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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민 혼혈 루한x한국어강사 시우민 

 

 

 

우연이라는 것은 처한 상황에 따라, 또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체감된다. 충분히 긍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상황을 누군가는 쉽게 부정적인 시선으로 노려보기도 하고, 또 별 생각 없었던 것에 어느 날 갑자기 열광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후자였다. 우연히 들어간 유투브에서 어느 걸그룹의 뮤직비디오를 재생했던 것을 시작으로, 나는 어머나! 를 외치는 한국의 여가수에게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지금,  

  

"안녕하세요!"  

  

오 세상에 신이시여.  

눈앞에 뮤직비디오 속 여자와 똑같이 생긴 동양인 남자가 있었다.  

앞으로 그냥 한국인으로 살기로 다짐했다.  

  

한동안 크게 앓았었다. 그 날 보았던 그 남자는 정말 아무리 봐도 뮤직 비디오 속의 여가수와 똑같이 생겼던 것이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부러 그 근처를 서성이기도 했고 괜히 코리아 타운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그 남자를 다시 찾은것 또한 우연이었다.  

 

그 날따라 어쩐지 기분이 좋더라니, 길을 가던 중 한참 전화 통화를 하더니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그를 발견한 것이다. 오 주여, 앞으론 교회 열심히 다닐게요. 무작정 그를 따라 들어간 건물에는 자신과는 평생 관련이 없을 것 같았던 한국어 학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묘한 긴장감을 떨쳐내기 위해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자 실망스럽게도 제 눈에 보이는 건 그 남자가 아닌 처음 보는 여자였다.   

  

"학원 등록하러 오셨어요?"  

  

해사하게 웃으며 친절히 물어보는 여자에게 차마 아니라고 할 수가 없어 얼결에 학원 등록까지 마치고 말았다. 어쨌든 같은 학원이니 계속 보고 좋지 뭐. 애써 위안을 삼으며 앉아있던 몸은 강의실 창 밖으로 보이는 얼굴에 벌떡 일으켜졌다. 그 남자였다! 제 속도 모르고 점점 문 쪽으로 다가오는데, 당황스러워 어쩔줄 몰랐다. 물론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아, 안녕하세요! 좀 늦었죠?"   

  

세상에, 정말 그 남자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가, 지금 제 눈앞에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는지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인 그가 얼른 입을 뗐다.  

  

"어, 음. 제가 이제... 아,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아, 루한. 루한이에요."  

  

와, 이름 되게 좋네요. 환하게 웃어보인 남자는 자신을 김민석이라고 소개했다. 말을 편하게 해도 좋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생긴 것도 내 스타일인데 성격까지 싹싹하고 이건 뭐 그냥 대놓고 내 건데?  

 

제 속도 모르고 웃어 보이는 민석을 보며, 속으로 김민석 세 글자를 되뇌이며 생각했다.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라고.  

  

그날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학원에 출퇴근도장을 찍었다. 한국어도 서툴지만 많이 늘었고, 민석과도 나름 많이 친해졌다고 자부했다.  

다른 학생들에게는 흐트러짐 없이 잔잔한 미소만을 건네는 민석이 제게만은 수없이 많은 표정을 보여줬으니 말이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다. 무작정 집으로 찾아와 놀아달라던 김종대를 뿌리칠 수없어 내키진 않았지만 학원으로 데려왔다. 민석을 만나자마자 한국어로 유창하게 대화를 나누는 종대를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아, 쟤 한국인 유학생이었지. 민석을 독차지하고 알아들을수 없는 언어로 대화하는 종대에게 질투가났다.   

 

오늘따라 민석의 볼이 포동포동해보인다. 만져보고싶다, 멍하니 생각하고있는데 만두를닮은 그 볼이 점점 다가온다.   

  

"이해했어요?"  

  

갑자기 다가온 민석에 화들짝 놀랐다.  

더군다나 민석의 말은 영어가 아닌 한국어. 당황해서 벙쪄있자 민석은 웃으며 물었다.  

  

"어려운가봐요. 쉽게 한다고 하는건데..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요?"  

  

학원에서 나와 머리를 쥐어뜯었다. 얼마나 바보같았을까. 얼굴은 왜 빨개져서! 옆에서 김종대가 뭐가좋다고 킬킬대고있었다.  

  

"빨리 한국어를 배워야겠어.."  

  

무슨소리야? 김종대가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하더니, 곧 이해한듯 했다. 설마 질투했냐며 웃어제끼더니 한국 학생들이 영어공부할때 미국드라마나 영화로 공부를 많이 하니, 한국 영화를 보내주겠다며 돌아갔다.  

  

집에와서 열어본 메일에는 로맨스영화가 가득했다. 제목만봐도 핑크핑크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파일들에 식겁하며 뒤로가기를 누르고 김종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부러 안받는게 분명했다.  

  

할수없이 가장 멀쩡해보이는 파일 하나를 다운받았다. 영화는 생각보다 괜찮았고, 유창한 한국어를 내뱉었을때 민석의 표정을 상상하니 대사가 더 잘 외워졌다.  

  

다음날, 들뜬 마음으로 학원을 향했다. 민석이 들어오자마자 한국어를 하겠다 마음먹고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문이 열렸다.  

  

"누나!"  

  

민석은 내가 한국어를 하자 당황한듯했다.  

  

"누나! 존나 예뻐요!"  

  

네...? 민석은 많이 당황했는지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말했다. 이럴 때만 눈치가 없어지는 내가 민석의 심상치 않은 표정을 알아챈 것은 민석에게 씨발 누나 예쁘다고요, 라는 주워담지 못할 말을 내뱉은 이후였다.  

  

무언가 민석의 표정이 이상했다. 어...? 이상하다, 영화에선 이렇게 하니까 좋다고 난리던데? 멀뚱멀뚱 민석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자, 반쯤 구겨진 듯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던 민석이 후, 하는 한숨과 함께 이마를 짚었다.  

  

"루한."  

"응?"  

"누나라는 말은, 남자가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를 부를 때나 쓰는 말이에요."  

"그런 거야?"  

  

아, 그래서 그랬구나. 이제야 민석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귀 끝이 조금씩 달아 오르는 것이 느껴질 즈음, 또다시 민석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또. 존나, 씨발 이런 건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둘 다 나쁜 말이에요."  

"그치만, 영화에서는 이러니까 좋다고..."  

"씁."  

"아, 알았어. 알았어요. 안 쓰면 되잖아."  

"진작에 그렇게 나왔어야죠. 그리고..."  

  

창피한 기분에 달아오른 귀끝을 애써 외면하던 도중, 말끝을 흐리며 갑자기 내 시선을 피하는 민석의 귀가 언뜻 눈에 걸렸다. 어느새 붉게 물든 귀. 그리고,  

  

"예쁘다는 말, 남자한테 함부로 쓰는 거 아니거든요!"  

  

더 붉게 물든 얼굴. 어쩐지 억울해 보이는 눈빛으로 날 쏘아보다가, 괜히 입술을 깨물며 손부채질을 한다.  

  

서로 한동안 말이 없었다. 오랜 침묵끝에 막 말을 꺼낸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하지만 민석은 정말 예쁜걸 어떡해요"  

  

민석의 얼굴이 더욱 붉게 달아올랐다. 벨소리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었다.  

  

  

  

  


작가의말

이주쓰차때문에 한참전에 써놓고 이제오네요ㅜㅠㅠ 엔딩 망했어...역시 달달한건 나랑 안맞아...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헐 여기 1부터 3까지 다 있에요?ㅠㅠㅠ 재밌어용ㅎㅎㅎㅎ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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