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경수는 항상 옆자리에서 늘 조용하게 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백현이는 나와 한참 떨어져있는 자리인데도 불구하고 항상 내 뒷자리 아이와 자리를 바꿔 내 뒤로 간 뒤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내 주의를 끌었다. 솔직히 말하면 난 백현이의 이런 장난이 좋았다. 겉으로는 하지 말라며 손을 쳐냈지만, 속으로는 더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들끓었다. 백현은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쩔 땐 내가 짜증날 정도로 정말 끈질기게 날 툭툭 건드리고 어떤 날에는 내가 뒤돌아 나와 놀자고 떼를 쓸 만큼 날 내버려뒀다. 경수와 친해지고 싶었다. 도경수는 내가 만나본 아이들 중에 가장 특이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수업시간에는 항상 밖을 내다보는데도 공부는 잘했다. 난 귀만 둥둥 떠다닐 정도로 집중을 하는데 이상하게도 점수는 계속 가라앉고 있다. 경수는 내가 문제를 끙끙 대며 풀 때마다 슬쩍 다가와 내가 문제 푸는 것을 바라봤다. 알려줄까 싶어서 문제가 적힌 종이를 경수쪽으로 밀었는데, 알려주진 않고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그럴 땐 좀 답답하긴 하지만, 경수라면 당연한거라고 본다. 하긴 도경수가 백현이처럼 쫑알쫑알거리며 문제를 알려준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다. 경수와 백현이는 꽤 친했다. 나는 둘이 친구라길래 백현이가 계속 경수에게 치대서 친해진 줄 알았다. 남자가 남자한테 치댔다는 표현은 좀 이상하긴 하지만, 백현이가 그 남자 중 한 명이면 그래도 이상하진 않았다. 어쨌든 경수와 백현이는 자주 붙어있었다. 백현이와 붙어있으면 경수의 성격이 많이 바뀐다. 백현이한테 먼저 말을 걸고, 심지어 애교까지 부린다. 많이 놀랐다. 경수가 애교 부리는 걸 보고 난 후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백현이한테 물어봤다. "경수 성격 원래 저래?" 그랬더니 좀 친해지면 저러던데. 하고 덤덤하게 대답을 한다. 백현이는 너 도경수한테 관심 있냐? 라며 쓸데없는 말을 덧붙인다. 관심은 있다. 근데 그게 호감의 표시인지, 그냥 신기해서 관심이 가는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더라. 백현이는 유난히 나를 잘 챙겨줬다. 가끔 얘가 나를 좋아하나 하며 부끄러운 상상도 했다. 주변에서도 백현이를 좋아하는 여자애들이 많았다. 그럴법도 한 것이, 백현이는 얼굴도 꽤 봐줄 만 했고 몸도 탄탄하고 성격도 능글맞아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처음에는 그런 아이들이 날 찾아와 해코지하기도 했다. 백현이는 그런 여자애들에게서 날 지켜줬다. 지켜줬다는 표현도 좀 이상한게, 변백현이 걔네 앞에서 "하지마, 얘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고 그냥 친구야." 하고 또 뭐라뭐라 한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난다. 솔직히 그 땐 좀 그랬다. 적어도 멋지게 나타나서 박력있게 소리라도 쳐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는데. 자기도 그 인기를 잃기는 싫었나보다. 그 여자애들이 기분 상하지 않도록 조심조심 말하는 게 다 느껴졌다. 그땐 조금 서러웠다. 내가 변백현한테 그 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아서. 그 후론 여자애들이 날 대놓고 해코지하지는 않아서 편해지긴 했다. 물론 날 보는 눈빛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경수는 자기 관심 밖에 있는 사람과는 아예 말을 섞지 않았다. 그래서 경수 얼굴을 보고 호감을 가지던 여자애들도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다 떨어져 나갔다. 지금도 꿋꿋이 버티는 여자애들이 몇 명 있기는 한데, 걔네들도 경수를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보듯이 보는 것 같다. 경수는 신비주의로 컨셉을 잡고 연예인을 하면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다. 나도 경수랑은 별로 안친하다. 짝꿍인데도 불구하고 말을 길게 이어나간 적이 한 번도 없다. 지금 어디 하고 있어? 지금 몇 시야? 이 정도. 거의 모르는 사람과 같다. 나는 경수와 친해지고 싶은데 경수는 그럴 마음이 조금도 없나보다. 보이지않는 벽이 있는 것 같다. 많이 불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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