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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비가 조금씩 굵어진다. 술기운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주를 경수는 등에 업고는 여주의 손에 우산을 주어준다. 자기 몸도 못 가누면서 우산을 잘 들을 수나 있을까 걱정이 앞서 그냥 택시를 타고 갈까 했지만, 기어코 걸어갈 거라는 여주의 고집을 경수는 말릴 수가 없었다. 어릴 때도 종종 이렇게 업어줬는데, 경수는 스멀스멀 피어나는 어릴 때의 기억에 조금씩 젖어갔다.

 

“이거 봐봐. 나 우산 잘 들지?”

 

처음에는 휘청휘청 우산의 중심을 잘 못 잡는지 우산을 들고 있음에도 조금씩 젖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이제는 휘청 이지도 않고 잘 잡고 있더라.

 

“응. 잘 잡고 있네.”

 

경수는 그런 여주에 씩- 웃으며 말하자 여주는 기분이 좋은지 경수의 목을 꽉 끌어안고는 목 언저리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옛날에도 네가 날 많이 업어줬는데.”

 

그때 기억나? 되게 오랜만이다. 여주가 입을 달싹일 때마다 목 주변이 간질간질했다.

 

“응. 기억나.”

 

나른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또 다시 여주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네가 갑자기 아이돌이 된다고 사라지는 바람에, 내가 얼마나 서운했는지 알아?”

 

아아, 그랬다. 그랬었지. 참, 난 그때 무슨 생각에 휩싸여 네게 한 마디 말도 안 하고 네 곁을 떠났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분명, 아이돌이 되어 네 앞에 짠하고 나타나 널 놀라게 해줘야지. 하는 어린 생각이었겠지. 라고 지래 짐작해본다. 그게 너에게 상처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 했겠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난 정말 어리석었다.

 

“네가 너무 미워서 화가 났어. 근데 시간이 지나니 어느 정도 잊히더라.”

 

그 말에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너는, 날 잊고 살아왔을까. 난 매일 널 그리워했는데 말이야.

 

“근데 이제 잊으려 하니까 네가 텔레비전에 나오더라. 그때, 다시 생각이 났어. 그리곤 미련이 없는 줄 알았는데, 생기더라고.”

 

무슨 미련?

 

“그러다가 넌 아이돌이고, 난 평범한 사람이잖아? 너와 나는 다른 세상에서 숨 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어렸을 때 너랑 했던 그 모든 것이 다 꿈같고 난 이렇게 살고 있는데, 넌 열심히 노력해서 결국 꿈을 이뤘구나. 싶고. 그래서 그냥 미련 같은 거 거두려고 하니까. 갑자기 연락이 오더라고. 너한테.”

 

그리곤 드는 생각이 뭔지 알아? 넌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나쁜 새끼라는 거야. 나쁜 놈아.

아직 술에 덜 깬 건지 발음을 뭉개며 말하는 여주의 말을 경수는 묵묵히 듣고 있었다.

빗소리가 점점 거세져서 여주의 웅얼거리는 소리가 묻히려고 할 때 쯤,

 

“그래도 경수야. 난 어렸을 때도 지금도 널 좋아해.”

 

점점 빗소리가 커짐에도 불구하고 또렷하게 들려오는 그 말에 경수는 발걸음을 멈췄다.

 

“네가 내게 한 짓은 정말 나빴지만, 그래도 널 좋아해. 경수야.”

 

어딘가 고장이 난 로봇마냥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여주를 경수는 가만히 서서 듣고 있었다.

두근두근 심장이 쉴 새 없이 뛰었다. 빗물에 흠뻑 젖어 추웠는데, 두 뺨은 활활 타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웅얼거림에 간질거렸던 귓가 또한 뜨거운 것 같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게 이 위치에 서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날들이 파라노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무얼 위해 이리 열심히 뛰어왔는가. 어쩌면 그때의 난 성공한 멋진 내 모습을 네게 보이며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그러나 현실은 그리 쉽지 않아서, 성공을 했음에도 꿈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네게 가지 못했다.

 

“미안해.”

 

경수의 말이 빗소리에 묻혀 여주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여주는 여전히 같은 말을 되풀이 할 뿐이었다.

 

“좋아해 경수야.”

“미안해. 고마워.”

“지금도 좋아해.”

“고마워. 힘들게 해서 미안해.”

 

빗줄기가 너무 거세서 우산에 구멍이 났나보다. 경수는 자신의 등이 젖는 것을 느끼며 그렇게 생각했다. 우산에 아주 큰 구멍이 난 것이라고.

 

“좋아해. 네가 너무 좋아.”

 

그러고는 생각했다. 자신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분명 빗물일거라고.

빗물이 눈에 들어가 흘러내리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절절하게 울려 퍼지는 여주의 고백에 경수는 말했다.

 

못난 날 좋아해줘서 고맙다고.

 

 

(똥망글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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