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어찌 어찌 하다 이렇게 다 보게 되었네. 사실 일주일 전에 서야 오빠가 가수인 걸 알게 됐어. 사진도 많이 찾아보고 노래도 많이 들었어. 오빠, 정말 멋지게 컸더라. 오빠가 날 기억하고 있을 줄은 잘 모르겠어. 만일 내가 기억에 남아 있다면, 날 그리워 한다 하면 나 정말 기분 좋을 것 같다. 내일. 이 밤만 지나면 오빠를 보러 갈 거야. 내일은 내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 되지 않을까. 사랑해 오빠. 꼭 건강하고, 내가 늘 응원할게. -○○-] ...잠깐, 잠시만,. "형, 잠시만, 잠시만요." ○○아, 너였니. 너였어? ..너였구나, 너였어. ○○아.. 다른 말을 할 새도 없이 대기실을 박차고 나가 ○○이를 부르며 달렸다. "○○아!! ..○○, ○○아" 팬들이 몰리고 더 이상 뚫리지 않는 길에, 보이지 않는 ○○이에 바닥에 주저앉아 엄마를 잃어버린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아,. ○○...내 동생.." 한 손에 편지를 꼭 쥔 채로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 "왜, 전화를 안 받은 거지? 어디 갖다 오는 중이실까," 내게 천천히 다가오는 남자에 몸이 굳어 멍하니 있자 곧 뺨을 때리는 남자에 휘청하는 몸을 바로 세웠다. "죄송해요.." - 몸은 물론, 얼굴에도 이곳저곳 푸르스름한 멍이 들었다. 가끔 감옥에 간 부모 대신 온 사람이 남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프다.." 맞은 곳도, 허리도, 하체도, 마음도 모두 아프다. 오빠는, 이런 내 모습에도 반갑게 웃으며 사랑한다고, 보고 싶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몇 번이고 물을 받아 몸을 박박 닦았다. 환히 웃는 오빠 앞의 더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몇 번이고 닦아도 닦아지지 않는 듯한 더러움에 새삼 깨달아 물 속에서 한참을 울었다. 더러워, 더러워..맞아, 나 정말 더러워.. 눈을 감았다 뜨니 차갑게 식어버린 욕조 안에 시체처럼 늘어져 있는 내 몸뚱이가 보였다. 수건으로 마른 알몸을 감싸고 비틀거리며 나와 옷을 꺼내 입었다. 으슬으슬 추운 것이 아무래도 감기가 든 듯 싶다. 일주일은 고생을 하겠지. 핸드폰을 켜 인터넷을 들어가자 딱 뜨는 검색어. '찬열 여동생' ..찬열이, 내가 생각하는 찬열이 맞다면. [찬열 인스타그램 '여동생과 찍은 첫 사진, 감사합니다'] -동생과 찍은 첫 번째 사진이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내 동생. 오빠가 알아 봐주었어야 했는데. 바보 같은 오빠가 미안해. 정말 예쁘게 컸더라. 어디 있니, 오빠가 찾으러 갈게. 제발 나타나 줘. 사랑해 내 동생. 정말 사랑해.- "..오빠." 머리가 지끈 지끈 아파옴에 침대에 누워 이불을 꼭 덮었다. 나지막한 흥분감에 들떠 실실 웃다가도 갑자기 찾아온 우울함에 눈물을 보이며 잠 들었다. * 주저앉아 오열하는 나를 일으키는 준면이 형에 초점 없는 눈으로 형을 바라보았다. "형,.형.." "응, 찬열아. 우리 대기실 들어가서 얘기하자. 여기 사람이 너무 몰린다." "○○, ○○이가 왔었어.." "..그래. 알았으니까 들어가자. 얼른." 끌려가듯 대기실로 들어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주위로 밀려드는 멤버들에 한숨을 쉬며 눈물을 닦았다. "○○..가 왔었어. 내 동생이, 여기 왔었어." 내 말에 놀란 표정을 짓는 멤버들에 고개를 푹 숙이고는 자책했다. 내 눈 앞에 있었는데, 내가 왜 못 알아 봤을까. 내가 왜.. 그토록 찾던 내 동생이었는데. - 핸드폰을 들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자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하는 팬미팅 사진들을 뒤적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와 함께 찍힌 사진들이 줄줄이 나왔고, 그것들을 모두 핸드폰에 저장했다. 그리고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동생과 찍은 첫 번째 사진이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내 동생. 오빠가 알아 봐주었어야 했는데. 바보 같은 오빠가 미안해. 정말 예쁘게 컸더라. 어디 있니, 오빠가 찾으러 갈게. 제발 나타나 줘. 사랑해 내 동생. 정말 사랑해.- 동생과 찍은 첫 사진. 찍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갑자기 쓰차가 풀렸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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