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이미 서로 익숙해져있는 상태에서 매일같이 만난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편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녀석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좋아한다고 말 해줄 수 있겠지만 막상 녀석의 앞에 가면 뭐든지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에게 권태로워지기 시작했다.
"밥 먹으러 가자."
"나 방금 왔거든?"
"그니까 나가자고 앉을 필요 없이."
"너 진짜... 그래. 나가자."
"진짜 뭐."
"아니야. 나가자."
심통이 난 표정으로 의자에서 일어서지를 않으려고 한다. 평소 같으면 내가 미안하다고 할텐데 오늘은 화가났다.
"그럼 니 마음대로 해."
그러고 그냥 나왔다. 사귄지 2년, 알게된지 5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내가 먼저 화를 낸 적도, 이렇게 심통부리는 녀석을 두고온 것도 처음이다. 생각하고 보니까 내가 참 바보같다.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별걸 다 참아왔네.
"야!"
빠른 걸음으로 정류장 쪽을 가는데 녀석의 목소리가 들린다. 모른척 가려는데 꽤 많이 걸었다고 생각한 거리를 금방 따라잡는다.
"너 왜그래?"
"왜? 내가 뭘?"
나의 말에 또다시 미간이 찌푸려진다.
"내가 그렇게 만만해? 너가 오라고 해서 나 다른일 재쳐두고 왔는데 그런식으로 밖에 못해?"
"야."
"내 이름 야 아니야."
다시 돌아섰다. 그냥 모든게 짜증이 난다. 야라고 밖에 날 부르지 않는 녀석도 짜증이 나고, 제대로 날 잡지 않는 것도 짜증이 난다. 그 날 이후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자기도 자기 나름대로 화가 났다는 건지 연락이 없다. 내가 계속 연락하지 않으면 이대로 우린 끝나겠지? 라고 생각하며 핸드폰을 들었지만 자존심이 뭔지 통화 버튼은 누르지 못하고 다시 껐다. 갑자기 손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깜짝 놀랐다. 헐. 녀석이다. 받을까 말까했지만 먼저 연락해 온게 반갑기도 해서 받았다.
"..."
[...]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먼저 말을 꺼내야 하나? 하는 때에 녀석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연...아?]
"으응."
[왜, 왜 연락 안했어?]
녀석의 돌직구에 아무말할 수가 없었다.
[김지연.]
"...응."
[나 버릴거야?]
머리 속이 하얘졌다. 그리고 울먹거리는 목소리에 미안한 마음에 두근두근 아프게 뛰던 심장도 멈춰버린 것 같다.
"정호야."
[어.]
"우리... 잠시 생각할 시간 좀 갖자."
[...어?]
"내가 나중에 연락할게."
녀석은 정말로 최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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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온것도 짧은것도 죄송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