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봄
w. 별바라기
9월 초. 어느때와 다름없이 학교라는 곳을 간다. 학교안에서 난 그저 평범한 한 학생일뿐, 학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평범하게 등교를 하고, 평범하게 친구와 놀고, 평범하게 공부를 하고. 마치 다람지 쳇바퀴같은 똑같은 삶. 이 삶이 싫지만은 않다. 아니, 사실 조금은 지루하다. 심지어 지금 등교를 하고 있는 내 발에 치이는 돌맹이 갯수도 같은건 기분탓 이겠지.
" 9월 진짜 싫다. "
" 왜 싫어? 날씨도 따듯하고, 화사하고! 난 완전 좋은데? "
" 너 혼자 쭉 좋아하세요. 빨리 겨울이나 왔라. "
진심이다. 애매한 가을. 날씨도 애매. 달력의 처음도, 중간도, 끝도 아닌 이 9월. 마치 세상의 나를 보는거 같아 괜히 싫다. 빨리 지나가고 겨울이 왔으면. 9월아. 제발 빨리 가주렴.
영양가 없는 얘기를 친구와 주고받으며 교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익숙하게 내 자리를 찾아 앉았다. 창가 자리. 이왕이면 창가 맨 끝을 고집하고 싶었지만 조용한 나에게 의견이라는건 없었다. 그냥 아이들이 앉으라는 곳에 앉았을뿐. 한심해. 멍하니 창밖만 바라봤다. 자습시간 종이쳐도, 쉬는시간 종이쳐도, 수업시간 종이쳐도 하염없이 창밖만 바라봤다. 지금이 몇교신지도 모른채. 그 때, 텅 빈 운동장에서 사뿐사뿐 걸어오는 한 인영이 보였다. 지금 시간이 몇신데 이제 등교를 하는건지. 나보다 더 한심한 사람이다. 내심 누굴까 싶은 호기심에 그 인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눈이 마주쳤다. 혼자만의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눈이 마주쳤다. 어느정도 가까운 거리에서 눈이 마주쳤을때, 그 아이의 눈동자는 빛이 났다. 누굴까. 우리학교 교복이였는데.
"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이겠지. 뭘 그렇게 생각해. 정신차려. "
내 생각이 틀렸다.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그 애는 같은 시간에 텅 빈 운동장을 혼자 걸어왔다. 사뿐사뿐. 터벅터벅도 아닌 사뿐사뿐. 조심스럽게 걸어와 항상 같은 자리에서 나와 눈이 마주쳤다. 이런걸 빼박이라고 하나? 며칠간 눈을 마주쳐오니 나의 호기심은 커져만 갔다. 이름이 뭘까. 왜 항상 이 시간에 등교를 하는걸까. 몇살일까. 나랑 동갑일까? 보고싶다. 또 보고싶다. 내가 그애를 좋아하게 된건가? 고작 눈 몇번 마주쳤다고? 정신 차리자. 누군지도 모르는 애를. 항상 그 아이의 등교길 눈 마주침이후로는 단 한번도 학교에서 본 적이 없는 그 애를.
" 갑갑하다. 정말. "
-
많이 아팠다. 평소에 건강하다고 자부할수 있는 나였는데. 도저히 몸을 움직일수가 없었다. 학교를 하루 쉬었다. 몸살이라 하루를 쉬고 나니 홀가분했다. 이럴꺼면 아프지를 말지. 아까워. 아까워. 내 개근상.
" 내 아까운 개근상.. "
" 괜찮아 이년아. 상은 많고 많아! "
이 상이 아니면 내가 받을 상이 없어서 그런다. 이년아. 나서기 싫어하는 나 덕분에 고등학교를 들어와서 상을 받아본적 전무. 개근상이라도 받아야하는데, 그 마저도 날아갔으니. 또다시 암울한 내 앞날이 생각난다. 이게 다 9월이라서 그런거야.
익숙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익숙하게 또 창밖을 쳐다봤다. 어제 그애 학교왔겠지. 또 내 자리를 봤을까? 내가 없는걸 알았을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더니. 자꾸 기대하게 되고, 욕심이 난다.
" 병신. 병신.. "
혼자 열심히 자책하고 있는데, 등교를 하는 그애가 보인다. 순간 하던 혼잣말을 멈추고 멍하니 쳐다봤다. 보고싶었다고, 눈으로 열심히 전해주고 싶다. 아니 입으로 직접 말하고 싶다. 그 때, 거짓말처럼 그 애의 입이 열렸다.
" 어 제 왜 안 왔 어 "
너무너무 보고싶은데. 멀어서 잘 보이지가 않는다. 내가 저걸 어떻게 봐. 조금만 더 가까이. 가까이 와줘. 인상을 찡그리고 계속 쳐다보니 좀 더 가까이 걸어와서 한번더 입을 벌린다. ' 어제 왜 안왔어? ' 보인다. 보여. 반했다. 난 그애한테 반했다.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는. 그저 눈이 빛나는 애라는거밖에 모르는 그 애한테. 나는 반했다. 교실을 뛰어나갔다. 어디가냐는 선생님의 고함이 들리지만 아랑곳하지않고 나는 현관으로 나갔다. 니 이름, 알고싶어. 울먹이며 달렸다.
있다. 거짓말 처럼 니가 있다. 나와 눈을 맞추던, 입모양으로 물어보던 그 자리에 그대로 그 애가 서있었다. 좀 더 가까이 갔다. 벌벌 떨리는 다리를 열심히 끌여당겼다. 그애에게 간다. 조금만 더. 조금만.. 끌다시피 걸어 니 앞에 섰다. 잘 보이지 않던 얼굴도 잘 보이고, 니 이름도 보였다. 눈물을 주체할수가 없었다. 홍빈. 이홍빈 이구나. 예쁘다. 반짝거리는 눈동자와 잘 어울려.
" 어제 왜 안왔어? "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친구야. 나 이제 9월이 좋아졌어. 아직 9월 다 안갔지? 나 이제 9월 제일 좋아할께.
갑작스럽게 찾아온 9월의 봄은 따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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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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