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사랑을 싣고
02
오늘도 여전히 꽉 막히는 버스 안에서 준면은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잡으며 서있었다. 버스가 흔들릴 때면 욕을 내뱉는 굵은 목소리들의 주인들 사이에 껴있던 준면은 오늘도 역시 죽을 맛이었다. 혹시 붙이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어른이고 뭐고 바로 주먹이 날아올 것만 같은 분위기에 준면은 최대한 몸을 접으며 어서 도착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달리던 버스가 정류장에서 멈추자 학생들은 아...하고 탄식을 터트렸고, 이미 공간도 없이 꽉 차버린 버스 안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기사 아저씨는 계속해서 손님들을 태우기 위해 문을 열었다. 열린 문 때문에 학생들이 안으로 밀려 들어오자 준면 또한 이번 것은 참기가 힘들었는지 자동적으로 괴상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새로 타는 학생들이 버스 안을 헤지며 안쪽으로 들어오는지 또 다시 버스 안에서는 구수한 욕설들이 들려왔지만 준면은 이제는 그 욕설마저 들리지 않는 건지 어서 문이 닫이기를 빌고 또 빌었다.
와...진짜 대출 받아서라도 차를 사던가 해야지....
탁, 발소리와 함께 자신의 옆에 슨 남자에게 준면의 시선은 자동적으로 돌아갔다. 하얀 와이셔츠에 남색의 마이를 입은 모습을 보고 준면은 아 또 학생이구나 생각하고 고개를 들어 얼굴을 힐끔 봐라보았다. 하얀 얼굴에 학생답지 않은 밝은 금발의 머리를 한 학생은 꽤나 날카롭게 생긴 인상이었다. 하지만 그 것을 감춰줄 정도로 잘생긴 얼굴에 준면은 어느새 넋이 나가 있었다.
헐, 턱 선봐...베일 것 같다. 근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어딘지 익숙한 얼굴에 대놓고 빤히 쳐다보던 준면은 갑자기 자신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학생의 날카로운 눈과 마주치자 깜짝 놀라 황급하게 고개를 돌리고는 창문이 뚫어질 듯이 앞만 봐라봤다.
“아...깜짝...”
당황함에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꺼낸 말에 준면은 재빠르게 움직이던 입술을 꽉 깨물었다. 피식하고 들리는 웃음소리에 다시 힐끔 옆 사람을 올려다본 준면은 들려오던 웃음소리와는 다르게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얼굴을 보고는 천천히 눈을 돌려 다시 앞을 쳐다봤다.
무서워. 진짜 무섭게 생겼어....
“저 어제 형 때문에 지각 했어요.”
“예?!”
귓가에 들린 말에 준면의 목소리는 버스 안에 가득 울려 퍼져갔다. 사람들의 시선이 준면의 얼굴에 달라붙자 준면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고는 어찌 할 바를 모른 체 작게 속삭였다.
“제...제가 뭘 했다고...”
“어제 제가 형 깨워준 거 기억 안나요?”
아... 준면의 입에서 작은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그래, 어제 그 학생이구나...어쩐지 낯익더라.
“설마, 기억 안 났어요? 그래서 쌩까고 고맙다는 인사도 안하고?”
학생의 말에 당황한 준면은 할 말을 찾기 못한 체 입만 우물거릴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쉬는 학생은 준면을 그 날카로운 눈으로 힘껏 째려보았다.
“와...눈이 삼백안이시..”
“고맙다고 안 해요?”
“고맙습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자 보이는 준면의 작은 뒤통수에 학생은 작게 웃어보였다. 또 다시 들리는 웃음소리에 준면이 고개를 들고 쳐다보자 그저 무표정에 무섭게만 보이던 눈은 예쁘게 휘어져있었다. 차가웠던 첫인상과는 다르게 웃으니 예쁘기도 하지만 눈 밑에 자리 잡고 있는 애교살이 아직은 어린 아이 같은 느낌을 주었다.
“형, 좀 웃긴면도 있는 것 같네요.”
얼굴에서 미소는 사라졌지만 들려오는 목소리에서 어딘지 다정함이 묻어져 나오는 느낌을 받은 준면이었다.
“이름이 뭐에요? 전 세훈인데. 오세훈”
“김준면이요.”
긴 팔을 뻗어 벨을 누르는 세훈은 준면의 이름을 듣자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달리던 버스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버스 안 가득 차있던 학생들이 우르르 문을 통해 빠져나갔다. 세훈도 준면을 힐끔 쳐다보고는 버스에서 뛰어내렸다. 금발의 머리가 바람에 흔들리며 빛을 받아 보기좋게 반짝거렸고, 준면은 그런 세훈의 모습을 멍하니 보고있었다.
"아, 맞다. 지각한거 구라에요 제가 학교에 제일 먼저 도착했거든요."
문이 닫히는 틈. 준면에게 장난스레 웃어보이는 세훈은 어제처럼 하얀 손을 들어 흔들어보였다. 햇빛에 반사되듯이 반짝이는 세훈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 준면은 출발하는 버스가 아쉽게만 느껴졌다.
웃는게 참....예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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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륜야자 때문에 주말에 올라오는데 헝헝 이번에는 오빠도 집에 와서 빠르게 쓰고 사라져야지요.
걸리면 큰일나요ㄷㄷ;;;;
암호닉은 언제나 다 기억하고 있답니다.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