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엔 맥주라며 낮술을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했다.
술이 약한 변백현은 헤롱헤롱거리며 취해 거실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박찬열이 식탁을 치울동안 난 방에서 이불을 하나 꺼내왔다.
"...안 빤지 오래됬는데...괜찮겠지..?"
"몰라."
"아들, 또 왜 심통이 나셨을까...?"
변백현 머리를 들어 베개를 받쳐주고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
박찬열이야 뭐 따로 이불깔고 잘 일이 없었고, 이불은 가끔 집에 오는 친구나 엄마를 위한 것이었는데
그마저도 요즘 잘 오지 않아 이불을 빤지가 언젠지 까마득하다.
박찬열은 뭔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지 툴툴거리며 식탁을 닦고 있었다.
"아드을-"
"어."
"왜 또 그래."
"몰라."
"...찬열아."
끔뻑. 박찬열의 큰 눈이 느리게 깜빡거렸다.
누가 박찬열이 스물 셋이래...하는 짓 보면 딱 열 셋이구만..
물티슈를 휴지통에 버리고 박찬열이 멀뚱히 서 있는 내 앞에 오더니 나를 꼭 감싸 안는다.
그러더니 어깨에 고개를 이리저리 틀며 얼굴을 비비기 시작했다.
"아들 졸려?"
"으응.."
"밥 먹고 바로 자면 안 돼."
"한 번만..."
에휴..박찬열과 함께 내 방에 들어오자 박찬열이 내 침대에 풀썩 누웠다.
큰 손으로 제 옆자리를 툭툭 치곤 나보고도 누우라했다.
할 수 없이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고 옆에 눕자 박찬열의 팔과 다리가 날 감싸왔다.
짜증나. 박찬열이 눈을 감은채 중얼거렸다. 뭐가 짜증나.
"변백현이 내새끼 집에서 저렇게 퍼질러 자는 거 싫어."
"또 쓸데없는 질투한다."
"쓸데없는?!"
내 말에 발끈한 박찬열이 다시 큰 눈을 뜨고 내게 눈을 맞춰왔다.
다시 말해봐. 쓸데 없어?! 목소리가 커진 박찬열이 내 볼을 꾹 쥐고 말했다.
"쓸데 없지 그럼. 쟤는 바닥. 너는 침대."
"...아..."
"변백현은 죽어도 못 앉는 곳 넌 누워있잖아. 나랑 같이."
아무리 별 생각 없는 사람이라도 남의 집 안방에 들어와 남의 집 침대에 눕진 않는다.
변백현에게 적용되는 말, 하지만 박찬열에겐 적용되지 않는 말.
박찬열이 기분이 다시 좋아졌는데 눈을 접어 웃고는 다시 눈을 슬그마니 감는다.
내새끼..나 졸려...
잠이 묻어나는 목소리에 팔을 둘러 등을 토닥여줬다.
토닥 토닥. 그러고 얼마 있지 않아 박찬열이 색색거리며 잠이 들었다.
나도 누운김에 낮잠이나 잘까...
그 생각을 하다 결국 눈이 감기고 박찬열 품에 안긴채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떳을 때 밖은 깜깜해져있었다.
헐...나 대체 몇 시간을 잔거니?!
벌떡 일어나자 옆 자리는 비어있었다.
잠에 찌든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가자 빛 하나 없이 깜깜한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집에 갔나...싶었지만 박찬열은 절대 나한테 말을 하지 않고 갈 사람이 아니란 걸 내가 너무 잘 안다.
삑삑삑삑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와 함께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새끼 일어났어? 박찬열 목소리다.
박찬열이 손을 더듬어 거실 형광등 스위치를 켰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 때문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다시 폈다.
...내 눈에 보이는 저 사람들은...변백현과..김종대...가 아니길 빈다...
내 눈은 정확했다. 분명 변백현이었고, 김종대였다.
"변백현은 그렇다치고, 김종대 너는 왜"
"박찬열 새끼 보고싶어서 왔지!"
김종대가 말하는 박찬열 새끼는 욕이 아니라 날 일컫는 말이다. 정확히는 박찬열의 새끼이고.
가끔은 박찬열 새끼가 아니라 박찬열 엄마이기도 하고.
박찬열 손에는 장바구니가 들려있었다.
집에 반찬 없길래, 사오려고 마트갔다가 만났어.
"..에휴..들어와."
아직 현관에서 얼쩡거리는 두사람이 거실로 들어와 자리잡고 앉았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종이 또다시 울렸다.
이번엔 또 누구야아.....ㅠㅠ
문을 열자 꼬모!!라 외치며 뛰어 들어오는 작은 아이가 내 품에 쏙 안겼다.
"..여..영아?"
"꼬모! 나 혼자 엘리베터 타고 이까지 왔따? 영이 잘해찌!!"
갑자기 나타난 조카때문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바지에 꽂혀있던 핸드폰을 켜자 문자가 한통 와있다.
[영이 올려보낸다. 3일만 봐줘! 사랑해 동생!!]
누구짓인가 하니 망할 오빠 짓이었구나.
박찬열이 현관쪽으로 나오더니 내 품에 안겨있는 영이를 보고 눈이 커진다.
어?! 꼬모부!! 박찬열의 세뇌로 박찬열을 고모부를 인식한 영이가 우다다 달려간다.
박찬열이 다리를 굽혀 팔을 뻗었다.
빠르게 달려가 폭삭 안긴 영이를 들어올린 찬열이 볼에 쪽 뽀뽀를 해준다.
"왠 아기?"
거실에 있던 두 화상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내 조카. 내 말에 아아-라며 슬쩍 일어나 박찬열에게 다가갔다.
안녕? 두 화상이 손을 살짝 흔들며 인사를 하자 영이가 박찬열 옷을 꾹 쥔채 고개를 까딱했다.
"영아, 고모 친구들이야. 인사해야지."
"안냐하세요오..."
"겁나 귀여워!!! 이름이 뭐야? 몇 살이야?"
찰싹. 박찬열이 변백현 팔뚝을 살짝 한 대 때렸다.
애 앞에서 겁나가 뭐야 겁나가.
아 무튼!! 진짜 귀여워!!!
"시영아, 우리 시영이 몇 살?"
"...다서쌀..."
낯선 사람들이 있어서인지 박찬열에게 꼭 안겨 있는 영이는 살짝 손가락만 펴 보이며 말했다.
저녁으로 떡볶이를 하고 있던 박찬열이 생각나 다가가 손을 뻗었다.
나는 분명 영이를 넘기고 떡볶이를 계속 만들란 의미였는데 박찬열은 그렇게 인식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한 팔로 영이를 받치곤 다른 팔론 나를 안아온다.
변백현 김종대 있는데!!
뭐...딱히 신경쓰진 않지만...
가슴팍에 얼굴을 딱 붙이고 중얼거렸다.
"영이 이리주고 가서 빨리 떡볶이나 만들어."
끄덕끄덕. 내가 다시 손을 뻗자 영이가 내 품으로 넘어왔다.
내 팔뚝을 만지작만지작거리며 배시시 웃는게 이뻐죽을 것 같다..
예전엔 오빠한테 곧 내가 시영이 훔쳐가겠다고도 말했던 것 같은데..
"아..! 영아, 영이 밥 먹었어?"
"으으응? 아빠가 꼬모야 집 가면 맛있는 거 해줄꺼랬는데?!!"
.....이 오라버니가.....
하지만 박찬열이 사온건 떡볶이 재료가 다였다.
집에 먹을 것도 없는데...
영아, 영이 뭐 먹고 싶어? 고모가 사줄게.
"음...영이 피자!!"
"피자 시켜줄까?"
"응!"
TV 채널을 돌리며 수다를 떨고 있는 김종대를 툭툭쳤다.
왜. 저기 배달책자 꺼내서 피자 좀 시켜줘.
김종대가 벌떡 일어나 책자를 가져와 주문을 했다. 그러곤 갑자기 내게 손을 뻗는다.
왜..?
"시영이랬지? 시영아, 오빠 뽀뽀해주면 오빠가 피자사줄게."
"으응?"
피자란 말에 반응한 영이가 김종대에게 넘어간다.
그러더니 볼에 쪽하곤 입술을 갖다 붙였다
아 나도!! 변백현이 벌떡 일어나 볼을 가져다 댄다.
할 수 없다는 듯 볼에 입술을 한 번 찍어준 영이가 내려달라며 발을 바둥거렸다.
그러곤 주방에서 떡볶이 양념을 하고 있는 박찬열에게 쪼르르 걸어갔다.
"꼬모부!"
"왜, 영아?"
"앉아봐!"
박찬열이 살짝 다리를 굽히자 박찬열 입술에 또 입을 가져다댄다.
꼬모부는 꼬모부니까 입술에!
피식. 자주보던 인물이니 입술에 서비스해준단 뜻인것 같았다.
박찬열이 고마워라며 엉덩이를 토닥인다.
"영아, 고모는?"
아! 꼬모한테 안해써!! 또 우다다 뛰어와 다리를 굽히고 앉아있는 내게 푹 안겨 쪽하고 입술을 맞댄다.
문제는 아무리 아이라지만 무게감이 꽤 있는 영이가 달려와 안겨 뒤로 홀랑 나자빠졌다는 것이다.
바닥에 부딪힌 꼬리뼈가 아렸다.
"아야.."
"내새끼 괜찮아?!!"
누가보면 칼에라도 찔린 줄 알겠다..아들아...
숟가락을 들고 뛰쳐온 박찬열이 나를 일으켜세운다.
꼬모야 아야해써? 영이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려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모 하나도 안 아파. 괜찮아. 뚝.
영이는 내 말을 듣고서야 배시시 웃어보였다.
저 삼촌들이랑 놀아.라고 해놓고 난 주방에 와서 박찬열이 요리하는 걸 도왔다.
박찬열이 요리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었다. 요리자체는 잘 했기에.
다만..설거지라든지...뒷정리...를 못해서 그렇지.
"아! 파 넣어야되는데."
저번에 쓰고 남은 파를 찾으려 냉장고를 뒤적였다.
파를 찾아 쪼그려 앉았던 다리를 핌과 동시에 박찬열이 나를 돌려 입을 맞춰왔다.
뒤에 서 있는 줄도 모르다 당한 일이니 당황했고.
벽에 가려 거실에서 보이지 않는 곳이긴했지만..좀..
아랫입술을 쪽쪽빨다 혀가 섞이고 혀끝으로 온 입안을 헤집다 맞물렸던 입술이 떨어졌다.
"...뭐야..."
"우리 아침 이후로 한 번도 키스 안 한 거 알아?"
"..그..그랬나...?"
피식 웃으며 내 입술을 한번 손가락으로 훑은 뒤 내 손에 들려있던 파를 들고 싱크대 쪽으로 갔다.
멍하니 서 있는 내 다리를 툭툭 친 영이가 날 보며 말했다.
"꼬모야 얼굴 완전 빨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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