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구역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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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흡연실 문이 벌컥 열리며 태현이 들어왔다. 탁자를 빙 둘러앉아 옹기종기 연기를 뻐끔대던 녀석들의 시선이 태현에게 한 번 모였다가 금새 흩어졌다. 태현은 손목시계에 끼워놓은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고 승훈의 옆으로 다가갔다.
" 뭐하다 이제 오냐 "
" 어, 볼일 "
" 불? "
주머니를 뒤적이며 라이터를 찾던 태현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승훈이 제 라이터로 꽁초에 불을 붙였다. 작년 생인 선물로 받았다던 태현의 지포 라이터는 늘 리필되어 기름이 꽉 차 있었다. 오다가 떨구었나, 입 안에서 연기를 머금고 훅, 불던 태현이 땀에 젖은 앞머리를 헝클며 벽에 기대었다.
" 땡큐 "
" 라이터는 어디다 팔아 제끼고 왔냐? 니 항상 갖고 댕기더만 "
" 몰라. 잃어버렸나 봐 "
" 칠칠맞기는 "
하기야 태현이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은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으므로, 승훈은 제가 한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연기를 뱉었다. 칙칙한 남성 특유의 체취와 담배 냄새가 곰팡이가 덕지덕지 낀 흡연실을 가득 메웠다. 이 학교에는 흡연하는 학생들이 꽤 많음에도 불구하고 흡연실을 들락날락하는 학생들은 고정되어있었다. 1학년에서 5명, 태현과 승훈을 포함한 2학년에서 4명, 그리고 3학년에서는 3명. 누가 오라고도, 오면 안된다고도 한 적이 없었지만 이러한 구성이 어느새 통용되고 있었다. 승훈은 꽁초만 남은 담배를 재떨이에 떨면서 태현에게 승윤의 행방을 물었다.
" 니 바늘은 왜 안오고 너만 왔냐? "
" .. 강승윤? "
" 엉 "
" 자고 있어 "
" 걔가? 허, 살다보니 강승윤이 자고 있을 때도 오다니 "
" 뭐래 "
한번도 이 시간대에 담배를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는 승윤이 잔다는 말을 듣고 승훈이 헛웃음을 쳤다. 골초에 골초, 강승윤이 담배를 버리고 잠을 택했다고? 대박. 오버스럽게 제스쳐를 취하며 반응하는 승훈의 뒷통수를 퍽 때리며 태현이 연기를 입에 머금었다.
" 후우- "
" 아, 시발! 왜 얼굴에 뿜고 지랄이야? 좆나, 시발 "
" 나대지 좀 마 "
" 내가 뭐,뭘! "
" 한 대 더 필래? "
하며 제 손목시계에서 담배를 꺼내어 내미는 태현의 얼굴을 황당하게 쳐다보던 승훈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승훈의 입에 담배를 꽂아넣고 태현이 제 바짓춤을 탈탈 털며 일어났다.
" 가려고? "
" 어. 담배 맛 떨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