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내 앞에 까발려진 진실은 무겁기도 하였고 가볍기도 하였으며 아프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전혀 기쁘지는 않았다. 세상 어느 자식이 부모의 외도를 다른 부모에게 듣는것이 마음 편할까. 자신의 가슴속에 쌓여있는 돌을 내게 던져 가벼워지고 있는 부모의 모습에 고스라니 돌팔매질 당한 내 가슴은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이 이상 빠지면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가만히 내게 떨어지는 돌들을 맞고 있는것은 어설프게나마 남아있는 효[孝]의 잔해일까. 차마 내가 치유할 수 없는 그 마음의 무게를 내가 대신 짊어지고 사는것. 물론 그런것을 바라지 않으셨겠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내 숨구멍을 조여드는 그것들은 내 미래를 바꿔놓게 될 것이다. 연락도 닿지 않는 어머니. 떠나간 어머니를 하염없이 그리워하는 아버지. 애써 잊으려 발악하는 내게 아버지는 꾸준히 어머니에 대해 상기시켜주셨다. 그렇게 내 기억속의 좋은 어머니는 어느새 화냥년이 되어버렸다. 그 누구를 탓하리오. 나를 이곳에 물어다 놓은 황새를 탓할까, 아님 이곳에 나를 점지해준 삼신할매를 탓할까. 운명에 순응하며 가만히 앉아 한 귀로 흘렸다. 하지만 아아, 어머니는 그런 분이셨습니까. 라며 경악을 하기에는 이미 내 가슴이 짓이겨지도록 알고 있던 사실이었기에 어쩌면 그리 태연했을 수도 있다. 아니, 나는 태연하지 못하였다. 거짓속에 잠겨있던 어머니가 수면 위로 올라와 그 진실을 똑바로 마주하며 되새김질을 했을 때 나는, 태연한척 가면을 쓰고 피를 토하고 있었다. 답답한 가슴을 벅벅 긁으며 울컥 피를 토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피를 다 닦기도 전에 새로운 돌에 맞아 죽어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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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부인) 변우석 인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