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쿠안] 제목 미정
作 불
bgm. 나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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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불러야 되는데.
작가에게 받은 <내게 오는 길>의 악보를 살피며 연습실 키보드 의자에 앉은 타쿠야가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설득한답시고 전화라도 걸고 싶었다. 이미 강의로 피곤할 터인데 싫다는 사람 붙잡기가 무안한 감이 있었다. 위안은 눈치가 없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성적 취향은 이미 간파당했지 않을까 싶다. 알면서도 모른 척함에 틀림없다. 속 깊고 어른스러운 사람이니까. 세상의 악을 이길 것은 사랑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위안과 타쿠야의 관계는 악도 아닌 것이, 선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이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싸우기도 전에 기권할 것만 같았다. 대책이 없다. 날이 갈수록 위안이 좋아진다. 사소한 노력으로 너그러워지는 위안이 느껴질 때마다 마음은 더 짙어졌다.
いやならとっくにちょっと追いやっては. どうして未練を持つように作って...
( : 그렇게 싫으면 진작에 밀어내지. 왜 미련을 갖게 만들어서...)
안되면 다른 분이라도 섭외해야겠다. 타쿠야는 또 심각한 얼굴로 별의별 생각을 할 위안이 떠올라 끝내 연락하지 못했다. 혼자 실망하고 후회하는 꼴이 우스웠다. 밝아오는 새벽이 아름다웠다. 그 새벽만 아름다웠다.
어젯밤을 뜬 눈으로 지샜지만 보람찼다. 아침 공기는 역시 남달랐다. 我喜欢你. 你呢? ( : 당신이 좋아요. 당신은요? ) 대사 외우듯 외워버린 말이었다. 잠은 안오고 생각은 위안으로 가득차 이겨내지 못하고 검색했던 중국말. 사실 외워둔지는 꽤 된 것 같은데 아직 말은 해보지 못했다. 어색한 억양으로 나직이 읊으며 그사이 도착한 커피 전문점에 들려 씁쓸한 맛이 일품인 진저 커피를 테이크 아웃했다. 지독하게 쓴 커피를 위안은 좋아한다. 지독하게 들러붙는 타쿠야를 위안은...
수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위안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깊이 잠들지 못했다. 하루가 길게 느껴질 정도로 지루한 하루도 아니었고 숨 돌릴 틈이 없을 만큼 바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잠을 청하기만 하면 오만가지 생각과 함께 피곤은 싹 달아났다. 오감의 능력은 오로지 타쿠야에게만 작용했다. 시시콜콜한 주제로 말을 걸 때라던가, 유달리 눈을 자주 마주친다거나.
그래서 위안은 알 수 있었다.
아, 내가 타쿠야를 좋아하는구나.
학원으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원초적 본능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책상 위의 쓴 커피를 확인하고는 맨 끝줄의 책상에 긴 다리를 둘 곳을 잃은 채로 휘적이면서도 교재를 열심히 들여다보는 수강생, 타쿠야를 확인했다. 안마주친 척, 안웃은 척, 척이란 척은 다 했지만 통하지 않을 것을 알았다. 철없는 시절 어머니는 안중에도 없이 곧 죽어도 제 생각대로 하겠다고 난리를 쳤던 것을, 기억 못할 리가 없었다.
위안씨.
첫수업 때와 같이 모든 수강생들이 다 빠져 나갈 때 까지 옆에 서 기다리던 타쿠야는 어쩐지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위안을 불렀다.
我喜欢你.
애초에 선은 무의미했을지 모른다.
이게 중국어로 무슨 뜻이에요?
당신이 좋아요.
你呢?
당신은요?
저두요.
태양은 누구를 향해 내리쬐고 있던가. 위안이 웃고 있다.
배고프죠.
네.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네.
제목 미정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부족한 필력이지만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님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장위안 마지막 대사는 망설이는게 아니라 부끄러워하는 거에요ㅎㅎㅎㅎㅎ
번외편말고 신작으로 돌아오겠습니다...(면목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