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 Boy Boy !
W.카디카디해
"이거, 선배 꺼에요?"
경수가 그를 만난건 햇살이 가득한 창가옆자리였다. 백팔십을 훌쩍넘기는 그의 키 탓에 고개를 치켜 들고 그를 보니 눈이 부셔 인상을 찡그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게 쏟아지는 햇빛 때문인지 저를 빤히 쳐다보는 그의 시선 때문인지는 글쎄...경수도 그게 궁금했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눈부시게 했을까.
*
"야 도경수!! 어디가!!"
또 연습을 빼먹고 살금살금 운동장으로 가고 있는 경수에게 백현이 소리를 빽- 질렀다.
"배가 너무 불러서 노래 못 하겠어 조금만 걷다가 갈께!!"
"야 죽을래!! 또 농구구경 하러 가는 거지!!"
경수는 백현이 자신의 머리 꼭대기에서 춤을 춘다고 생각을 했다. 백현이 따라올까 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속력을 내어 운동장으로 도다다다닥 뛰어갔다.
"여기로 여기 비었어!!"
운동장 조회대에 서서 농구골 대쪽을 쳐다보니 역시나 아이들 한 무리가 땀을 뻘뻘 흘리며 농구를 하고 있었다.
'내가 봤을 땐 쟤네들은 점심시간 한 시간 십분 중에서 십분만 밥 먹는 데 쓰는 게 틀림없다. 나머지 시간은 농구하는데 다 쓰는 게 틀림없어'
몇 일전 준면이 창문을 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던 말이 였다.
'무슨 말이에요?'
'쟤네 말이야 옆에 화교학교 애들, 얼씨구 김종인도 끼어있었네-'
'김종인? 형 친구에요? 화교 애들하고 친한가보네'하며 준면이 서있는 창가 쪽으로 왔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그 아이였다.
'친구는 무슨, 1학년이야'
그 아이가 화교학교를 다니는 중국아이가 아닌 것은 확실했으니 그 아이의 이름은 '김종인'이 틀림없었다.
경수는 창문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되뇌였다. '김종인'그와 어울리는 멋진 이름 이였다.
그 날부터 경수는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핑계로 꼭 조회대 위에 올라가 농구하는 종인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부실로 들어가고는 했다. 역시나 교복 와이셔츠와 조끼를 스탠드에 벗어던지고 민소매 하나만 걸치고 농구를 하는 그아이의 모습은...언제나..
"헥헥..야 도경수 배부르다면서 겁나 빨리 뛰네"
"...멋있어...."
"어? 뭐라고?"
"아니 나 이제소화 다 됬다구 들어가자 애들 기다리겠다."
백현은 "너 요즘 이상해 엄청 수상해"하며 앞서나가는 경수를 뒤에서 졸졸 따라왔다.
경수는 걸음을 서둘러 부실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1학년 후배들이 거의 자동적으로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2학년이 된지도 세달 이나 지났는데 아직 인사를 받는 것이 어색한지 경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래 안녕- 형들은 아직 안 왔어?"
"네 선배님들 지금 점심 다 드시고 오신데요"
두 달간 거의 매일 얼굴을 보고 지낸 사이여도 1학년 후배들에게 선배라는 존재는 항상 저 위에 있는듯하다.
이런 분위기보다는 좀 더 형 동생같이 지내야 연주도 잘 되는 건데...
경수는 깍듯이 존댓말을 쓰는 세훈이 괜히 미워 입을 삐죽거렸다.
한달 전 밴드부원을 뽑기 위해서 신청서를 게시판 앞에다가 붙혀 놓았는데 점점 줄어가는 밴드부 인원 탓에 준면은 걱정을 했다.
하지만 경수는 왠지 멋진 후배들이 올 것
같았고 경수의 예감은 딱 들어맞았다.
예의바르고 악기다루는 수준이 실력 급에다가 덤으로 훤칠하기 까지 한 1학년들이 세 명이나 들어온 덕분에 밴드부는 얼굴보고 뽑는다는 소문이 더 확대되어서 돌았었다.
얼굴을 보고 뽑는다니 그럼 나도 잘생겼단 말인가..웃겨 흐흐
경수는 두달 전 일을 생각하면서 괜히 웃음이 나서 풋 하고 웃어버렸다.
기타 조율을 하던 백현이 경수를 슬쩍 보고는 요즘 제 정신이 아니라며 혀를 쯧쯧 찼다.
5교시는 문학이 였는데 배도 부른데다가 햇살까지 따뜻하게 들어와서 그런지 경수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역시 창가옆자리가 제일 명당자리라고 좋아하던 백현은 이미 앞에서 엎드리고 잠에 빠져든 지 오래였다.
경수는 눈을 감고 세 달 전에 그 아이를 처음만난 날 생각을 했다.
그때는 삼월 달 눈이 녹고 꽃이 피기 시작하는 겨울의 끝자락 혹은 봄의 시작 이였다.
2학년이 된지 얼마 안 되었는데 학생증을 잃어버렸었다. 2학년에 들어와서
새롭게 바뀐 목걸이형 학생증을 처음 써본 경수는 목에 뭘 걸고 있는 게 답답해서 마이주머니에 넣고 다녔었는데 가지고 다닌 지 3일도 채 되지 않아서 잃어버린 것 이였다. 아무리 찾아도 없는 학생증 때문에 짜증이나 엎드려서 바닥에 발만동동 구르고 있을 때 문이 벌컥 열렸다.
급식을 제일 빨리 먹고 교실로 온 반 친구 겠거니하고 여전히 책상에 머리를 박고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학생증 없어서 밥도 못 먹었는데..짜증나...
"....저기- 도경수라는 선배가 이 반이에요?"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였다. 저를 찾는 낯선 사람의 목소리에 경수는 슬금슬금 일어나 뒷문 쪽을 쳐다보았는데 1학년 명찰을 달고 있는 후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내가 도경수인데 라고 생각했으나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아...."
경수는 순간 자신이 바보가 된 것 같았다. 내가 도경수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1학년 후배는 답답했는지 창가 쪽으로 걸어왔다. 경수가 앉아있는 책상 앞으로 와서는 학생증의 사진과 경수의 얼굴을 두어 번 번갈아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거, 선배 꺼 에요?"
아..눈이 부셨다. 경수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햇빛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는 없었지만 제 책상에 줄이 곱게 감겨있는 학생증을 탁- 소리 나게 놓는 손과 활짝 웃는 그의 입을 보았다.
그는 무어라고 말하고는 뒤돌아서 반을 나갔다. 경수는 나가는 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손바닥을 쫙 펴 자신의 볼을 찰싹찰싹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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