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야, 너에게 손이 닿질 않는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제 눈물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백현은 손을 쥐었다. 경수와 마지막 잠을 청했던 것이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점점 야위어져 가고 있다. 제 몸이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다. 뒤이어 후회가 밀려들었다.
조금만, 더 경수한테 잘 해 줄걸. 백현은 빗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경수가 밀려들었다. 그 때도 경수는, 이렇게 백현에게 말 없이 밀려들었다. 혼자 남을 경수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했다. 경수를 끌어안고 싶었다.
경수와 자신의 발걸음은 얼마 차이 나지 않는데 백현은 차마 경수를 찾으러 갈 수가 없었다.
백현은 얼마 살지 못한다.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이야기했으니 그렇게 될 것이었다.
하루하루 몸에서 빠지는 힘과 빠지는 살을 생각하면 이제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하게 했다. 경수가 너무 보고 싶었다.
우리 경수.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찬열의 것이라는 것을 알아챈 백현이 머리맡에 액자에 끼워진 경수의 사진을 응시했다.
수줍은듯 웃고 있던 경수, 그때의 기억이 밀려들었다. 더 이상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아는데, 앓게 됐다. 백현은 문이 벌컥 열리는 것을 듣고 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찬열이 백현을 응시했다. 잠시동안의 정적.
"찬열아."
찬열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대답을 바라고 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백현이 말을 이었다.
"이거 꼭 경수한테 전해줘. 그리고 꼭 이야기 해 줘야돼. 알았지?"
나는 지금 아주 잘 살고 있다고.
보고싶다. 나는 지금 미국이야! 정말 열심히 대학교 잘 다니고 있어.
잘 살고 있다며? 네 소식 간간히 듣고 있어. 보고싶다.
너도 나 보고싶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가 언젠가 너 꼭 데리러 갈게. 기다려.
-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