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자마자 안내 데스크로 가 ○○의 병실을 물어 보았다. "박○○ 환자. 여기 있어요?" "박○○ 환자.. 아, 여기 있네요. 신관 302실로 가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302실..개인 병실인지 ○○의 이름만 적혀있는 병실 문을 열자 손목에 붕대를 칭칭 감고서 죽은 듯 창백하게 누워 있는 ○○와 그 옆에 보조 침대에 앉아 있는 희철 선배가 보였다. "선배님," "아, 왔어?" "..○○" 자살, 시도를 했어. 그 충격적인 말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하니 희철 선배를 보았다. 자살, 시도? "미안하다. 찬열아." ..생기 있는 ○○이를 만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곧 죽을 것 같은 몰골의 ○○이를 보게 되자, 계속 드는 죄책감에 멍하니 서 눈물을 흘렸다. 미안해. 미안해 ○○아. 내가 다가가자 자리를 비켜주는 선배에 보조 침대에 앉아 그나마 멀쩡해 수액을 맞고 있는 오른손을 감싸고 볼에 가져다 대었다. 나는 너를 이런 식으로 보고 싶지 않았어 ○○아. 건강하게 웃고 있는 너를 보고 싶었는데. 마른 몸에 병원 복을 살짝 들춰보니 선명히 남아있는 그 날의 자국과, 생긴 지 얼마 된 것 같지 않은 멍들. 너는, 아직도 학대를 받고 있었구나.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은 꼭 벌을 받게 될 거야. 그 사람들이 벌을 받는 모습은 봐야지 ○○아. "○○아. 오빠 왔어. 눈, 좀.. 떠 봐. 응? 내 동생.. 못 지켜준 못난 오빠가 왔어. 그니까, 일어나서 화 내야지. 왜 알아보지 못 했냐고. 왜 이제야 오냐고. 응? ○○아.." 너무 속상해서. 아직은 너무도 어린 네가 왜 이렇게 누워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저 그렇게 눈물을 쏟아냈다. 중간 중간 링거액을 갈아주는 간호사에게 물어봐도, 하루 한 번 들리는 의사에게 물어봐도, ○○이가 언제 일어나는 지 알려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대체 언제 일어날 생각이야. 오빠가 잘못 했으니까 제발 일어나 줘. * 천천히 눈을 떴다. 아주, 아주 깊은 잠을 자 깨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겁이 났다. 눈을 뜨자 굉장한 피로감이 몸을 감싸 눈을 살짝 감았다가 다시 떴다. 오른 손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에 고개를 돌리자 오빠가 내 손을 잡고 잠을 자고 있었다. 날도 추워지는데, 어떻게 왔는 지 궁금하기도 전에 걱정이 되어 오빠를 눕히려 손을 빼자 깨버리는 오빠에 눈을 동그랗게 돌렸다. "○○아?" "..." "○○아.. ○○이 그래.." 오빠의 큰 눈에서 정말 큰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오빠의 눈물을 닦아주고 한 팔로 오빠를 꼭 안았다. 오빠 울지 마. 사랑하는 내 오빠. 겨우 겨우 울음을 그치고 내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 주는 오빠에 기분 좋게 웃다가 문득 떠오른 호기심에 오빠에게 질문을 했다. "여기.. 어떻게 알고 왔어? "아, 희철 선배님. 사진이 올라 왔는데, ○○이가 등에 업혀 있었어. 그래서 오빠가 급하게 달려 왔지." "희철?" "몰라? 슈주 희철. 잘 아는 것 같아 보였는데." 희철.. 내가 업혀 있었다? 아마, 남자의 이름인 것 같다. 희철. 이제 오빠와 만났으니,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잠깐의 기쁨에 오빠를 바라보며 입가에 예쁜 미소를 걸었다. "예쁘다. 우리 ○○이." "뭐가 예뻐. 오빠는 훨 멋지다." "으이구, 말도 예쁘게 하지. 안 예쁜 게 없어요 정말." 팔불출인 것처럼 예쁘다 뭐하다만 남발 하다가 내가 뒤로 다시 눕자 끊기는 말에 오빠의 손에 내 손을 깍지 꼈다. "이제 어디 가지 마. 나랑 있어줘." "오빠가 ○○이 두고 어딜 가. 못 가 못 가." "기분 좋다. 진짜 진짜. " - "그 사람들이랑 아직도 같이 살아?" "아, 그 사람들. 감옥 갔어. 옆집 아주머니가 신고 해줬거든." "아, 그러면 혼자.." "응. 혼자 산 지, 한 2-3년 됐나." 그동안 못 다한 얘기를 하며 웃고 울고, 이것 저것 털어 놓으니 외로움에 꽉 막혔던 것이 뻥하고 뚤리는 기분에 훅-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말을 많이 했던 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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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못입는 사람은 평생 못입는다는 겨울옷..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