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투비/멜로디] 학교 희대의 또라이 동아리에 발목잡힘
(부제:있으면 피곤하고 없으면 허전하다는 말은 반은 맞지만)
W. 식스센스
워~후~! 학교도 참 오랜만에 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구만!
저번주랑 주말동안 하도 정신이 없어서 학교란 존재를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눈눈누~ 교양이라서 그 또라이들 볼일도 없고~!
" 로디, 오랜만이네? "
" 헐!!! 정상인이다!!!! "
" 뭐라는거야? "
" 아무것도 아냐....... 되게 오랜만이라서 그래.. 흡.... 정상적인 대화다.... "
" 너도 정신이 나가버렸구나.. "
" 으응? "
" 니가 그 때 들어간다했던 동아리, 알고보니까 공또 이민혁이 운영하는거라매? "
" 공또? "
" 공대 또라이. "
" ............................... "
.... 유명한 사람이였구나.......... 그 인간... 하긴..
" 너도 고생이다. 근데 말야.. 너 진짜 육성재랑 뭐 있냐? "
이건 또 뭔... 자꾸 육성재는 왜 들먹이는건데.
" ㅎㅎ....? "
" 니가 육성재랑 붙어다니는거 알고 숙덕대는 여자애들이 많아져서.. 소문 순식간이야. 몸조리 잘해. "
" 소문 날 건덕지가 없... "
... 지는 않지. 일단 입술박치기 한 사이니까...... ㅇㄴ 또 그 때의 악몽이..
그보다 그 여자들이 육성재 실체를 알면 그런 소문이 사그라들텐데 말이지.
" 어떤 기집애들이 그런 말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난 지금 거길 못나와서 안달이란 말야. "
" 왜? 그냥 나오면 되잖아. "
" 그걸 못하니까 내가 그 인간들이랑 엠티까지...! 하... "
" 왜 못나와? 혹시 은광선배땜에? 그렇게 기 쎈 사람도 아니잖아. "
" ..... 그렇긴한데... "
그렇긴하지....... 난 왜 못나오고 쩔쩔 매고 있는건지.....
그새 정이라도 붙었나..........
" 무슨 동아린데 그거? 공또가 운영하는데 학업일리는 없고. "
" ... 여행.. 이라고 듣긴 했는데... "
내 입으로 말했지만 존나 어이가 없다.
" 여행? "
" 어엉..... "
" 너 나중에 뭐할건데? "
" 엉? "
" 나중에 뭐할건데 여행동아리를 들어갔어? 여행사 같은데 취직하게? "
" ................어어... 아니... "
" 그럼? "
" 그냥.. 들어간건데... "
...........육성재가 들어가서 들어갔다하면 휴지통 속 껌종이마냥 쳐다볼 것 같다...
" 아아.. 하긴. 아직 1학년이니까. 그래도 다른 동아리 하나 더 생각해봐. 마냥 놀 순 없잖아. "
" 음.... "
" 내가 물어 본 애들은 학업이랑 공모전만 세 네개 들어간 애들도 있더라. "
" 아.... 너도? 그 때 들어갔다는데가 그런데야? "
" 응. 은광선배 동아리는 공또가 운영한다해서.. 그 인간도 무슨 생각인지 원, 4학년씩이나 되서. 취업 준비 안하나? 미리 못알려줘서 미안해. 나도 몰랐어, 그때는. "
" 아냐.. "
뭐지.. 강의 시작도 안했는데 취업특강 4시간 들은 이 기분은.....★
그렇구나.. 다들 그런 동아리를 들어갔구나....
난 다 놀러 다니고 술 먹고 다니길래 노는 생각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고3때랑 똑같은 것 같다. 노는 애들은 놀고, 하는 애들은 하고.
" 자, 엠티다 뭐다 요즘 바쁘신걸 알지만 할건 해야죠? 중간고사 범위 알려드릴게요. 교제로는... "
미친...... 들어오시자마자 그런 말씀을....
어느새 들어온 교수님이 맑은 표정으로 중간고사 범위를 말씀하시자 다들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며 범위를 적었다.
대학 와서도 시험은 시험이네.. 하
" 뭐해? 안적어? "
" 아아.. 적어야지. 근데 너 필기는 다 해뒀어? "
" 했지. 왜? 빌려줘? 야, 근데 진짜 대학 애들 노트 안 빌려주더라. "
" 엥? "
" 저번 교양에서 몇 번 얘기 나눴던 애한테 빌려달라했더니 은근슬쩍 거절하더라고.. 너도 필기 꼬박꼬박 해 놔. 진짜 그게 뭐라고 안 빌려주냐. "
" 헐... 필기도 안보여줘? "
" 딱 잘라서 거절한건 아닌데..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아 몰라, 강의나 듣자. "
" ............. "
그...래...... 강의 잘 들어........
머리를 벅벅 긁고 앞에 스크린에 집중하는 친구를 더 이상 건들지 않고 펜으로 종이를 끄적였다.
뭔가 지금까지 정신 없었는데.. 새삼 대학에 오긴 왔구나 싶다.
고등학교 때는 매일 봤던 친구들과 달리 이젠 강의 때만 보고.
자기 일 챙기느라 바쁘고.
입시와 친구로 너무 많이 빡빡했던 시간들이 붕 떠버리니까.
이젠 다들 짬이 났던 그 시간들을 누군가는 스펙을 위해 쓰고,
누군가는 토익을 위해 쓰고,
또 다른 누군가는 술을 위해 쓰고 있다.
그럼 난 지금 뭘 위해 쓰고 있는거지.
" 로디야! 멜로디 일어나! "
" 으먼ㅇ헞스ㅡ..... "
" 야, 강의 다 끝났어! "
" 아..........으.... 뭐어? "
" 다 끝났다고! 나 다음 강의 있어서 먼저간다! "
" 어어.. 고마워, 잘가.. "
" 너 다음 수업있어? "
" 아니.. 오늘은 이게 끝이야...... "
" 아하, 그럼 내일 전공 때 보자. "
아................ 개졸림........
그렇게 진지한 생각을 하고 자버리다니.......... 진짜 개한심하다..............
내가 이렇지 뭐........... 이제 어디가지... 집에 갈까..... 집가면 할 것도 없는데...
터덜터덜 강의동을 나오니 학생들이 저마다 분주하게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오후 강의 있는 사람들 표정이랑 이제 공강인 사람들 표정이 하나 같이 달라서 멍하니 쳐다보다 문득 생각난 곳은.
" 동방갈까... "
왜 그 미친 동아리 방일까.
" 계십니까. "
대체 왜 여기가 뜬금없이 오고 싶었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도착은 했다.
다들 강의가 있는건지 관심이 없는건진 모르겠지만 아무도 없네.
이 인간들은 필요할땐 없어!! 존나 심심!!!!!!
" 아!! 짜증나!!!! "
쉬벌!!!!!!!!!!!!!!!! 나도 그냥 공모전 같은 동아리를 들어갔어야했어!!!!!!!!!
뭐 이딴 개쓸모없는 동아리에 들어서는!!!!!!!!!!!!!!!!!
하................... 다들 열심히 사는데........... 왜 나는....
내가 대학까지 왔는데도 이 고민을 하다니......... 어째 고3때보다 막막하다........
그때는 문제집이나 열라 풀면 됐었지...
딱히 하고 싶은게 있어서 경영학과에 온 건 아니다.
일단 성적에 맞는 대학에서, (담임이)고집있게 넣은 경영학과에 운 좋게 붙은 것 뿐.
그 때 난 분명 문창과에 가고 싶다고 우겼지만 기각되었지. 돈 안된다나 어쩐다나. 암튼.
이런 진지한 생각도 얼마만에 하는건지.
늘 생각해도 답은 안나오지만 말이다.
의자를 두어개 겹쳐 그 위에 벌렁 누웠다. 아... 잠온다....... 머리 아프다.
" 난 아무것도 안하는데 세상은 복잡해.... "
취업...
봉사활동.....
토익.....
스펙....
음냐......
" 응.....? 로디가 와 있네? "
" 뭐? 누가 와 있어? "
" 쉿. 형 로디 자나봐요. "
" .............. "
" 로디야? 자? "
" ................... "
" 뭘 이렇게 다 흘리고 자는... 취업특강 안내문? 봉사단? 이게 다 뭐야? "
" ................. "
" 흠.... "
" ... 나 1학년 때랑 똑같은 생각하나보네. "
" 형도 이런 고민을 하긴 했어요? "
" 뭔 뜻이냐. "
" 아니 뭐.. 헤헤헤.. "
" 쪼끄만게 머리에 집어넣을게 얼마나 많다고 이런 고민을 벌써해. "
" 그러게요. 철이 빨리 들려나, 우리 로디. "
" .......... 으음... "
" 천천히 살아도 돼, 로디야. "
" ......... "
" 아직 오빠들도 어떻게 살아야 될 지 잘 모르겠는걸. "
" ............. "
" 어쩌면 평생 찾을 과제같은거니까.. 아, 과제라고 하면 더 복잡하려나. "
" 과제는 신물이 난다. 나 조별과제 땜에 미칠 것 같아. "
" 그건 형이랑 같은 조 한 사람들이 더 짜증 날 것 같ㅇ.. "
" 닥쳐. "
" 으하하하하하. 암튼, 오늘은 푹 쉬어. "
" 담요를 어디다 뒀더라. "
" 오빠들 간다. "
" 잘자, 애기야. "
" 그 애기란 소리 좀 집어쳐. "
" 왜요. 맞잖아요. "
방금 뭔가
굉장히 따뜻해진 것 같다.
암호닉
모카/귤만두/나무/열무/우쭈쭈쭈쭈/나비/별/의자/다래기/라또
그대를위해뛰는가슴이쿵떡쿵떡/잉여킹/햇/금이빨/힐링힐링/꼼데/페북훈남/마리/판다/일훈공주
웅과이/젤라또/법과정치/손가락/응가/츄파츕스/차푸소푸/택시/헬로멜로/사랑둥이
편지/내여자/라바/성재미니카/낭만팬더/여행동아리신입/두부두부/스젤졸/엉덩이/홍홍
핫뜌/꿀꿀/미래수달/광대/순살/귤껍질/고사미
암호닉 항상 받아요! 암호닉은 완결이 가까워질때 제가 그만 받겠다고 미리 말씀 드릴게요~
아직 완결은 멀었답니다.. 로디의 1년이 채워지면 완결낼게요(글 중 로디는 현재 4월입니다)
식스센스(깁니다! 읽는건 자유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에요.) |
우선 웃기지 않고 진지한 에피소드라서 죄송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기가 시기인만큼 이런 내용도 다루고 싶었어요.
저도 어리지만 더 어린 친구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참 많아요. 그만큼 제가 겪은 19살과 20살은 너무나 달랐고, 낯설었거든요.
학생은 다 나름대로 힘든 시기를 가지고 있지만 특히나 고3들이 이제부터 정말 힘들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굉장히 많이 울었고, 친구들도 많이 울었구요. 수시 결과가 나오면 분위기를 점점 더 서늘해지고, 정신 놓아버리는 친구들도 많죠ㅋㅋㅋㅋ.. 극단적으로 죽는다는 친구들도 있었고, 정말 빠르고 짧지만 다사다난한 1년이에요.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정말 고3만큼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없을거에요. 지금이야 하루하루가 똑같게 느껴지지만 그 때만큼 친구들이 미친년 같을 적도 없고, 야자 끝나고 하는 인티가 그렇게 꿀 같을 때도 없고, 배가 그렇게 자주 아플 때도 없을거든욬ㅋㅋㅋㅋㅋㅋ만병을 달고사는 고삼들...★ 저는 석식 먹고나면 왜 그렇게 속이 울렁 거리고 머리가 아프고 갑지가 눈이 따갑고 엄마가 미친듯이 보고싶었는지 모르겠어욬ㅋㅋㅋㅋ 집에가면 공부가 더 잘 될 것만 같고 독서실가면 더 잘 될 것 같고.. 어딜 가던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데 환경탓만 잔뜩 했었죠. 끝이 없을 것 같은데 시간은 자꾸만 가는 아이러니함이 계속 되고, 지겹고 지겹고 지겹고.
하지만 정말로 끝은 와요. 정말로. 지금 많이 많이 힘들고, 모의고사 성적은 떨어지고, 혹은 제자리 걸음이라도. 결국 끝이 온다는걸 기억하세요. 울타리의 끝. 그리고 그 끝이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도요. 19살은 여러분의 10대의 끝일 뿐이지 결코 인생의 끝이 아니에요. 울타리 너머의 시작이죠. 결과가 어떻게 되던 간에, 여러분은 10대를 마무리 짓고 그 너머의 세상을 맞으실거에요. 거기엔 또 나름의 고민이 있고, 그에 주어지는 현실들이 있죠. 하지만 거기서도 마찬가지로 끝은 아니라는거에요. 20대가 지나면 30대가 오는 법이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결코 10대의 끝에서, 20대의 끝에서, 혹은 1년, 더 작게는 하루 끝에서 낙담하지 말자는 겁니다. 실패하되, 그 실패가 후회가 남은 실패를 하지 말자는거에요. 느려도 되니까 천천히 가도 좋으니까 여러분이 선택한 그 길을 끝에 가서는 정말 의미있는 길을 걸어왔구나, 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말이 너무너무 많지만 벌써 이렇게나 많이 써버렸네요....;;
가끔 댓글에 공부하느라 힘들고, 지치는데 제 글로 힐링한다는 분들이 계세요.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그런 글들을 읽을 때마다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지칠까.. 하는 생각에 울컥하기도 하구요. 저도 다를바 없이 당장 1년전에 겪은 일들이니까요. 개인적인 욕심으로 진지한 편을 써버렸지만 조금이라도 제가 전하는 무언가가 닿았다면, 불안했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분이 계신다면 참 좋겠어요.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여러분! ㅃ...ㅜ...뿌..잉뿌잉(식스센스가(이) 되지도 않는 애교를 시전했다...!) 다음부턴 다시 즐거운 글로 찾아뵐게요!
BGM은 비투비의 별, 그리고 오늘 부제가 가리키는건 '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