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함께 읽으시면 더욱 좋아여!!)
[EXO/카디]파멸의 길 |
근정전은 쥐 죽은듯 고요했고 조금 쌀쌀한 가을 바람만이 휘날리고 있었다.
경수는 손에 들려있는 상소를 차마 던지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 제 앞에 있던 신하들 모두가 저를 물어뜯지 못해 안달나있는 사나운 짐승들 같았다. 왕권마저 빼앗기고 이젠 옥새까지 빼앗아가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는 이복형 경인대군앞에서 자신은 그저 쓰러져가는 조정의 허수아비일뿐이었다. 정실 부인이 아닌 첩의 자식으로 태어나 어릴적부터 죽을 고비도 여러번 넘기며 경수에게 궁은 그저 지옥과도 같았다. 이제 막 스물살이된 경수에게 타고난 총명함은 첫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왕의 자리에 앉혀주었지만, 오히려 그것은 경수에게 독이 되었고 힘 없이 꺽이는 자신이 치욕스러웠다. 언제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왕의 자리에 오른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손에서 칼을 쥐지 않고 자는 날이 없었다. 사방이 적이었다. 고요한 궁궐에서 내 편은 과연 몇이나 될까.
"종인아. 밖에 있느냐."
"예 전하."
"좀 더 가까이 오거라. 어두워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구나."
어린시절, 아버지는 체격도 또래보다 작고 약해 방에 틀러박혀 책만 보는 나를 염려해 제 또래인 종인이와 놀게끔 해주셨다. 저 보다 한 살이나 어렸지만 체격도 훨씬 크고 제 나이에 맞지않게 과묵하고 생각이 깊은 종인이였다. 물살이된 지금, 경수는 한 나라의 왕이 되었고 종인은 그런 경수를 보좌하는 호위무사가 되었다. 경수에게 있어서 종인은 궁 안에 유일한 버팀목이었고, 왕이 아닌 사람으로서 대할 수 있는 마지막 사람이었다. 피바람이 휘몰아치는 궐안에 네가 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
"너와 내가 어렸을때 칼 싸움을 하고 놀던것이 기억나느냐."
"예. 기억납니다."
"그때가 무척이나 그립구나."
아마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을거다. 아무 생각없이 너와 함께했던 그 날들이 나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했다. 너도 알고 있겠지....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것을.
"종인아"
"예.전하."
"네가 나를 죽여라."
"!!!!!!!!!"
"형님 앞에 나아가 간곡히 청을 드리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내 목을 보여주어라. 그리하면 그 누구도 너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제가....제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이건 내 마지막 명이다."
"왜...입니까? 어째서 제가 해야만 합니까."
"두려운게로구나. 무엇이 그리 두려운것이냐."
"두려운것이 아닙니다. 이해할 수 없어서 입니다."
"완전히 벗겨내기 위해서다. 너에게서 나를."
누군가 날 죽인다면 또 다른 누군가가 널 죽이겠지. 넌 나의 가장 최측근중에 한 사람이니. 난 너가 나때문에 죽어가는걸 볼 수 없다. 종인아. 넌 살아야만해.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너만은 내가 지켜줘야해. 그게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이니.
"두려워 하지 말거라. 네가 나를 죽이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내명이 다하였을 뿐이니.
슬퍼하지 말거라. 그리워 하지도 말고 자책하지도 말거라.
참으로 억울하기 짝이없는 마지막이구나. 그래도 너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조금은 기뻐해도 좋은것일까. 미안하구나. 좋은 모습으로 너에게 남기를 바랬건만.
폐하. 아무래도 이번엔 당신이 틀린 것 같습니다.
종인은 피 묻은 얼굴로 싸늘하게 식어있는 제 주군을 바라보았다. 저를 죽이라며 애원하는 경수를 보면서 종인은 가슴이 미어졌다. 누가 당신을 이리도 약하게 만든겁니까. 도대체 당신이 왜...왜 죽어야만 하는 것입니까. 같이 도망가자고 말했다면 권력이고 집안이고 다 버리고 같이 떠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끝내 경수의 입에선 같이 가자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폐하. 꼭 칼로 찌르고 활을 쏘야만 사람을 죽이는게 아닙니다. 당신은 지금 날 죽이고 있는겁니다.
당신을 두고 내가 살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면 그것은 지극히 당신의 착각입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주군, 나만의 주군.
종인은 조용히 근정전 밖을 벗어났다.
나비는 꽃을 맴돌고 꽃은 나비를 위해 잎을 내들고 이슬맡에 잎사귀는 떨리고 나비는 꽃을 위해 날개짓을 하고 꽃은 나비를 위해 만개했다.
나비는 어느덧 꽃을 기억하고 꽃은 수많은 나비에 나비를 잊고 나비는 꽃을 맴돌지만 꽃은 저물고 나비는 배회했다.
꽃은 어느새 내들던 잎사귀를 떨구고 나비는 날개짓을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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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갑자기 소재가 뙇 떠올라서 적었어요ㅠㅠㅠㅠㅠㅠ 힘없는 경수왕과 그 곁을 지키는 호위무사 종인이의 이야기입니다ㅠㅠㅠㅠㅠㅠ 결국 종인이는 다른 사람 손에 죽임당하는 경수를 보는것보단 이 편이 나을것같아서 경수의 명을 따르죠ㅠ 그리고 종인은 죽어있는 경수를 보며 거의 미쳤다고 해야하나... 눈이 뵈는게 없어지고 근정전을 떠난 종인이는 경수를 죽음으로 몰고간 사람들을 죽이러 갑니다. 결국 모든것이 파멸해버리고 말죠ㅠㅠㅠㅠ 시간만 있으면 더 적고싶은데..ㅠㅠㅠ나중에 시간나면 소재 하나 정해서 연재하고싶은 마음이 굴뚝같네요ㅠㅠㅠ 독자님들 다음에 또 봐용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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