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 백현 편 (결말) | ||
이내 백현이 음성변조기를 끄고 예전의 다정한, 장난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두 문 가운데, 글귀가 적힌 낡은 철판이 있어. 그걸 보고 한 쪽을 골라서 나가면 돼. 너무 시간을 오래 주면 재미 없겠지? 네가 자리에서 움직이는 순간부터 천장이 천천히 내려 앉을거야. 아마.. 30초면 다 내려앉지 않을까?"
닥쳐! 말을 이어갈 수록 점점 더 신나 보이는 녀석의 말투에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왔다. 큰일이다. 난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여기서 죽을 수는 없어. 기필코 글귀를 해석해 이 거지 같은 곳에서, 개 같은 변백현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리라. 후. 그럼 준비, 시작.
30. 29, 28....
「왼쪽 문의 뒤에는 굶주린 사자가, 오른쪽 문 뒤에는 식인도적 10명이 있다」
...하? 한 쪽은 사자에, 다른 쪽은 식인도적이 10명이나? 진짜 나를 꼼짝없이 죽이려는 생각인가? 문득 천장을 보았다. 어느새 1/3정도 내려온 천장. 빨리 선택을 해야할 것 같다. 사자냐. 식인도적이냐. 5초 가량 문제가 쓰여진 낡은 철판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머릿속으론 이미 최악의 상황이 그려져 눈물이 차오른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엄마, 아빠, 동생. 그리고 아주 먼 미래는 아닐 듯 한, 내 남편와 아이들. 이들을 못 볼 생각을 하니 눈물이 하염없이 차올랐다.
그러다 문득, 무엇인가를 깨닫고 왼쪽 문을 열어제꼈다!
눈물을 흘리는 동안 어느새 천장은 많이 내려와 내가 방금 연 문을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열린 문 안쪽으로 보이는 방은 온통 캄캄한 어둠 뿐. 작은 숨소리도, 미세한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의 경첩이 떨어져 나가고 더 이상 이대로 있으면 정말 여기서 죽겠구나 싶어 눈을 질끈 감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고요하다. 등 뒤로 천장이 내려앉으며 문이 완전히 부숴지는 소리가 났고, 이젠 돌아갈 길도 없다고 생각해 새로운 어둠에 눈을 익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전 방처럼 어디선가 변백현이 지켜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들어 실눈을 뜨고 어떻게든 방을 살폈다. 아무것도 없다. 천장도 멀쩡했다. 건너편 벽에도 문이 하나 뿐이다. 정답인가? 아니면 저 뒤에 사자가 있는 것일까? 벽을 짚고 건너편에 있는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보았다. 역시나 고요하다. 똑똑하고 두드려 봤지만 건너편에선 반응이 없다. 이 길이 탈출로든지, 변백현에게로 가는 길이든지 선택의 여지는 없다, 라고 생각해 조심스레 문고리에 손을 가져갔다. 그런데 손에 무엇인가 잡혔다. 뭐지? 하고 그 물건을 손에 들었다. 아마도 직접 만든 듯한 목걸이었는데, 가운데에 손가락 크기만한, 흰 색의 무언가가 달려있었다. 그 놈이 아무 이유없이 이런 것을 뒀을리가 없다, 라고 생각해 그것을 얼굴 가까이 대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한참을 살펴보다가 깨달았다. 이 길은 분명 탈출로다!! 거침없이 문고리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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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 썼는데 세륜 노트북 에러로 날아가서 다시 썼네요ㅜㅜ
처음에 썼던 문장들이 생각이 안나서 망함.txt
아마도 다음편이... 있겠죠...?
원하는 사람이 없어도 내 만족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