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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의 감정선.
약한 존재가 가질 수 밖에 없는, 세상에 대한 불안과 경계심.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 모두의 안에는 늘 마이너리티가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은희경의「생각의 일요일들」

 

[오백] 수취인불명 02
 W. 리플(Riffle)


-B
선선한 바람을 타고 오후의 햇살을 만끽하려 할때면 이 시대의 산물이 그 평화로움을 깨놓곤 했다.
예의도 없고 교양도 없다며 옆에서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저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산산조각이 난 유리잔이 반짝이듯 일렁이던 고요함을 내쫓고서 예고없는 전화를 받았다. 손자국이 남아 회색빛으로 변한, 자잘한 지문이 가득한 창문처럼 이제는 불투명해진 얼굴. 한파가 몰려온 겨울의 한복판에서 서리가 얼어붙은 차창 너머에 시선을 두려고 할 때의 답답함.
"지금 광합성 중이야"
네모난 기계 너머에서 들려오는 고즈넉한 목소리에 낯간지러운 대답을 들려주는 게 내 일과 중 하나였다.
뜨거운 숨결처럼 와닿는 그 사람의 웃음소리가 귓가를 타고 흐르면 어느새 그도 나처럼 행동한다는 걸 알아채는 단계까지 올라섰다.
단지 그것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닌, 손 끝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과 귀에 이식된 감각세포가 전해주는 작은 진동과도 같았다.
-'별 일 없지?'
"응. 늘 똑같아"
푸스스 흩어지는 내 웃음소리에 상기된 기분이 여과없이 드러났다. 엄마가 한번 가야하는데. 여기 일이 너무 바쁘네. 미안해 아들.
"아니야, 안 와도 괜찮아요. 아… 나 이제 들어가 봐야할 것 같아"
자꾸만 줄어드는 내 목소리에 건너편에서 다급함이 전해져왔지만 꽉 다물린 입술 새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내가 있는 이 곳은 번화가와 한참이나 떨어진 곳이었고 나는 도시의 흉물스러운 모습을 다시는 보지 않으려 도망쳐 왔을 뿐이었다. 결국, 모든 건 그대로였다.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그건 나라는 것 정도.
빛을 잊기 위해 노력하는 나는 완전한 세상에서 불완전한 몸으로 살고 있는 존재였다. 이곳에서 아무 것도 보지 않으려 하고, 아무것도 듣지 않으려 잠을 자고. 아무런 의욕도 없이, 아무런 기대도 없이.
나는 반 쯤 기대있던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몇번이고 엉덩방아를 쿵쿵 찧었다. 노곤노곤해진 몸이 말을 듣지 않자 슬며시 허공으로 손을 뻗었다.
손등에 올라탄 햇빛의 양을 보아 지금은 오후 4시쯤. 내 방 창문으로부터 북쪽 방향에 놓여진, 모포가 덮힌 품이 낮은 의자.
가만히 손 위에 닿아오는 온기를 따라 나는 걸음을 옮겼다. 마당에서부터 스무걸음정도, 한 걸음 더 디딛는다면 턱이 낮은 돌계단이 있을 나의 집.
"이제 전화와도 그냥 끊을까?"
뺨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던 아주머니의 음성에 나는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순간 턱근육이 가늘게 떨려왔다. 좀, 쉬고 싶은데.
"오늘은 저녁은 뭐예요?"
나는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나는 세상의 말없는 것들이 좋아. 낯선 도시의 작은 사설 동물원에 가서 인간의 말을 하지 않는 것들과 우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 덤덤히 볕을 쬐고 싶은 봄'
 
비가 오려는 기미가 보이면 여러 개의 손들이 나를 붙잡았다. 창문을 꼭꼭 닫아 빗소리가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그 날은 밥 대신 따뜻한 수프를 먹었으며, 하루종일 잠을 자도 나를 부르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사고의 후유증이라고 했던가. 천장의 수평을 이루던 선들이 하나로 맞물리는 곳에서 스멀스멀 물안개가 피어나는 것 같았다. 축축한 습기에 피부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나는 깊게 잠이 들어야 하는 날이 오면 하얀 알약을 입에 털어넣었다.
침대 옆 작은 협탁의 맨 윗칸. 제일 가장자리에 위치한 약통들 중 아래서부터 세번째 통.

그날은 궂은 하늘이 흩뿌리던 물방울들이 점점이 모여 큰 웅덩이를 만들어내는 날이었다. 도로에 흥건하게 차오른 빗물을 가르며 우리는 도로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기계판의 화살표는 오른쪽으로 자잘하게 그어진 눈금 위를 자꾸만 넘보았고 나는 뒷자석에 파묻혀 정신없이 잠을 자고 있었다.
바퀴와 마찰하는 지면에서부터 원인 모를 연기가 치솟은 건 아마 그 때였지 않을까.
나는 정처없이 흔들리는 감각에 아빠의 너른한 등에 엎힌 채 벌써 놀이공원에 도착한 줄만 알았다. 회전목마 속 위아래로 치솟는 말의 등에 앉은거라 착각하던 내 얼굴.
하지만 그 착각을 깨워준 건 큰 화물차가 들이받은 자동차의 옆구리에서부터 올라오던 굉음도 아니었고 동생이 내지르던 비명소리도 아니었다.
빙글빙글 도는 차체에서 우리 남매를 꼭 안아주던 엄마와 제멋대로 돌아가는 핸들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던 아빠.
단단하던 품에서 고개를 들던 순간, 나는 번쩍거리던 섬광과 함께 정신을 놓았고 눈앞에서 점멸하던 불빛은 간간히 그려보는 마지막 형상이었다.
산산히 조각난 시선의 끝에서 바라본 그 불투명한 장면.
어제나 오늘이나, 내 시야에는 검은 장막이 드리워져 있었다.


-K
고기가 탔다. 뿌연 연기를 빨아 들이기 위해 천장에서부터 내려온 연기통이 볼썽사나웠다. 빨간 육즙이 흐르던 연한 살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걸 보고나서야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아 입맛 다 버렸네. 어느새 비워진 초록색 병을 요란스레 흔들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우스꽝스럽게 웃고 있었다. 마주 앉은 테이블 위로 바쁘게 옮겨다니는 술잔을 구경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아하니 반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선배들의 주사를 받아주는 모습이 여간 안쓰러운 게 아니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마시지도 못하고.
뒤늦은 신입생들 환영회랍시고 모여 대낮부터 벌인 술판이었다. 아직은 부모의 품을 떠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스스로 하는 게 어설펐다. 고기도 제대로 못 굽냐며 타박을 받은 후배에게 나는 말없이 술잔을 건넸다.
나 또한, 얼큰하게 취해있었다. 
"선배님! 어디로 가세요?"
"아 나는 자취방. 너네는 안들어가냐"
"저는 여기 뒷처리 좀 하고…"
한쪽 어깨에 시체마냥 널브러진 선배들을 부축하며 뒤뚱뒤뚱 걸어가는 모습을 보다가 나는 반대쪽으로 몸을 돌렸다.
집에 가서 한잔만 더 해야할 것만 같았다.

제아무리 값을 높게 쳐준다는 위로라도 싸구려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어떤 말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싶은.

천장에 피어있는 곰팡이가 빙글빙글 돌았다. 낡은 벽지 위로 거무죽죽한 무언가가 기어내려오는 것처럼 보였다. 눈을 느리게 꿈뻑였다. 저게 지금 살아서 움직이는 건가. 실없는 웃음이 이리저리 튀었다. 무의식적으로 뜯어놓았던 안주 위에 손이 갔다. 속이 쓰렸다. 위벽이 깎이고 깎여 물이든, 술이든 쓰라림을 넘어선 고통이 일어났다. 귀끝에 열이 몰려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주체도 못할 몸을 허둥거렸다. 붕 떠오른 기분이 평소와는 다른 것이었다.
나는 저의 팔에 치여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며 이리저리 뒹구는 맥주캔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볼링핀이 넘어가고 숫자가 빠르게 돌아가며, 제대로 스트라이크!
미친 사람처럼 웃다가 벌러덩 드러누웠다. 차가운 장판에 맞닿은 몸은 과열상태였다.
휴학신청을 했다. 한학기는 마저 다닐 예정이었으나 급하게 결정된 사안이었다. 취업전선에 뛰어들기 전 마지막으로 숨을 고를 타이밍이었다.
말이 준비기간이지.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허울 좋은 핑계일 뿐이었다. 애초에 집주인과 재계약을 했어야 했지만 더 급한 건 준비되지 못한 등록금이었고 모든 건 그대로 올스탑. 나는 늘어져있던 손을 눈 위로 덮었다. 누구에게 두들겨 맞은 양 욱씬욱씬거리던 눈꼬리가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오늘 중으로 짐을 싸야하는데… 계약만료일이 코 앞이었고 당장에 갈 곳 조차 없었다. 기숙사 신청을 했지만 뭐가 부족했는지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내일은 더 나아지겠지, 내일은 더 나아지겠지 하다가 여기까지 온 걸 생각하면. 나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게다가 돌아갈 집도 제게는 있지 않았다. 어디서 뭘 한다고 했더라, 몇달 동안 지독하게 일에 치이면서 겨우 긁어모은 알바비로 외국에 내보낸 동생. 공장이라도 다니겠다며 시골집을 파려던 부모님. 곱슬곱슬한 머리칼에 흙이 묻은 것도 모르고 등 떠밀 듯 저를 버스에 태워보내던 두 얼굴을 생각하니 자꾸만 가슴이 턱턱 막혔다.
이럴꺼면 차라리 일찌감치 취업을 했어야 했는데. 부질없는 후회로 뒷골이 얼얼했다. 점점 감각이 마비되어가는 걸 느끼고 숨소리가 느려졌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가슴에 손을 얹고 급하게 숨을 들이켰다. 내일 생각하자, 머릿속을 하얗게 비워내는 것을 끝으로 나는 눈을 감았다.
술기운을 빌린, 지독한 수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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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안녕하세요! 아 오늘도 제가 첫댓글을 다네요ㅠㅜ (감격) 백현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이 섬광같은 빛 뿐이었다니, 조금 안쓰럽네요. 마지막인데 부모님 얼굴도 못보구.. 그래도 어머니는 살아 계신거 같아 다행이네요! 그리고 경수가 휴학하는 이유가 등록금 때문이라니, 씁쓸하기도 하고, 경수랑 경수 부모님같은 처지의 많은 사람들이 생각도 나서 안타깝기도 하네요ㅜ 아무튼 오백이들이 어서 만나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ㅠㅜ 그리구 작가님 글 잘쓰시는 것 같아요.. 진짜 몰입이 딱! 되고 묘사나 비유도 되게 좋으신거 같아요 딱 내스타일ㅠㅜ 수고하셨어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하트하트!
11년 전
리플
사랑하는 제 독자님♥ 첫댓글의 영광을 저와 함께 나눠요ㅠㅠ 저도 경수 부분의 글 쓰면서 진짜 바닷물 맛보는 것처럼 되게 씁쓸했어요. 가시적이긴 하지만 이렇게 써도 괜찮을까 싶기도 했고ㅠㅠ 오백이들은 곧 만날 예정이니까 많이 기다리시진 않을 것 같아요! 흐흐 제가 얼른 이어줄테니까.. 독자님도 제 스타일입니다. 첫댓글에 응원팍팍해주시고! 저 진짜 독자님 댓글 먹고 힐링힐링.. 하트
11년 전
독자2
오늘도잘보고갑니다!쭉지켜봐온..ㅋㅋㅋ독자에요!ㅎㅎㅎ사실저 이런분위기진짜좋아해요ㅠㅠ 비오는것도 좋고 좀 먹먹한 분위기!ㅠㅠ먹먹한 글 읽다보면 감정이입돼서 진짜 마음이 탁!막히고 먹먹해지는데 이글이 바로 그런글이에요ㅠㅠ흐어ㅠㅠ신알신쪽지에 작까님뜨는거 너무좋아요ㅠㅠ헝ㅠㅠ경수랑 백현이가 만났을땐 또 어떤분위기가 날지! 기대되네요ㅎㅎㅎ 오늘도 잘읽고갑니다! ㅠㅠㅠ진짜 금손이세요ㅠㅠㅠㅠ
11년 전
리플
제가 많이 사랑하는 독자님♥ 저도 독자님이 왜 그렇게 느끼실 지 공감이 가는데, 저 자체도 먹먹한 분위기에 취해서 정신없이 쓴 것이기도 하지만 제가 백현이로, 또 경수로 몰입을 해서 그런가봐요! 신알신까지 해주셨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댓글 남겨주시면 하나하나 진짜 곱씹게 되는 것 같아요ㅠㅠ 감사하고, 좋다고 해주신 부분 다시 읽게되고..ㅠㅠ 금손이라뇨! 당치도 않습니다ㅠㅠㅠ 곧 글 올릴게요. 재밌게 읽어주세요 하트
11년 전
독자3
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저는 내일-이라고 쓰고 오늘이라고 읽는다- 죽을예정입니다. 손자국가득한 창문, 서리내린 차창.. 창이라는게 곧 시선을 상징한다고 정의한다면 백현이에게 그것들이란 리플님의 표현대로 먼지내리고 뿌연 답답함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새벽에 읽는 글은 남다릅니다. 나는 눈으로 글을 읽고있지만 화면을 미는 손가락으로나마 백현이를 이해하고있어요 ㅎㅎ.. 좋은글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됴블리.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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