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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 동미야, 우순이가 나 싫어하는 거 같아. 어떡하지? "
장동미의 기억으로 두 사람이 이지랄 하기 시작한지는 꽤 오래되었다. 이 언니는 이상한데서 눈치가 대놓고 둔하다.
[남우순X김규아] 그녀들의 사정 (feat.무한별희 언니들) 上
1.
올 해로 데뷔 4년차 된 걸그룹 무한별희에는 말 못한 비밀이 네 가지가 있다. 첫째, 팀 내 비주얼인 김명자가 발음이 매우 싸다는 것과, 둘째, 우리 팀 막내 종희가 사실은(지금도) 일진이라는 것과,
" 이제 방도 따로 쓰구, 어헝. 보고 싶어 미치겠어. " " ....... " " 혹시 자는 거 내가 계속 쳐다보던 거 들켰나? "
관자놀이에 양 손을 대고 고개를 푹 수그린 팀 리더(김규아.25)가 어찌 할 수 없는 레즈라는 거. 규아의 굽실굽실한 갈색 머리카락이 제 이불 위로 흩어져 사락사락 움직였다. 동미가 규아의 도드라진 날개뼈 부근을 토닥이며 입을 열었다. 언니, 왜 그렇게 생각해. 우순이가 하고 다니는 짓거리를 봐. 그거 꼬리만 안 달았지 언니 전용 똥개인데.
" 그치만 나는 걔 스타일이 아니잖아. " "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 " 걔는... 걔는 카라에 한승인 같은 타입이 좋다구 했담마랴! "
그러고 보니까 너도 한승인같이 눈이 크네? 규아가 안 그래도 쪽 찢어진 눈을 더 가늘게 뜨고 째려보는 바람에 동미가 순간적으로 눈에 힘을 퐉 풀었다. 무슨 소리야. 그거 다 아이라인 빨이었어. 나 눈 별로 안 커, 언니. 동미가 미심쩍어하는 규아를 몸에 넘치는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춤 연습하러 간 호은이가 돌아온다는 핑계로 제 방에서 몰아내고 문을 재빨리 걸어 잠갔다. 장동미(24. 무한별희 둘째)는 하루하루 규아의 하소연을 들어주느라 얼굴에 주름살이 깊어지는 것 같았다.
2.
사실 둘이 사이가 되게 안 좋았다. 처음에. 연습생 시절에 대놓고 까칠까칠 사포를 긁어대는 규아와 다른 곳에서 캐스팅 되어 와서 기가 눌릴까봐 더 코를 높게 치켜들고 다니던 우순은 이곳저곳에서 부딪히는 일이 잦았다. 언제부터 둘이 죽고 못사는 것 마냥 서로 애교부리고 팬들 사이에서 커플로 묶일 만큼 친해졌는지 아무도 기억을 못했다. 그리고 동미는 어느 순간부터 규아와 우신이가 서로를 묘하게 의식하는 것을 알아챘다.
아마 내꺼하자 컴백 직전이었을 거다. 동미는 깨플 촬영중에 자다가 키만 존나 크고 장점 없는 이열희한테 얼굴에 낙서 당한 후로 밤에 자다가 종종 깨는 일이 있었다. 그 날도 아무 이유 없이 눈이 뜨였는데 방 문 사이로 깜깜한 거실에서 불빛이 번쩍번쩍하고 있었다. 방 같이 쓰는 명자도 일본에 드라마 촬영 가서 없는데 조금(많이) 무서웠지만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가 밑에서 비추어진 불빛에 공포영화 귀신처럼 보인 남우순의 얼굴에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로 놀라버렸다. 저 년이 이 밤에 뭐하는 거지. 펄떡대는 심장을 추스리고 다가갔더니 우순이가 열심히 보고 있던 것은 지가 좋아하는 카라가 아니라 무한별희 자기들 영상이었다. 얼마전에 활동이 끝난 나띵스오버.
" 다 지나간 걸 왜 모니터링 하구 있어. " " 장동미. " " 응? " " 니가 봐도 규아 언니 예뻐? "
답지 않게 진지하게 묻는 남우순은 컴백한다고 살을 존나 빼놓고 짙은색으로 머리까지 물들여서 되게 이뻤다. 거기다 대고 니가 더 예뻐 이년아 그럴 수도 없어서 동미는 그냥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옛날보다 나아졌지. 성형설도 있었잖아. 근데 그건 사실무근인게 왜냐면 규아 언닌 눈이 존나 작아요. 예쁘다기 보단 매력있는 얼굴이야 그 원더보이즈에 안소훈처럼. 이어폰 한 쪽을 빼고 듣고 있던 우순이도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맞아. 하얗고. 그래. 섹시하고. 그래...?
" 목소리도 존나 야시꾸리해. 그냥 말하는 건데 신음소리 같을 때도 있어. " " 어... 그래..... " " 나띵오 보다보니까, 여기 이 언니 아이라인 왜이래? 설 거 같아. 알아? " " 어... 근데 너 그거 없.. " " 안다고?! 시발 알면 안돼는데!!! "
금방이라도 제 멱살을 붙잡고 짤짤 흔들어댈 것 같이 광기로 번득이는 우순이의 눈동자가 무서워서 동미가 직전까지 주억거리던 고개를 옆으로 파바박 내저었다. 형광등도 안 켜고 조악한 핸드폰 영상 불빛에 비춘 우순이가 꿈에 나와서 목을 조를 것 같았다.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던 남우순이 다시 영상에 시선을 박고 이제 잠기운이 조금 가셔서 머리가 맑아진 (순전히 지 느낌) 동미가 다시 그녀를 보니, 특유의 혀 짧은 발음으로 제 파트를 열창하는 규아를 보는 우순이가 깊이 팔자주름을 만들며 웃고 있었다. 저 년 팔자주름은 진짜 답도 없다. 장난스럽게 우순이 옆에 엉덩이를 붙여 앉으며 동미가 물었다. 뭐야, 너 규아 언니 좋아해? 왜 그렇게 사랑스러워 죽을 거 같은 표정으로 봐? 장난이었는데 그걸 들은 남우순이 싹 정색을 하더니 끼기긱 소리가 효과음으로 들릴만큼 엄청 어색한 동작으로 동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덩달아 긴장해버려서 동미가 침을 꿀꺽 삼켰다. 어.. 우순아 미안... 농담이었....
" 언제 알았니? "
방금. 이 등신아.
" 혼자만 알고 있어라. "
영상을 끄고 규아가 자고 있을 방으로 새침하게 들어가는 우순이의 뒷모습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새벽에 동이 트고 물 마시러 나온 종희가 화들짝 놀라 아, 언니!! 놀랐자나여!! 하고 짜증을 낼 때까지.
3.
아. 내가 아까 비밀이 네 가지라고 했잖아. 마지막 비밀은 무한별희에 레즈비언이 두 명이라는 거다. 서로 열나게 짝사랑하는.
4.
우순이가 규아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는 규아도 우순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모를 때였다. 동미가 그 새벽에 잠을 못 자 퀭한 몰골로 곰곰히 떠올려보니 깨플 촬영할 때 우순이가 자기 따돌리고 규아랑 드디어 둘만 남았다며 좋아하던 거(방송으로 확인했다)랑. 명자랑 규아 내버려두고 용인에 있는 열희네 집 놀러갔다가 왔을 때 우순이가 누워있는 규아 옆에서 끌어안고 막 애교부리던 거랑. 규아 언니가 우순이 깨우랬더니 위에 올라타고 끌어안아서 막 구르는데 우순이가 팔자주름에 아이크림 발라야 될 것 마냥 깊게 주름잡으면서 미소짓고 있던거랑. 다 애타는 사랑의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그 동안 두 사람이 했던 행동 하나하나가 다 의미심장해졌다. 연습실에서 규아 언니 땀을 닦아주는 우순이. 맛있는 거 생기면 느릿느릿 나오는 규아를 위해서 동생들이 하나도 못 먹게 윽박질러서 음식을 사수하는 우순이.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생기면 규아한테 쪼르르 달려가서 전해주고 푸하하 웃음을 터뜨린 규아 옆에서 멍뭉이처럼 웃는 우순이. 쉴 때 규아 허벅지를 베고 누워있는 우순이.
거기까지 생각한 동미는 순간 왈칵 울음을 터트릴 뻔 했다. 우순이가 그 동안 제 감정을 숨긴다고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장동미는 참으로 편견 없는 마인드의 소유자였다) 내가 남우순의 사랑의 큐피드가 되어주자!
5. 그 다음 날 부터 동미의 우순규아 커플 밀어주기가 시작되었다. 연습실에서나 숙소에서 둘만 있게 해주고 은근슬쩍 동생들과 자리를 피해주거나 아이스크림 사오기같은 자잘한 심부름거리 있으면 뒤로 짜고 둘이 보내기 같은 사소한 것들이었지만 동미는 우순이와 규아가 이미 신혼집 살림 차리고 애를 둘은 낳은 것 같은 뿌듯함에 휩싸였다. 그 날도 아이스크림 배 가위바위보를 해서 우순과 규아를 내보내고 기분이 좋아져서 연습실 바닥에 털썩 드러누웠다. 호은이가 옆에서 살랑살랑 손으로 부채질을 해줬다. 옆으로 막내 종희와 열희까지 드러누웠다.
" 동미 언니, 일부러 그러는거지. " " 응 뭐가? " " 언니도 우순이 언니가 규아 언니 좋아하는 거 알고 둘이 엮는 거 아냐? " " 뭐라고!!!!! "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 벌떡 일어나 앉은 동미를 정작 말을 꺼낸 종희는 무심하게 쳐다보았다. 동미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삿대질을 했다. 너, 너네, 다 알고 있었어? 언제? 어떻게 알았는데?
" 진짜 너무 대놓고 티내 그 언니는. 규아 언니가 똑똑한 척 해도 그런 쪽으로는 맹해서 아직 모르고 있긴한데, 우순이 언니 막 찌르잖아. 막 들이대. "
열희가 이마를 덮은 드라마 때문에 자른 앞머리가 거추장스러운지 넘기며 인상을 썼다. 열희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라는 일일연속극에서 모범생이었다가 하숙생 맹현식이랑 정분나서 임신해서 인생 망한 여고생 이소민 역을 맡았었다. 이제 장동미 알았으니까 세상 사람들 다 눈치 채겠다. 호은이가 웃긴지 호기롭게 웃었다. 아이들에게 알 수 없는 배신감이 들어서 동미가 입술을 쭉 내밀고 명자를 바라봤다. 거울을 보고 높게 머리를 틀어 올려 묶던 명자가 살풋 웃었다. 나도 알고 있었어.
6.
그 이후로도 계속되던 동미의 '나 홀로 남우순 서포트'는 동미를 연습실 화장실로 불러낸 우순이가 정말로 멱살을 잡고 이제 그만 하라며 짤짤 흔드는 바람에 중단되었다.
7.
내꺼하자가 마무리되고 파라다이스 활동도 끝나고 주어진 공백기. 무한별희는 말 그대로 확 떴다. 광고가 몇 개나 들어오고 명자는 닥치고 꽃미녀 밴드라는 드라마에 주조연으로 출연을 하기로 했다. 대리석 바닥이 깔린 좋은 집으로 이사를 해서도 규아와 우순이는 당연하게도 같은 방을 썼다. 어느 날 우순이가 절친한 사이인 샤이니의 김귀분과 약속이 있어 나갔던 날, 동미는 그 날도 이유없이 잠을 깼다. 눈을 슥슥 비비고 물을 마시려고 방 문을 밀어 열었다가 부엌 앞에서 무언가에 발이 걸려 와장창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어윽, 쉬발.. 뭐야.... 대리석이라서 졸라 아프네... 몸을 구부리고 끙끙거리던 동미는 자신이 발로 걷어찬 무언가가 무릎을 끌어 안은 채 웅크려 앉은 규아라는 것을 어둠속에서 힘겹게 알아보고 그녀의 어깨를 잡아 살살 흔들었다. 언니. 동미의 목소리를 들은 규아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헐 이 언니 일등 했을 때도 안 운 독한년인데!!
" 헐 언니 울어? 왜!! 왜 울어!! " " 동미야... " " 아. 악플 봤어? 언니 눈 안 작아!! 안 못생겼어!! " " 야 이년아! 들어 그냥! "
파르륵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들고 눈을 치켜뜬 규아가 무서워서 동미는 입을 헙 다물었다. 곧 다시 평소에도 팔자인 눈썹을 좀 더 늘어뜨린 규아가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미야 너는, 나 이해해 줄 수 이찌? 그치? 규아가 입술을 뗄 때마다 술 냄새가 폴폴 풍겼다. 리더님께서 혼자 깡소주를 부셨나보다. 라고 생각한 동미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렇게나 흐뜨러진 긴 갈색 머리카락이 한 쪽으로 넘어가서 규아의 허여멀건한 목덜미를 드러냈다. 잔다고 편하게 입은 짧은 트레이닝 핫팬츠 때문에 왠진 모르지만 눈 둘 곳이 없어서 줄곧 천장을 보고 있던 동미가 규아가 울면서 뱉은 한 마디에 놀라서 뒤로 자빠졌다.
" 내가, 우순이를 좋아해. 너네랑은 다른 의미로. "
규아가 울면서 줄줄 뱉어내기 시작했다. 아까두, 귀분이 만나러 나간다고 예쁘게 머리도 말고 치마두 입구, 흑, 사놓고 아낀다고 한 번도 안 든 샤넬 백도 자랑한다고 들구. 화장도 완전 이쁘게 해가지구 언니 나갔다올게~ 하면서 가는데 서러워가지구. 흑. 고년 사실 남자친구 생긴 거 아닐까? 동미는 말 없이 규아를 달래주며 생각했다. 언니 고년 며칠 전에 내 방 찾아와서 파라다이스 때 김규아 남성팬 늘어났다고 존나 짜증내고 갔는데여. 알고보니 둘이 서로 좋아하고 있었던 거자나 뭐야 이년들???
" 나 여자 좋아하는데 더러워 동미야? " " 아냐 아냐! 아니 난 그런 생각 절대 안해! 그래서 말인데 언니야 우순이가... " " 흑 지짜 다행이다 지짜 고마워... 근데 동미야... " " 언니 내 말 좀 들어봐. 우순이도.. " " 다른 애들한테 말하면 칼로 널 찌를거야. "
헉. 숨을 들이쉰 동미가 규아를 보았다. 방금 엄청난 말을 들은 것 같다.. 눈에서 독기가 좔좔 흐르는데 묘하게 정확한 발음으로 규아가 다시 말했다. 특히 우순이가 알게 된다면 칼로 너를 @#$% 한 다음에 니 %^&를 §♬♨#.... 새파랗게 질려서 동미가 규아의 입을 틀어막았다. 절대 안 그럴게요. 우순이의 우 자도 못 꺼내겠다. 규아를 자기 방으로 돌려보내고 다시 제 이불에 몸을 뉘이며 동미는 남몰래 조금 울었다. 어머니 남우순이랑 김규아랑 똑같은 것들이 똑같은 이유로 저를 너무 힘들게 해요.
8.
다음날 멀쩡한 규아의 모습은 동미에게 내가 헛것을 봤나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했지만 사과를 깎다가 아이들 모르게 조용히 저를 향해 과도를 휘두르는 시늉을 하는 규아를 본 동미는 먹던 사과가 목에 걸렸다.
9.
동미야. 우순이 바지가 날이 갈수록 짧아져. 몸매 예쁜 건 알겠는데 노출 담당인 것도 이해하는데 속상해 죽게thㅓ....
짱똥. 규아 언니 하루가 다르게 예뻐져서 미치겠다. 아 왜 난 그게 없을까. 뭐 말이냐고? 왜 있잖아 조ㅈ... 아 왜 때려!
동미야. 우순이 친구가 너무 많아. 그 91팸 말고도 FT애들이랑도 친한 거 같고.. 하루종일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를 않아. 짜증나게. 아 왜 또 천둥치고 지랄. 천둥번개 존나 싫다!!! 으아악!!! 다 때려 부수고 시퍼!!!
장동미! 흐흫. 어제 규아언니랑 같이 잤다. 아 그런게 아니라! 어제 비 왔잖아. 언니가 천둥치는걸 무서워하는거야. 아 완전 소녀. 흐흐흐. 진짜 가녀려... 왜. 뭐가 아니야. 짜식이 맞을라고.
동미ㅇ... 왜. 뭘 그렇게 보니.
10.
동미는 번갈아가면서 찾아오는 메인보컬들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에 이르렀다. 제기랄 그냥 니네끼리 해결하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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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글이니까 필명 없이 새벽에 던져야지
멤버들은 다 알아보시겠죠??
구독료는 눈팅이 싫어서에요 ~.~
근데 남우현 멀쩡한 여장사진이 없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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