사와!!
-야! 나와봐! 내가 전화 걸었잖아!
"루한, 타오, 카이. 차례대로 얘기해봐. 동시에 말하니까 시끄럽기만 하고 하나도 안 들려."
-나부터 얘기할거야! 크리스 버블티 꼭 사와야해 알았지? 응?
"알았어 집에 가기전에 들려서 사갈게."
-루한. 넌 할 말 없지? 타오 이제 나 말할 거니까 루한 데리고 저리꺼져.
-멍청아. 너나 꺼져.
-아오. 쟤 한국말 누가 가르쳤어!
-카이. 너한테 배운거야.
"카이 소리지르지마. 누가 내 옆에서 통화 내용 다 듣고 있거든."
경수는 정신이 없었다. 제 옆의 남자가 귀에서 이어폰을 빼냄과 동시에 차 안은 소란스러워졌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여러사람이 동시에 하는 말은 말이라기 보단 소음에 가까웠다. 아..이 남자 이름이 크리스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통화 내용을 함께 듣던 경수는 애교섞인 목소리들 사이에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 하나에 귀를 기울였다. 낯 익은 목소리다.
-제대로 찾았어? 다른 애 데리고 오는 거 아니지?
"걱정마. 디오랑 아주 판박이라 다른 애 데리고 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거 같으니까."
...? 디오...? 아까 나랑 닮았다는 게 디오란 사람이었구나. 디오..어디서 들었더라? 익숙한데. 나 이 얘기 들어본 적 있는데..?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곰곰히 생각하던 경수는 이윽고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몸이 굳었다.
-제대로 찾았네. 이따 보자.
이따 보자? '다음에 또 보자' 전화 속 남자의 말에 골목에서 보았던 그 남자가 떠올랐다. 그 남자다. 그 남자의 목소리야. 골목길...살인자!!!! 경수는 몸이 덜덜 떨려왔다. 짧은 순간 경수의 머리 속에는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신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진술까지 했으니 자신을 잡아 없애려는 것이다. 저도 모르게 휴대전화를 향해 소리 질렀다.
"당신..당신...아까 그 살인자지!!!"
갑자기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소리를 지르는 경수에 당황한 크리스는 통화를 종료했다. 카이 이 자식 대화도 했었나. 카이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모양이다. 목소리만 들었는데도 겁에 질려 온 몸을 떠는 경수가 안타까웠다. 죽이려 하는 건 아닌데..저렇게 무섭나. 아무리 인간들 틈에 오랫동안 의사로 생활해 온 크리스일지라도 죽음에 대한 공포가 어떠한 것인지 정확히 알 리가 없었다.
"세..세워주세요. 차 세워주세요. 내릴래요!!"
"죽이지 않아."
"세워달라구요!!!"
"차는 세우지 않을거야. 정 내리고 싶으면 문 열고 뛰어내려. 문은 잠그지 않았으니까."
미소를 지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다지 다정한 말이 아니었다. 경수는 달리는 차 안에서 뛰어내릴만큼 대담한 배포를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것을 눈치 챈 크리스는 극도의 긴장상태인 경수를 살살 달래기 시작했다.
"널 죽이려 데려가는 게 아니야. 널 살리기 위해 데려가는거지."
"알아듣게 말해요."
"너 카이 흡혈하는 거 봤지?"
"....네."
"원래 넌 그 자리에서 죽었어야 해."
넌 벌써 죽었어야 했다며 이야기하는 남자의 표정이 즐거워보였다. 그래서 무서웠다. 소름이 돋았다. 죽음에 대해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경찰들은 니 말을 믿어주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힘 빼지말고 이 사건이 잠잠해 질 때까지만 우리랑 같이 있어."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을게요. 경찰에도 다 거짓말이었다고 할게요!"
"우선 집으로 가자. 카이가 널 보고싶어 하거든."
내 의사는 상관없는 대화가 이루어졌다. 일방적으로 걸어오는 대화. 결국 돌아가는 건 포기하고 조용히 남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죽이지 않는 말은 거짓이 아닌 것 같았으니까...적어도 그렇다고 믿고 싶었다.
꽤 오랜시간 달리는 차안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생각해도 난 대책없는 놈 같다. 납치범과 한가로이 이야기라니...
크리스는 내가 본 것들이 사실이라 말했다. 내가 본 남자는 카이라는 남자이며 그와 자신은 뱀파이어라고. 그리고 지금 이 차가 향하는 곳은 자신의 집이며 그 곳엔 자신과 카이 외에 세 명의 뱀파이어가 더 있다는 조금 무서운 이야기도... 카이라는 남자는 텔레포트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연기처럼 사라졌다고 느꼈나보다. 믿기지 않지만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내 눈으로 직접봤으니까...
*
"오형사님 도경수란 학생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데요?"
집에 데려다 주겠다는 걸 거절하길래 그냥 보내긴 했지만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를 혼자 다니게 하는 게 내심 마음에 걸렸던 세훈은 경수가 경찰서를 나서자 마자 경수의 부모에게 전화를 해 집에 도착하면 자신의 휴대전화로 집에 도착했다는 전화 한 통을 넣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두 시간이 지나도 자신의 전화는 울리지 않았고 이윽고 경수가 사라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휴대전화 위치추적 해봤어?"
"그게..세 시간 전 경찰서가 마지막이에요. 진술하면서 전화를 꺼놨었나봐요."
"우선 경찰서에서 도경수학생 집으로 가는 경로에 있는 모든 cctv 확인해. 시간은 세 시간 전부터."
세훈은 안 그래도 시체가 없어져 혼란스러운 이 사건에 유일한 목격자까지 사라진다면 정말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이 되고 말거라는 생각에 머리가 아팠다. 김반장님이라도 계셨으면 좀 덜 혼란스러울텐데 이번 사건에 배치 될 검사를 만나러 간다며 자리를 비운 지 벌써 다섯시간 째다. 김반장님은 언제 오나 싶어 입구를 바라보던 세훈은 경찰서 입구에서 안쪽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낯선 사람을 발견하곤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
"한국어 못해요?"
무슨 일로 왔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길래 고개를 숙여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았더니 한국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머리가 밝은색이긴 해도 영어권 나라는 아닌 것 같은데...
"japanese?"
"저 중국 사람이에요. 루한이에요."
일본인이냐는 질문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눌한 발음으로 자신은 중국 사람이라 말하는 남자에 세훈은 놀랐다. 한국말을 할 줄 아는 것도 놀라웠지만 남자의 생김새도 굉장히 놀라웠다. 자신이 생각하던 중국사람들과는 다르게 생겨서...그동안 제가 중국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나. 생각하며 세훈은 남자를 경찰서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무슨 일로 왔어요? 길을 잃었어요?"
"...저는 사람 죽이는 거 봤어요. 무서워서 여기에 왔는데 뭐라고 말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천천히 말해봐요. 언제 어디서 일어 난 사건이요?"
"오늘 낮에.. 한남동에서요"
새로운 목격자가 나타났다. 어쩌면 이번 사건을 빠르게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훈은 준면에게 보고하려 꺼냈던 휴대전화를 잠시 내려놓고 루한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일단 확실한 목격자가 맞는지 걸러내야 한다. 경수에게 1차진술을 확보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대충 비교하며 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어떤 부분을 목격했는 지 본 그대로 순서대로 말해줘요."
"낮에 한국어 공부를 하려고 친구랑 독서실에 갔어요. 중간에 답답해서 옥상에 올라갔는데 아래를 내려다 보니까 어떤 사람 두 명이 뽀뽀 하고 있었어요."
"잠깐만요. 김종대! 오늘 사건 일어난 골목 옆 빌라가 무슨 건물인지 알아보고 cctv 확인해서 이 사람 찍혔는 지 확인 좀 해줘. 말 끊어서 미안한데 확실하게 해야해서요. 신분증 있어요? 한국에 여행 온 거에요, 아님 계속 지내는거에요?"
"저 지금 신분증이 없어요. 근데 한국어 공부하고 있어요. 연세대 어학당에서."
"이름이 루한? 이라고 했죠."
"네."
"김종대. 연세대 어학당에 루한 이라는 학생이 있는 지도 알아봐줘. 사진도 같이."
"네!"
"루한...씨? 신분 확인되는 대로 진술 이어갈게요. 잠깐만 기다려요."
루한은 터질 듯 두근대는 심장에 숨이 막혔다. 찬열이 빨리 해야할텐데...들키면 안 돼. 물론 이제까지 찬열이 해킹에 실패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항상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카이, 너 때문에..씨이. 이 일만 해결되면 마구마구 괴롭혀줄거야. 다섯 중 제일 선하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루한이 경찰서로 오게 되었다. 크리스의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게 좀 찝찝하긴 했지만 그래도 찬열도 똑똑하니까...
근데 앞에 있는 이 남자가 자신에게 질문을 할 때마다 거짓말을 하기가 힘들어서 큰 일이다. 진짜..경찰은 무섭다니까... 잘 생겼어도 무서워.. 저를 경찰서로 끌고가려 하는 타오와 찬열을 말려주지 않은 크리스도 미웠다. 다 카이 때문이야! 빨리 말 하고 집에 가야지...
늦게와서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
불금+불토를 즐기다보니 오늘 완전 쭉 뻗어버려서ㅠㅠㅠㅠㅠ
오후에 겨우겨우 일어나서 마무리 했어요ㅠㅠㅠ
기다리신 분들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
늦었는데 스토리도 거지같아서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
계속 백현이가 등장 할 타이밍을 놓쳐서...
빠른 시일 내에 꼭 등장시킬게요!
럽라도 너무 느리게 진행되는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다음 화부턴 아주 팍팍 나갈게요!!
전편까지 암호닉 신청해주시고 신알신 해주신 분들 너무너무 감사해요 하트하트
암호닉 계속 받고 있으니까 계속 신청해주세요~
조각글 번외편은 조만간 나올 것 같아요.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 텍파로 보내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편에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제가 확인하는 대로 답글 달아드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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