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
“갑자기 왜 이러는데.”
너는 그렇게 딱딱하게 되물었다.
“힘들어서”
그리고 나는 되지도 않는 핑계를 너에게 내뱉었다.
“그래. 헤어지자.”
그런 나에게 너는 차가운 등을 보이며 내 눈앞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게 3달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그 3달이라는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시간동안 나는 너무 아팠다.
내 입에서 내뱉었던 말 때문에 그렇게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 말을 먼저 했기에 너에게 연락도.. 아니 연락뿐 아니라 그 무엇도 하지 못했다.
내가 먼저 이별을 너에게 말했기에.
그렇게 울면서 지내던 항상 같은 하루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큰 보름달이 떴지만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집에만 있고 싶었던 날이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너의 생각에 잠겨 멍하니 소파에 앉아 목적지 없는 시선을 벽에 두고 있었다.
그 때 오래되어 치직거리는 초인종이 조용한 집안에 가득 울렸다.
“누구세요.”
라는 형식적인 말과 함께 철제로 된 문 손잡이를 잡아 열자 거짓말처럼 시야에 꽉 차는 너의 모습.
몇 달 동안 꿈에 나올 만큼 너무나도 그리워했던 그 모습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너는 3개월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술에 잔뜩 취해 초점을 잃은 눈, 더 말라버린 얼굴과 관리를 하지 않았는지 자라버린 머리카락..
그 모습을 한참 동안 쳐다만 보고 있자 숙여져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며 희미하게 웃는 너의 모습이 눈에 가득 찬다.
“탄소다… 진짜 우리 탄소네. 아까는 안 잡혔는데... 지금은 잡힌다..”
너의 큰 손이 나의 볼을 가득 감싼다.
바르라던 핸드크림은 잊은 건지.. 내 볼에 느껴지는 너의 손이 거칠다.
“한번만.. 안아보자.”
대답할 틈도 없이 나를 너의 품에 가둔 채로 크게 숨을 내쉰다.
“뭐하는 거야. 김종인..”
너의 따뜻한 품에 안겨 옛날로 돌아가 있던 나에게 불현듯 과거가 아닌 현재가 떠오른다.
“우리 헤어졌잖아. 이거 놔.”
딱딱한 목소리로 말을 잇고 빠져나오고 싶지 않은 너에게서 빠져나오는데 나를 더 꽉 안으며 네가 대꾸한다.
“싫어, 놓으면 날아갈 거잖아. 사라질 거잖아. 못 놔.. 내가 어떻게 놔.”
너의 울음 섞인 투정에 나 또한 눈에 눈물이 가득 차지만 너를 더 매정하게 떼어낸다.
“네 여자 친구도 아닌 네가 날아가면 뭐 어때.”
너는 내 행동과 말에 입술을 살짝 깨물고 자연스레 내 집으로 들어간다.
네가 우리 집에 있는 광경이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너무 오랫동안 봐 왔던 모습이어서 당연하다는 듯 너는 내 시간에 그렇게 녹아들었다.
나와 네가 떨어져있던 그 3달의 시간에 너무나도 자연스레
“뭐하는 거야. 나가. 안 나가?”
너에게 괜히 투정을 부려본다. 나 힘들었다고, 네가 너무 보고 싶었다고, 나를 좀 안아달라고..
소파에 앉아서는 내 손목을 끌어당겨 다시 안는다.
내가 속으로 외쳤던 말을 들은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안고 싶었는지. 나는 모른다.
그저 내가 지금 너에게 안겨있고 나는 아직 너를 사랑한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리곤 짙은 한숨을 내쉰다.
“이러고 잠깐만.. 잠깐만 있자.”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한참을 나를 품에 안고 숨을 고르게 쉬던 네가 어느새 울고 있다는 걸 알았다.
들썩이는 어깨와 살짝 떨리고 있는 너의 손이 네가 울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너무나도 조심스럽게 울고 있는 너에게 손을 들어 등을 살짝 쓸어주었다.
“왜 울어. 울지 마.. 괜찮아. 괜찮아..”
등을 쓸어내리던 손은 어느새 너의 등을 토닥이고 있었고 내 눈에서도 눈물이 한 방울씩 흘러 너의 가슴팍을 적시고 있었다.
“울지 마 김종인.. 진짜 울고 싶은 사람은 난데 네가 왜 우는데... 술은 또 왜 마셨어.. 안 좋아하면서”
살짝 떨리는 손으로 너의 머리를 얼마나 쓸어주었을까, 언제나 처럼 따뜻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쓸어내리는 너의 손길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모든 말은 다 진심이야. 취중진담.. 알지?”
내가 너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채로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네가 살짝 웃고는 말을 이어갔다.
“술 왜 마셨냐고? 솔직히 아무렇지 않았어. 너랑 헤어지고 그냥 시간은 지나갔어.
그냥... 너랑 있으면 빨랐던 시간이 좀 느려진 것 뿐. 그냥 사람들이 나만 빼고 행복해 보이는 것 뿐. 뭔지 알겠어?
술, 마신 이유 없어. 그냥 사준다고 하길래 마셨어. 근데 마시고 나니까 너가 미친 듯이 보고 싶더라. 이것도 알겠어?”
“응..”
내가 너와 헤어지고 했던 모든 행동을 그래도 하고 있었던 네가 너무 안쓰러워져서 너의 옷자락을 꾹 잡아쥐면서 널 울 듯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러자 네가 내 눈을 손으로 가리며 나에게 말을 했다.
“ 나 지금 취해서인지, 너랑 헤어진 이유가 기억이 안나.. 우리가 왜 헤어졌어.. 아직 난 너가 이렇게 좋은데.”
온갖 생각이 머리를 감싸고 돌았다.
“연락 없는 널 기다리는 게.. 날 안 사랑하는 듯한 널 사랑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래서”
3개월 전처럼 나를 지키려고, 내가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난 또 너에게 거짓말을 해버렸다.
“근데.. 근데 나 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
하지만 그때와는 다르다. 그때는 거짓말로 끝났지만 지금은 너에게 진심을 어렵게 털어놓았다.
“지치고 힘들 땐,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인데. 성급하게 마무리 짓게 해서 미안해.
마침표는 새로운 문장을 시작한다는 복선인데.. 마침표 뒤로 멈춰버린 우리 얘기 다시 써가자. 행복한 해피엔딩으로.”
너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멍하니 듣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이 꿈인 것 같아서. 3개월 동안 그렇게 그리워했던 말이 너의 입에서 나와서..
“ 같이 쓰자.”
너는 단 네 글자로 날 다시 설레게, 널 사랑하게, 내가 다시 너의 것이 되게 만들었다.
나는 너의 말에 전과 같은 웃음으로 응대했고, 너는 그런 나의 웃음을 해석해냈는지 나의 얼굴을 살짝 감싸쥐고 천천히 내 입술에 네 입술을 부딪혀왔다.
“미안했어.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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