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식, 이 파일 어딨어? 백업해 놓은거."
"뽀뽀해주면 말해주-지."
"미친소리 그만하고 빨리."
홍빈이 택도 없다는 듯 쏘아붙이자, 원식은 입을 부루퉁 내민다. 그 모습이 귀여워 홍빈은 웃음이 터질 뻔 했지만 참았다.
"그거 2층 큰 방 서재 가 봐."
대학생인 홍빈은 원식의 집에서 같이 과제를 하던 중이었다. 같은 대학교 같은 과에 다니는 둘은 어느새 절친한 친구 이상의 사이가 되어있었다.
원식이네 집은 언제 와도 참 크다고, 홍빈은 생각하며 방 안의 서재를 찾았다. 와, 책 한 번 많네. 원식이 아버지 책들인가?
"야! 이거 여기 있는거 맞아?"
"어, 거기 거쯤에 있을텐데!"
원식이 밖에서 소리쳤다.
거쯤이 어디야, 홍빈은 서재 이쪽저쪽을 뒤지며 책장을 살피던 중 목 뒤에서 숨결이 느껴졌다.
"깜짝이야!"
"파일 여기 있네 바보, 아!!"
놀란 홍빈이 팔꿈치로 배를 찍은 것이었다.
원식은 한손으로 책장을 짚고 신음해보였다.
"아 명치,명치..."
"엄살은."
원식이 배를 움켜쥐고 아픈척을 해봐도 홍빈은 저를 그냥 흘겨 보며 웃어보일 뿐이었다. 원식은 홍빈에 대한 마음이 확실한 반면, 홍빈은 늘 잡힐 듯 말 듯한 거리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방금은 제가 잘못본 건지 홍빈의 귀가 조금 붉어진 것 같기도 했다. 원식은 그것에 용기를 얻어 저도 모르게 홍빈을 뒤에서 살짝 안았다.
"왜, 왜왜."
홍빈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제 허리를 감은 손을 떼려고 해봤지만 더욱 백허그 당하는 꼴이 되었다.
"조금만.."
원식은 더 세게 안으며 홍빈의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 홍빈을 뒤에서 안고있으니 그의 얇은 허리와 옅은 숨소리가 느껴졌고 피부만큼이나 하얀 흰 셔츠에서는 피죤냄새가 났다. 홍빈의 몸과 손은 따뜻했다. 반항할 줄 알았던 홍빈은 떼내려고 하다가 곧 잠잠해졌다. 지금 홍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원식은 자신이 지금 가장 사랑하는 사람, 홍빈을 꼭 안고 있다보니 정말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섭리로 제 앞섶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큰일났다, 자신이 얼굴을 묻고있던 목과 제 얼굴이 닿아있는 홍빈의 귀와 볼이 뜨거워지는 것도 그와 동시에 느껴졌다. 원식은 놀라서 제 손을 재빨리 떼어냈다.
"아, 저, 홍,홍빈아."
당황한 원식은 홍빈이 화가 난 것 같아 이를 어찌해야할지 몰라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웬 걸, 살짝 고개를 돌린 홍빈은 화가난 표정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약간 붉어진 얼굴,볼,귀..., 원식의 바짓춤이 점점 더 부풀었다.
하지만 원식은 아직 이성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니,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홍빈에게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대하고 다시 과제를 하다보면 잊혀질 일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가다듬으려는 찰나, 홍빈이 옷깃을 당겨 입술을 짧게 맞추고는 원식에게서 슬쩍 빠져나갔다.
"파,파일도 찾았으니까 내려가자."
가긴 어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