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김준면
written by 히노
고등학교 1학년, 말 그대로 신입생의 패기를 부려서 겁나게 놀았다. 고등학교 2학년, 내년이면 놀 시간이 없겠다 싶어 속히 말해 토나오게 놀았다. 정신 없이 놀다보니 '대한민국 고삼'이 돼있었다. 그래도 걱정은 되지 않았다. 19살을 살아오면서 김준면이라는 이름을 걸고 제대로 된 공부를 한 적은 없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그저 뛰어 놀라는 엄마의 말에 한 살 어린 옆집 동생 종대와 신나게 뛰어 놀았고, 이 때 공부 습관을 들여놓지 않았으니 중학생이 되어서도 공부가 될 리 없었다. 옆집 동생 종대와 신나게 게임이나 한 게 전부다. 고등학교 1,2학년 역시 옆집 동생 종대와 추억을 쌓자는 의미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대한민국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받고 있는 수능 스트레스 또한 나한테는 없었다. 그렇지만 내가 여기저기 놀러다니길 좋아한다고 해서 살갑고 시끄러운 성격은 아니다. 내가 놀러다니는 건 어디까지나 종대 한정이다. 밝고 쾌활한 성격은 나보다는 종대에게 어울렸다. 어렸을 때부터 유치원도 다니지 않고 외동으로 자라 친화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나한테 유일한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란 종대 뿐이다. 학교에 다니면서도 딱히 왕따는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친하다 할 친구도 없었다. 말 그대로 평범한 애.
평범한 애는 내 수식어였다. 나도 그 수식어를 꽤 맘에 들어했다. 눈에 띄는 걸 싫어하는 성격 탓에 너무 밝지도, 그렇다고 너무 음침하지도 않은 그 상태로 있는 게 좋았다. 그런데 요즘 난 평범하지 못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자의가 아닌 타의로! 항상 평지를 걷는 듯이 순탄했던 내 삶에 굴곡이 생기고 있었다. 내 일상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우리 반 반장, 오세훈 되시겠다. 모두 눈에 띄길 꺼려하던 고삼 첫 날, (큰 키 때문에 앉은) 맨 뒷자리에서 예헷!을 외치며 존재감을 나타낸 오세훈은 담임과 아이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임시 반장이 되었다. 거기까진 좋았다. 큰 키와 괜찮은 외모 플러스 임시 반장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암묵적으로 아이들이 가장 친해지고 싶어 하는 대상 1위가 된 오세훈은 담임 선생님께 임시 부반장이 필요할 것 같다는 제안을 했다.
"선생님. 저 혼자 임시 반장을 하기엔 좀 힘들 것 같은데, 임시 부반장은 없나요?"
"누구 시키고 싶은 놈 있냐?"
"음.. 저는 김준면이요."
"그래. 김준면이 누구야?"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김준면? 3학년 1반 김준면? 나?! 깜짝 놀라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왜 그러냐는 듯이 나를 쳐다보는 오세훈이 보였다. 진짜 몰라서 그러는 건지 나를 놀리는 건지, 어이가 없어서 담임에게 안 하겠다는 말을 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는 이미 칠판에 '임시 부반장-김준면'이 적힌 상태였다. 원망의 눈초리로 오세훈을 보려고 뒤를 돌았을 때, 나는 아이들의 '선택 받은 놈'이라는 눈빛을 보았다. 그때부터 일이 순탄하게 돌아가지 못했다. 쉬는 시간 종이 들리자 마자 오세훈은 나한테 와서 친하게 지내자며 손을 내밀었고, 조금은 억울했지만 여기서 악수를 하지 않으면 더 이상해진다 싶어서 악수를 한 뒤에는 주위에 앉은 아이들의 질문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오세훈이랑 아는 사이였냐? 이름 특이하다. 너 작년에 몇 반이였어? 김준면이라 그랬지? 친하게 지내자. 내가 여태까지 지내온 학기 초 분위기랑은 차원이 달랐다. 그냥 짝꿍이 된 아이랑 가볍게 인사를 하고, 수업시간엔 엎드려 자고, 점심 시간이 되면 대충 밥 먹으러 가는 아이들 사이에 껴서 밥을 먹고. 그나마 말을 많이 해 본 애들 역시 평범하다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됐다. 그런데 학기초에 불쑥 나를 건드린 오세훈은 그런 애들과는 달랐다. 반은 달랐지만 소문은 들어 본 적 있다. 양아치 짓을 하고 다니는 선배들이랑 친하고 담배도 피는데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그렇게 많다고. 가끔가다 본관에 오는 여학생들은 대부분 오세훈의 여자친구라 그랬다.
문제는 그런 오세훈이 나한테 관심 아닌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는 거다. 그 때부터 점심 시간엔 오세훈 무리와 급식을 먹었고, 그들이 식후땡을 할 때 나는 옆에서 사탕을 빨고 있었다. 최대한 담배 연기가 닿지 않는 곳에서 애꿎은 폰을 만지고 있으면 오세훈 무리들은 나한테 시시콜콜한 질문을 던지곤 한다. 너 담배는 피냐? 아니. 술은 마셔봤어? 아빠랑. 그렇게 의미 없는 대화를 하다 슬쩍 오세훈을 쳐다보면 오세훈은 피던 담배를 비벼 끄곤 가자, 라고 한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오세훈은 더 대단한 놈인 것 같다. 오세훈의 '가자'라는 한 마디면 그 놈들은 담배를 약간 덜 피웠어도 벌떡 일어나 담배를 끈다. 나만 혼자 뻘쭘하게 서 있으면 오세훈은 언제나 나한테 와서 어깨동무를 한다. 오세훈한테는 언제나 알싸한 담배냄새가 난다. 맨솔이랬나.
"세훈아!"
오세훈이랑 이런 미지근한 친구 코스프레를 한지 거의 한 달이 지났다. 이 시간동안 어쩌다보니 오세훈에 대해 알아낸 점이 있다. 첫째, 오세훈은 여자가 많다. 지금도 키가 나랑 비슷해 보이는 여학생이 오세훈의 이름을 부르며 이 쪽으로 온다. 저번 주에 본 애는 아닌 걸 보니 또 여자친구가 바뀐 것 같다. 아니면 오세훈의 수없이 많은 어장 속의 물고기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렇게 여자애들이 올 때면 내 어깨에 올려져 있던 오세훈은의 손은 어깨에서 날개뼈를 타고 등, 등에서 척추를 타고 허리까지 내 상체를 쓸어내린다. 이럴 때면 기분이 괜히 묘해져서 입 안에 있는 사탕을 한 번 굴리고 바로 이빨로 깨서 먹어버린다. 내가 사탕을 다 먹으면 어떻게 알았는지 오세훈이 여자애한테 다음에 보자며 인사를 한다. 그 다음이 학교에서에 다음인지는 모르겠지만, 오세훈 무리들이 하는 얘기를 종합해 본 결과 오세훈은 여학생들을 만나면 좀 야한 짓을 하는 것 같다. 나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멜랑꼴리한 그런 행위를 말하는 거다. 오세훈이 그 짓을 한다니. 기분이 오묘하다. 오세훈은 이런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시 내 어깨에 손을 올려놓는다. 170을 간신히 넘는 내 키에 비해 오세훈은 적어도 나보다 10센치는 커보인다. 괜히 부러워져서 고개를 들어 오세훈의 얼굴을 쳐다봤다. 오세훈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여자애들이 왜 이렇게 얘한테 환장을 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티비에 나오는 아이돌처럼 훤칠하게 잘생겼다. 오세훈 무리들한테 들은 결과 유명한 소속사에서 길거리 캐스팅도 많이 당했다고 한다. 정작 본인은 관심도 없다는데, 내가 저정도 키랑 얼굴이였으면 연예인 했을텐데. 얼굴 저렇게 쓸거면 나 주지. 내가 뚫어져라 쳐다보는 걸 느꼈는지 오세훈도 똑같이 나를 쳐다본다. 얘가 이렇게 쳐다보면 아까 그런 상상을 할 때보다 기분이 수천배는 더 오묘해진다. 남자 둘이 쳐다보고 있는 게 이상해서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먼저 말을 걸었다.
"왜"
"뭐가 왜야."
"왜 그렇게 쳐다봐."
"음.."
"..."
"그냥."
"..시시하긴."
오세훈은 진짜 시시하다.
팬픽은 처음이라 힘드네요
분량은 작은 편인데 1편당 이정도 되거나 조금 더 길것같아요
완결 낼 자신 없음..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귀찮게 댓글 안 다셔도 돼요 ㅋㅋ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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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