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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고궁 사이를 한가로이 거닐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이제는 제법 가을이 오는게 티가 나는지 내리쬐는 햇살에도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탓에 입고있던 남자는 코트깃을 세우고 차가운 공기를 들이쉰다.

자신의 발걸음 소리만이 감도는 고궁 사이를 오가며 이제는 색이 바래진 옛건물, 돌담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훑는다.

손을 뻗어 손가락을 통해 느껴지는 오돌토돌한 돌의 느낌에 가벼운 미소를 띄며 손을 거두어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오랜만에 오는 고궁이다. 그녀와 자주 오던 고궁이였다.이제는 과거형이 되어버린 그녀를 떠올리며 헛헛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그녀와 왔을때는 주말이여서 가족들과 나들이 온 사람들, 연인과 함께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띄는 노부부들까지 사람들로 복닥거렸는데

지금은 아침시간인데다 평일이여서 그런지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는다.

그는 그런대로 조용한 지금 이 순간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잡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오로지 그녀와의 추억을 더듬을 수 있기 때문이였다.

습관처럼 팜플렛을 손에 쥐고 팜플렛에 써진 코스대로 발걸음을 옮기며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을 곱씹었다.




' 여기는 근정전과 사정전. 조금만 더 가면 강녕전과 교태전이 보인다? 왕과 왕비가 머물며 지냈던 곳이래. 그리고 옆으로 가면 경회루…, 야, 차학연. 내말 듣고 있는거야? '

' 어, 어어. 듣고있지, 그럼. '

' 개똥같은 소리 하고 있네. 졸려 죽겠단 표정으로 있었잖아. '

' 아, 난 니가 재미있는데 가자고 해서 놀이공원 같은데 생각하고 있었는데 경복궁이 뭐냐, 경복궁이. '

' 어쭈, 너 경복궁 무시하냐? 조선시대 임금들이 널 가만두지 않을걸? '

' 별로. 근데 갑자기 왠 고궁? '

' 그냥, 오랜시간 지나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게 너무 이뻐서. '

' 별게 다 이쁘다. '

' 됐고, 이리와봐. 저기 경회루 가서 사진 한번 찍자. '

' 아, 귀찮은데. '


너의 손에 이끌려 경회루에 다다라자 너는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주위에 지나가던 커플에게 카메라를 맡기며 커플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한다.

커플은 쉽게 승낙했고 너는 내 팔짱을 끼며 개구진 표정을 짓고 브이자를 그려보인다.

나는 그런 너를 바라보며 헛웃음을 짓다 한차례 옆구리를 찔리고 나서야 따라 브이자를 그려보이며 웃었다.

커플에게서 카메라를 돌려받아 사진을 확인하고는 깔깔 웃음을 터뜨리는 너에 고개를 빼내어 같이 사진을 보았다.


' 차학연 완전 바보같이 나왔다, 빙구 웃음이네. 빙구 웃음. '

' 이거 무효야. 다시 찍자, 응? 다시 찍을래. 이게 뭐야. '

' 왜, 귀엽고 좋은데. 평생 간직해야지. '


카메라 끈을 목에 걸고 너는 내 손을 잡고 경회루 연못을 따라 한바퀴를 돌고 나서야 배가 고프다며 경복궁 밖으로 잡아 끌었다.

못말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경복궁 밖으로 나오려는 차에 고궁을 지키는 사람들이 풍악을 올리며 교대를 알리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내 손을 또다시 잡아 끌었고 나는 못이기는 척 너를 따라 사람들의 대열틈으로 들어선다.

마치 조선시대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이 오가고 흥겨운 풍악소리에 저절로 그 화려함에 빨려들어갔다.

고개를 돌려 너를 바라보자 신기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환한 미소를 띄며 박수를 열심히 치고 있는 모습에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흥겨운 가락이 끝나고 사람들은 흩어진다.그 사이에 우두커니 서있는 너와 난 서로를 바라보며 그저 웃음만 지어보이다 서로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옮겨 밖으로 향했다.




그 때 지었던 웃음은 많은 행복한 추억속에서도 손에 꼽히는 장면이였다.

신기한 것을 처음보는 아이마냥 짓던 그 표정을 다시 떠올리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한참을 그렇게 웃다가 잦아들었다.

지금은 네가 없다. 마땅히 손에 잡혀야 할 네 손이 없다.

한쪽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내뱉으며 아우성친다.

왜 자기를 떠났냐고, 그렇게 힘들었냐고 붙들고 소리치고 싶었다.

욕지기가 치밀어 오르는 탓에 머리가 지끈거려온다.

남자는 탁한 숨을 내뱉고는 고개를 들어 자신이 지나온 길을 뒤돌아 바라본다.

그녀와 걸었던 길, 추억, 사진, 모든게 다 그대로인데

너는 대체 어딜 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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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울컥) 브금 취저 분위기 취저 차학연 취저 자까님 취저ㅠㅠㅠㅠ는 자까님 워더ㅠㅠㅠㅠ새벼끌 너무 조챠나여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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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노래와글
네..? ;ㅅ; 그냥 황송할 따름이네요. 부족한 글인데 그냥 한시간 끄적인 글에 이렇게 반겨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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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그래서다음화는언제나온다고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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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오겠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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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꼭와주세요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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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이렇게 좋은글이..(말을잇지못한다) 다음화가 기대되는 글이에요!!!!!신알신 하고 갑니다~ㅇㅅㅇ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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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노래와글
(말을 이어드린다. 그리고 숨는다.) ㅣㅅㅇ..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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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신알신 누르고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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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노래와글
신알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로 찾아올게요. 헷.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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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헐 이런 글 좋아요 ㅠㅠㅠㅠㅠ 신알신 할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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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노래와글
헛.. 신알신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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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ㅜㅜ아련아련..★★어디갔뇨...가지마..ㅜㅜ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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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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