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으로 타고 들어오는 초가을 바람에 칠판에 필기를 하고 있는 교사의 손에 쥐인 분필의 흰 가루들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탁탁하고 짧은 간격으로 끊어지는 마찰음은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교실 안을 메웠다. 책상 위에 두 팔을 올려놓고 엎드려있던 소년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저기까지 닿을까 마음 졸이면서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곳을 봐주기를. 소년은 보조개가 푹 패이도록 입가에 미소 지으며 느긋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전교 일등의 고고함이란 두 눈에 온통 담고도 흘러 넘치는 것일까. 가슴을 덮는 까만 머리칼과 내리깐 눈에 길게 붙어있는 속눈썹, 작은 코와 붉은빛의 입술. 새하얀 피부. 소년은 그녀의 옆모습을 눈길로 서서히 덧그려 나아갔다. 그리고 심장의 두근댐을 느꼈다. 소년의 첫사랑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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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애슐리 가자는데 좀 정떨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