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 01
성황리에 방송종료가 된 시트콤이 끝나고 원식은 다시 할 일 없이 집에만 있는 신세가 되었다. 핸드폰을 들어 메신저를 들어가보니 여러 개의 축하문자가 와있었지만 원식은 눌러보지 않았다. 피곤한 몸을 쇼파에 길게 뉘이며 한숨을 쉬었다. 매일 촬영이 있는시트콤은 원식에게 큰 피로감을 안겨주었다. 덕분에 조금씩 인기를 얻기 시작했지만, 주연의 옆 집 친구 역. 비중은 있지만 무시하고 봐도 스토리상에전혀 문제가 되지 않은 작은 단역이었다. 원식은 메신저 친구목록을 쭉 살펴보다가 한 군데에서 손이 멈췄다. ‘이재환’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인물이 아직도 제 메신저 목록에있는 것을 보고 원식은 인상을 쓰며 곧바로 차단버튼을 눌러버렸다. 완벽하진 않지만 나름 깨끗했던 원식의인생에 커다란 오점을 남긴 사람이었다. 원식은 되돌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다시 몰려오자 자리를 박차고일어섰다.
원식의 데뷔는 사실 배우가 아니라 아이돌 가수였다. 어렸을 때부터랩을 하고 싶고 작곡을 하고 싶었던 원식은 이 회사 저 회사 오디션 지원서를 내다가 기적처럼 붙은 곳이 있었다.다른 연습생들처럼 평범히 계약하고 1~2년의 연습생 기간을 지내오면서 원식은 데뷔를 할수 있게 되었다. 유명한 기획사가 아니었던 터라 데뷔부터 흥하지는 못했지만 거리를 걷다 보면 한 번정도 노래가 나오는 그런 인지도였다. 성공하진 않았지만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기뻤던 원식은 자기나름 열심히 가수생활을 하려 노력했다. 그러다가 사건이 터졌다. 같은멤버였던 재환이 술에 취해 다름아닌 원식이를 강간하려 했다가 다른 멤버들에게 발각돼 미수에 그친 일이 일어났다.소속사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원식의 말을 철저하게 묵인했다. 멤버들 사이에서, 또 소속사 사이에서 원식은 홀로 떨어짐을 느끼기시작했다. 어딜 가나 따라붙는 시선에 뒤이어지는 귓속말까지. 원식은제가 죄인이 된 마냥 움츠러들었다. 반면 피의자인 재환은 아무렇지 않은 듯 했다. 원식은 그래도 성공하자는 일념 하나로 버티려 노력했으나 작은 회사였던 소속사는 금방 부도가 나고 원식이 속해있던그룹은 데뷔한지 1년도 되지 않아 해체되고 말았다. 그 일이일어났을 때는 원식은 22살이었다.
아이돌의 꿈은 접을 수 없었던 원식은 다른 소속사를 찾으려 방황했고 원식의 스펙을 보고 받아주는 회사를 찾았다. 아이돌 가수를 내보내기로 유명했던 소속사에 들어간 원식은 자기의 꿈을 접지 않고 노력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이지나, 자신과 같이 들어온 동료들이 먼저 데뷔를 하는 걸 보면서 원식은 큰 상실감을 느꼈다. 그러다 가수만 배출해 내던 소속사가 배우를 만들려는 프로젝트를 내세웠고 그 선발대로 아이돌이 되기에는 나이가애매하고 연습생으로 묵혀두자니 아까운 원식이 나가게 된 것 이었다. 첫 역할은 일일시트콤 주연의 옆집친구 역. 소속사의 힘으로 오디션 한 번 보지 않고 바로 발탁된 원식은 얼떨결에 연기를 하게 되었고브라운관에 비치며 소소한 매니아 층에서 인기를 조금씩 끌어 모으고 있었다. 원식이 배우로 데뷔할 때는원식의 나이가 26살이었다.
원식은 옛 기억을 잊어버리려 한산한 동네를 걷다가 회사로 들어오라는 이사님의 말을 듣고 집 근처에 주차해 두었던차를 몰고 회사로 향했다. 이사 사무실로 들어간 원식은 멀뚱히 서있다가 이사님께 인사를 하고 쇼파에앉아있던 한 남자를 보고도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매니저 없이 개인적으로 부르는 일은 지극히 드물었기에원식은 그저 뒷머리만 긁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저, 차이사님 무슨 일이예요?”
“어, 원식아 잘왔어”
학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원식을 반겨주었다. 쇼파에 앉아있는 사람은거기에 가만히 앉아 원식을 바라볼 뿐이었다. 원식은 계속 되는 시선에 몸을 쭈뼜거렸고 그걸 알아차린학연은 원식을 그에게 소개시키려 다가갔다.
“감독님, 여기는 우리회사 유일한 배우인 김원식이구요. 원식아, 여기는 이번에너 캐스팅하러 오신 서인국 감독님이야.”
“아, 안녕하세요”
원식의 얼떨결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꾸벅했다. 보통 감독이 배우를캐스팅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일은 드물었다. 심지어 데뷔한지 일 년도 채 안된 완전 초짜 신인인원식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랬다. 원식은 사람 좋게 웃으면서 감독과 이야기 하는 학연을 보다가 괜한 소외감에바닥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흘깃 본 감독의 얼굴은 감독을 하기에는 아깝다고 생각되는 얼굴이었다. 가수나 배우 했으면 되게 성공했을 텐데. 원식은 마른 입 안에 물을채워 넣었다.
“자, 이제 밥 먹으러가자. 식이 너는 감독님이랑 대화도 해봐야 하니까.”
학연, 인국 그리고 원식이 고급 한식집에 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원식과 달리 학연과 인국은 꼭 오래 알던 친구 사이처럼 장난도 치고 호탕하게 웃기도 했다. 혼자서 깨작깨작 젓가락질 하던 원식은 혼자 소외감을 느끼는 제 자신이 너무 싫었다.
원식의 본래 성격은 밝고 쾌활하며 사람을 좋아하는 타입이었다. 아이돌데뷔하고 그게 망하고 근 몇 년 동안 성격이 굉장히 어둡고 내성적으로 바뀌었다. 어딜가나 사람들이 손가락질을하는 것 같고 사람들과 마주대하는 것 자체를 힘들어 했다. 원하던 가수가 아닌 배우를 한 것도 그렇고이 일이 저번처럼 언제 무너 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원식은 하루하루가 힘들고 지쳤다.
“밥 그렇게 깨작거리면서 먹는 거 아니예요. 원식씨”
인국의 말에 원식은 눈을 크게 떴다가. 네, 네…하고 말꼬리를 흐리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인국이 원식의 밥에 고등어조림 뼈를 예쁘게 발라 살코기만 놓아주자 원식은 젓가락 아닌 숟가락으로 밥을 크게한 술 커서 떠 먹었다. 입 안에 가득 찬 밥 알이 괴롭다. 내가이렇게 입 안 가득 뭘 넣어 본게 언제더라. 입 안에 있는 밥이 퍽퍽하게만 느껴졌다.
“저, 원식씨 직접 캐스팅하러온 이유가 있어요.”
원식이는 입 안에 있던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아 물 한 모금을 키고 아예 젓가락을 놓아버린 인국을 보고는 원식도입 안에 있던 음식을 빨리 삼켜버렸다.
-
영화를 어떻게 찍고 배우를 어떻게 캐스팅하는지는 잘 몰라요...완전 무지한 상태. 그냥 재미로만 봐주세요 ㅠㅠ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손종원 셰프 나이 살짝 의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