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amor fati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그의 인상 쓴 얼굴이 첫 인상이었다. 워낙 남자에 관심이 없던 나였기에 사람들이 좋다, 좋다 떠들어댄 전정국이 저 아이인줄도 몰랐다.
그저 노려보는 듯한 눈빛이 무서워서 조용히 강의실로 들어갔을 뿐.
저 아이가 그 소문의 전정국이라는 사실은 어딜가나 친화력 좋은 김석진 덕분에 늦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여허~이게누구야~ 자랑스러운 우리의 과탑 전정국 아니야?”
바보같은 목소리로 전정국을 부르는 김석진에 혜윤이와 나는 모르는 척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너의 그런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아, 진짜 또 그러네. 하지마 이제 진짜 부끄럽다.”
실은 저 아이를 보고 전정국이라고 하는 석진이를 보고 첫인상 때문인지
‘역시 좀 생긴 애들은 성격이 하나같이 쎈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끄러워하는 너에게서 보이는 맑은 눈동자에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갔다.
석진이의 소개로 어느새 너와는 종종 야작도 함께 하고 겹치는 수업이 있으면 함께 듣는 사이가 되었다.
그동안 너를 봐온 결과 첫인상과는 전혀 다른, 너는 어쩌면 소문보다 더 괜찮은 아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너는 스무 살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순수한 눈망울로 나에게 웃어주었기에.
하지만 너는 그 당시 굉장히 인기가 많은 과탑이었고, 난 수줍음 많은 평범한 학생일 뿐이었다.
이게 우리가 이루어지지 못한 첫 번째 이유. 그리고 두 번째. 너의 그 투명한 미소는 나에게만 한정적인 것이 아니었다.
말했지 않았던가, 성격 또한 매우 좋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는 그렇게 대학교 4년을 혼자 짝사랑 해오다 현생에 치여 취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널 잊었다.
아니 잊은 줄 알았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발령받게 되어서 온 전정국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새로 온 팀장이 전정국이기 전까지는.
전정국에게 설렘을 느껴본 이후 취업해서도 나는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
운명이라고 생각할 만한 상대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거겠지.
오랜만에 보는 전정국을 마주하고 무차별적으로 뛰는 심장을 느끼고 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내 마음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너가 진짜 내 운명이라고 착각이라도 해 버릴까봐.
전정국의 소개가 끝난 후 우리의 소개도 이어졌다.
“안녕하세요, 이이나 대리입니다.”
착각이었을까. 내 이름을 듣고서는 두 눈이 마주쳤을 때 넌 스무 살의 전정국과 많이 닮아있었다.
깜짝 놀란 눈치였지만 여전히 순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에 다시 대학시절 이이나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잘 모르겠다. 전정국이 신경쓰여서.
새로운 팀장의 등장으로 빠질 수 없는 회식자리.
너는 여기서도 여전히 인기가 많았다.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웃고있는 너의 모습을 보고는 또다시 내가 위축되는 느낌이 들었다.
너와는 오늘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던게 맞을지도.
이런 자리가 편하지만은 않아서 혼자 술을 마신 까닭인지 계속 처음 인사할 때 보았던 너의 눈이 다시 보고싶어졌다.
아 혼자 너무 많이 마셨나봐. 이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도 나는 빈 술잔에 너를 닮은 투명한 소주를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입으로 잔을 가져가려는 순간,
“못 본 사이에 술이 늘었나?”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너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서. 그럴 리가 없는데.
조금은 풀린 눈으로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니
너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마치, 스무 살의 전정국처럼.
다른 사람들이 많이 취했는지 우리에겐 관심이 없어보였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 번 확신했다. 나는 나의 운명을 찾았다고.
안녕하세요! 지상낙원입니댱
오늘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
분량을 어느 정도 해야할 지 아직 잘 모르겠네요ㅠㅅ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