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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 상술의 시대

{02}


(부제: 그렇게 근검절약은 자린고비가 되고)



written by Miss 氷 (미스 빙)











종인은 미스징에게 자주 쓴소리를 하곤 했다. 그 이유에는 돌직구를 잘 날리는 종인의 성격이 한 몫을 할 것이다.

다들 아무 생각이 없어 흐리멍텅-해 있을 때에도, 종인은 비판점을 용케 찾아내 꼬집기도 했다.


해서, 가끔 상남자 자존심이 발동하는 루한과 종종 대립하기도 했다.




"우리 왔어! 아 진짜 배고프다. 우리 오늘 저녁 외식하면 안되나? 외식할래?"

"난 무조건 좋아."




종대와 함께 일을 나갔던 루한(23, 루 차장)과 찬열(22, 종대와 입사 동기)이 들어왔다.

문쪽에선 바닷물의 짠내와 차가운 습기가 스며들어왔다.


루한의 뜬금포 외식 타령에 찬열이 번개같이 대답했다.

종인은 둘의 모양새를 보며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누구맘대로 외식이에요. 우리 마음대로 외식했다가 김부장님이 아셔도 무사할 것 같아요?"

"아..."




찬열의 들뜬 표정은 종인의 일침에 한방에 가라앉았다.




여기서 김부장이란, 고기잡이부의 수장인 김민석(23, 자린고비 1호)부장을 일컫는 말로,

고기잡이부 내에서 종인(21, 자린고비 2호)과 함께 근검절약을 도맡아 실천하는,

지들 말로 모범 직원의 대표 주자였다.




하지만 루한이 왠일인지 오늘만큼은 눈을 내리깔지 않았다.

루한의 자신만만한 표정은 오히려 종인을 흠칫하게 만들었다. 루한은 오늘 작정하고 외식을 계획해 온 듯 했다.


종인은 생각했다. 이 인간 뭔가 믿는 구석이 있나봐.


루한이 몸을 틀어 미스징을 쳐다보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스징! 너 며칠 전에 피자 먹고 싶다고 아주 노래를 불렀었다면서?

민석이가 그거보고, 피자 못 사준 게 마음에 걸렸었나봐. 오늘 민석이도 같이 외식하기로 했다!"


"와 진짜로요?"

"헐 진짜?"




미스징과 찬열의 표정이 밝아졌다.

찬열은 미스징의 두 팔을 잡고 강강술래하듯 뱅뱅 돌았다. 미스징은 찬열의 흥에 못 이겨 사정없이 끌려다녔다.

보다못한 종대가 조용히 둘을 제지하고 찬열의 손을 떼어냈다.

그런 종대를 보고 찬열이 비웃으며 종대에게만 들리도록 꿍얼댔다.


뭐 이런 거에 질투를 하시고 그러나?


그 소리를 들은 종대가 몸을 반쯤 틀어 찬열을 째려봤다.




다른 한 쪽에선 루한과 종인의 공방이 지겹게도 계속되고 있었다. 종인이 루한에게 말했다.




"그럼 어느집 가서 드신대요? 김부장님 성격에 그 비싼 안토니오 파스타는 절대 안 가실 거고."

"...모..몰라. 우리끼리 정하라는데?"

"아, 그으~래요? 그럼 이왕이면 저렴한 데로 가죠. 안그래도 오늘 목재 거래도 망한 셈인데."






종인은 '망한 셈인데'의 '망'자를 힘주어 말했다.

동시에 한구석에 있는 미스징을 약올리듯 노려봤다. 입은 웃고있었다.

미스징은 묘한 공포감과 죄책감에 시선을 피해버리다, 옆에 있는 종대와 눈이 마주쳐 어색하게 '허허'하며 웃었다.




루한은 이번에도 종인이 하자는 대로 하게 될 것이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간만에 우리들 맘대로 배를 채우나 기대했는데.






찬열은 외식이 파산될까봐 두려워졌다.

루한과 종인사이에 대뜸 끼어들어,


"기..김부장님 우리 기다리시는 거 아니에요? 일단 가면서 정해요, 가면서!"


라며 루한과 종인의 등을 문밖으로 떠밀었다.











밖은 붉게 노을이 지고 있었다.

부둣가에는 이제 막 일을 마치고 정리하는 어부들이 몇 명이었다. 저녁 시간 때라 횟집 골목에는 사람이 제법이었다.




레스토랑이 모여있는 시가지로 가려면 걸어서 20분이었고, 부둣가에서 가장 가깝고 소박한 피자집은 걸어서 5분이었다.

그 집은 코지 아줌마가 운영하는 피자집이며, 물론 값도 제일 저렴할 것이다.




그러나 종인을 제외한 모두가 시가지로 들어가기를 원했다.

부장님까지 합세해서 회식하는 거, 이왕이면 배에 기름칠 좀 하고 미각세포 호강 좀 하자는 의견이었다.

종인 vs 종인 외. 1대 4인 것이다.


루한은 제편이 많아지자 기가 살아서 주장을 강력 어필했다.




"야 간만에 민석이도 같이 가는데 좋은 데에서 좀 먹자."




종인도 굽히지 않았다. 루한의 직설적이고도 순수한 화법은 종인에게 씨알도 안 먹혔다.

종인은 여유롭게 반박했다.


"그럼 어차피 김부장님이 계산하려고 하실 거 아니에요? 그냥 적당한 데로 가죠. 우리가 뭐 엄청 부자인 회사도 아니잖아요. 한 푼이라도 아껴야지."






미스징은 진지하게, 저 인간 과거엔 잘나가는 변호사가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저렇게 말 잘하는 남자도 매력이다, 라고 생각...




...만 하려는 순간,




"...저렇게 말 잘하는 남자도 매력이다......"




라고 얼떨결에 혼잣말로 뱉어버렸다.

옆에 있던 종대가 놀란 눈으로 미스징을 쳐다봤다.






To Be Continued, {03}

공부해야 하는데.

대표 사진
독자1
우앗 종대랑 뭔가가 생기는 거예요?? 종대 귀여워라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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