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벚꽃이 만발했다. 봄이 되어서도 늦깎이 추위가 계속 되더니 오늘에서야 봄기운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봄이라고 여자들만 설레는 것은 아니다. 청춘의 나이에 들끓어 오르는 사내의 외로움은 봄이 되면 더 깊어진다. 또한 말하지 못할 설렘 같은 것이 봄기운을 타고 전해져 온다. 그렇게 봄이 되었건만 나는 내 젊음을 누리지 못하고 오늘도 벤에 몸을 실었다.
창문을 열어 내다본 세상은 지독하리만큼 따뜻했고 내 마음도 모르고 봄이라는 것은 내 코끝을 간질이고 내 안으로 스며들었다. 난 갑자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어졌다. 이제 벚꽃 축제니 뭐니 다가온 봄을 환영하는 행사가 한창인데 나는 차에 몸을 싣고 이리저리 실려 다니기 바쁘다. 차라리 날씨라도 엉망이면 그나마 좀 위안이 되련만 애석하게도 따뜻하고 가벼운 바람은 내가 앉아있는 벤 안으로 들어와 약을 올리기라도 하듯 봄기운을 뿌리고 사라졌다.
그리고 이렇게 서러운 기분이 드는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야, 오늘 도망칠까?”
이성열이 내 귀에 대고 그렇게 속삭였다. 나는 당장이라도 ‘응’이라고 대답하고 싶었으나 이성열을 무시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원래 땡땡이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치지 않기로 우리끼리 약속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찾아온 봄기운은 이성열도 같이 유혹했나보다.
내가 무시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성열은 내 팔을 잡고 흔들었다.
“이 좋은 날씨에 스케줄이나 갈 거야?”
“나 잘 거야. 건들지 마.”
“개새끼.”
이성열은 결국 포기하고는 내 팔을 내팽개치듯 놓아버리고 몸을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난 다시 천천히 눈을 떴다. 앞자리에 앉아있는 성규 형과 남우현은 어제부터 아무 대화도 하지 않은 듯하였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주제넘게 내가 나설 일 또한 아니었다. 그래서 그저 가만히 놔두면 둘이 알아서 풀리려니 생각하려고 했었는데 시무룩해있는 남우현에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난 핸드폰을 꺼내 남우현에게 카톡을 보냈다.
‘무슨 일 있었냐’
남우현이 핸드폰을 보고는 빠르게 답장했다.
‘ㅇㅇ’
‘뭔데’
‘........미안.’
‘?’
‘나중에 말할게’
‘뭔데 그래...’
‘별 거 아니야 신경 쓰지 마...’
별거 아니라니 날 바보로 아나? 난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남우현을 바라보았다. 남우현은 한참동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그것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옆 자리에 앉은 성규형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크게 한 번 내쉬었다. 저래놓고 아무 일도 아니란다. 남우현에게 섭섭한 감정이 들었다. 늘 그렇게 무언가를 꼭꼭 숨겼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비밀이 많은 놈이었다. 난 그런 점이 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난 모든 것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데 놈은 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니 섭섭하다 못해 짜증이 났다.
“얘들아, 형 화장실 갔다 올 테니까 차에서 얌전하게 기다려.”
“형, 나도!”
동우 형이 먼저 차에서 내리고 이성열이 뒤따라 차에서 내렸다. 차 안엔 우리 세 사람만이 남았다. 성규 형은 창문을 내다보다가 이내 정면을 응시하다가 눈을 감았다. 남우현은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는다. 난 가만히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마치 두 사람 사이에 커다란 벽이 가로막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내가 낀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 지금 이러한 상황에 난 화가 났다. 이유는 몰랐다. 그냥 남우현의 소심한 태도와 성규 형의 무관심한 표정 모든 게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왠만하면 그냥 화해해라.”
두 사람이 동시에 내게 고개를 돌렸다. 난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너무 오래 가잖아. 이건.”
성규 형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져 갔다. 남우현은 성규 형의 눈치를 보더니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돌려버렸다. 난 그런 남우현의 오른쪽 손목을 덥석 잡고 성규 형의 왼손 또한 잡아 들었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두 사람이 날 쳐다보았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고 남우현의 손 위에 성규 형의 손을 올려놓았다. 성규 형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남우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왜..왜이래.”
“진짜 징하다. 이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몇 년 동안 그래.”
남우현이 초조한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성규 형 또한 날 바라보았다. 그런데 성규 형의 표정은 뭔가 이상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감정들이 복잡하게 뒤얽혀있는 눈동자로 날 바라보자 난 나도 모르게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순간 내가 큰 잘못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성규 형은 갑자기 자신의 손을 홱 빼냈다. 마치 혐오스러운 무언가를 본 얼굴을 하고서는 남우현을 쳐다보았다. 남우현은 멍한 표정으로 성규 형을 바라보았고 성규 형은 다짜고짜 차 문을 벌컥 열고는 나가버렸다. 쾅 하고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고는 매정하게 뒤돌아 걸어가버리는 성규형의 뒷모습을 남우현과 나는 말없이 지켜보았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머릿속이 멍해졌다. 그대로 굳어버린 듯하였다. 잠시였지만 나는 느꼈다. 예전의 성규 형이 아니다. 마치 성규 형의 가면을 쓴 다른 사람을 만나고 온 기분이었다. 도대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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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벚꽃 축제 갔다와서 감성이 충만해져서 한 편 썼어요........../////
이제 봄이네요. 진짜 ㅠㅠ 서울은 추워요....바람도 많이 불고
오늘이 제일 따뜻했던 것 같아요. 바람은 미친듯이 많이 불었지만...ㅠㅠ
하늘하늘 원피스 입고 여자랑...(ㄸㄹㄹ) 놀러 간 여의도는........바람이 미친듯이 불어제꼈답니다
그래도 케이비에스홀 가서 연예인도 보고 나름 재밌었어요
여러분도 벚꽃 축제 꼭 가보세요-
그럼 전........과제하러 꺼질게요 ㄸㄹㄹ
잘자요^3^
(아 그리고 이번 편은 그냥.........일시적으로 시점 전환한 거예요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는 다시 3인칭 작가 시점으로 갑니다)
그나저나 이 글씨체 뭐임 이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