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다니엘] Merry, Marry 2
written by Blacklist
사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사실 같이 일하고 있는 지금도 내 자신이 웃길 때가 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그것도 그다지 좋지도 않았던 상황에서 갑자기 일을 같이 하자고 할 수 있다니. 거기다 디자이너의 생명은 자신이 만든 옷을 맵시있게 입어줄 수 있는 모델 아닌가? 이런 괴상하지만 틀릴 것 없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종종 물어본다. 난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다니엘 씨. 저랑 일 왜 해요?" "네가 한다고 했잖아." "아니, 뭐 그것도 있지만," "저는 키도 작고 뚱뚱하잖아요." "살이야 빼면 돼, 괜찮아." "그렇지만 전 못생기고 가방끈도 짧은데다 성격도 더럽고, 그리고.." "..누가 뭐라고 그래, 아줌마?" "네?" 항상 혼나곤 한다. 왜 이렇게 못났냐고. 나도 내가 못난 거 안다. 그래서 항상 매사에 자신이 없었던 거고, 그리고.. "나는..." "하여간, 한국 여자들은 이런 게 문제야." "......" "아줌마가 너무 예쁘니까." "......" 애써 진정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만다. 얼굴은 빨개질 대로 빨개지고, 심장도 주체할 수 없어진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늘 오가는 반응은 똑같다. 그는 나를 설레게 한다. 내가, 이랬던 적이 있었나. "당신이 얼마나 예쁜지 알려줘?" "......" 하나, 둘, 셋. "다..다니엘 씨." 속으로 센 카운트다운 후 시선의 끝에 정확히 바로 앞에서 내 눈을 바라보고 있는 그가 속삭인다. "Can I, kiss you?" 입술이 닿음과 동시에. 그는, 기억나지 않는 아빠보다 나에게 친근해져 왔다. * "왜 이렇게 짜지..?" 뜨끔한다. "그..그래?" "응..입이 짜졌나." 내가 모를 줄 알고, 또 태연한 척 하지. 안 봐도 뻔하다. 심하게 짜게 먹는 습관이 있는 다니엘이 또 나 몰래 반찬에 조미료를 넣어 놓았나 보다. 혹시 몰라 걱정이 된 내가 병원에 검진을 데리고 갔더니 나트륨 과다섭취란다. 내가 못살아 정말. "다니엘 씨, 또 그랬어요?" "..내가 뭐." "거짓말 하면 혼낼 거예요. 넣었어요, 안 넣었어요?" "...아니 그게," "넣었네. 이번 한 주 동안 고기반찬 없을 줄 알아요." "아 아줌마, 미안해! 안 그럴게!" "..아줌마? 미안해?" 아, 진짜. 힘껏 날 째려보는 다니엘이 처음엔 쫄리긴 했지만 지금은 귀엽게만 보인다. 병원에서도 밥은 싱겁게 해서 주라고 했는데. "어휴, 다니엘 씨가 내 디자이너인지 아들인지 헷갈려 죽겠네요. 제발 스물셋 성인처럼 굴라구요. 네?" "그치. 우리 아들은 나 닮아서 잘생겼을걸." "키는 닮으면 안 되겠어요." 유치하기 짝이 없는 다니엘에 괜시리 화가 났다. 그 바람에 건드려선 안 되는 부분을 건드렸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탁 소리를 내며 젓가락을 거칠게 내려놓는다. "..뭐, 네가 먼저 잘못했다." 그래도 또 두근두근하는 심장을 모른체 하며 그의 눈치를 살피는데, "그건 낳아봐야 알지, 아줌마." 그런 의미에서, 아들이나 낳을까? "네에?..아, 잠깐만요! 다니엘!"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곧바로 표정이 썩어가는 날 봤는지 살살, 눈치를 보다 거실의 소파로 도망간다. 매일 저녁때마다 반복되는 이 유치한 술래잡기가 싫으면서도 난 소파로 향하고 있다. "다니엘 씨, 제발 좀!.." "조용히 좀 해요, 정여주 씨." 아니, 얘가 뭘 갑자기 정여주 씨래, 어? 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 얼굴은 거짓말을 못 한다고 했던가. 붉게 달아오른 내 얼굴을 한참 쳐다보다 픽 웃는다. 웃지 마세요! "키스해도 돼요, 누나?" 응? 응.-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ㅠㅠ사랑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