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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이와루한 전체글ll조회 710

 

광해OST-내님의얼굴

 

 

 

 

 

成事在天

성사재천: 일이 되고 안됨은 오로지 천운에 달렸다.

 

 

 

 

숙부의 물음에 민석은 정신을 번쩍 차렸다.

 

외숙부가 닭다리 한 쪽을 내밀고 있었다. 민석은 허여멀건 닭다리를 내려다보다가 이내 받아들었다.

 

평소라면 주지 않아도 뺏어 먹었을 고기가 지금은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숙부는 집요하다.

 

저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표정만 보아도 알았다. 숙부가 묻고 물으면 민석은 결국 토해낼 것이다.

 

 오늘 무슨 일이 생겼고 마음이 어떤지에 대해. 나쁜 일이 아니라면 말해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사내를 만난 일은 어쩐지 나쁜 일 같았다.

 

왠지는 알 수 없었으나 마음이 그러했다. 그래서 민석은 숨겼다.

 

웬만하면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EXO/루한X시우민] 성사재천03(成事在天) | 인스티즈

"먹어."

 

 

 

숙부는 민석에게 어서 먹으라는 시늉을 했다.

 

민석이 그를 못 이기고 한 입 베어 물었다. 전처럼 맛있지 않았다.

 

고기뿐만 아니라 밥상에 차려진 모든 음식에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아비 왔다아."

 

 

 

걸걸한 목소리가 들렸다.

 

출타 나갔던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비의 목소리에 민석이 마루에서 내려가 그를 맞이했다.

 

 

"나는 안 보이오?"

 

 

숙부가 닭다리 한 쪽을 든 채 아비에게 다가갔다.

 

아비는 숙부의 말을 무시한 채 민석에게 다가가 민석을 번쩍 들어올렸다.

 

민석은 갑작스런 아비의 행동에 몸부림 쳤다.

 

술 냄새가 옅게 나는 것이 분명 어디서 한 잔 걸치고 돌아 온 것이다.

 

민석이 버둥거리자 감당할 수 없던 그가 민석을 내려놓았다.

 

 

"에이, 까탈스런 놈. 이젠 예전 같지도 않아!"

 

"당연하지! 난 어린애가 아닌데!"

 

 

 

민석이 퉁명스레 받아쳤다.

 

자신을 번쩍 들어 올리는 아비의 행동이 낮에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에 더욱 기분이 좋지 않았다.

 

분명 아비의 손길은 그 사내의 손길과 달랐건만 낯이 뜨거워졌다.

 

 

 

"이야! 너도 다 컸다고 쑥스러움을 타는구나!"

 

 

닭고기를 씹던 숙부가 민석의 옆에서 깐죽였다.

 

민석은 눈을 부릅뜨고 숙부를 노려보다 훽하고 마루로 올라갔다.

 

 

 

 

 

 

 

 

"그런데 너 이마에, 그거, 꼴이 그게 뭐냐?"

 

 

 

아비의 날카로운 눈이 민석의 이마를 살폈다.

 

아비의 말에 민석은 손을 들어 상처를 가렸다.

 

 

 

"비탈길에서 넘어졌대요."

 

 

 

 

돌부리에 찍혔다던데.

 

아비의 물음에 답을 한 건 숙부였다. 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은 하지 못한다.

 

누가 봐도 티가 나는 민석의 거짓말에 속는 건 하나 뿐인 조카의 말이라면 더덕이 삼이라고 말해도 믿는 숙부 밖에 없다.

 

민석은 숙부가 말하는 대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뭐? 쑥 캐러 가서?"

 

"응"

 

"그럼 쑥은 어디 갔니?"

 

 

아비의 물음에 민석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맞다! 소쿠리. 소쿠리가 없었다.

 

그들이 가로채어 가 놓고는 민석에게 돌려주지 않은 것이다.

 

 

"그래. 너 쑥 캐러 갔다면서 쑥은 어디 갔냐? 떡 다 쪘어?"

 

 

 

숙부의 물음이 쏟아졌다.

 

쑥은커녕 지금은 소쿠리도 없었다. 잊어버렸다 할까. 소쿠리를 누가 훔쳐갔다 할까.

 

 적절한 변명거리가 생각나지 않자 얼굴이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그건, 그건, 그거는.."

 

"아. 맞다. 그래 김종대 대감이 뭐래요!"

 

 

 

민석이 더듬거리며 말을 질질 끌자 숙부가 참지 못하고 자기 묻고 싶은 말을 물었다.

 

김종대 대감이란 소리를 듣자 아비의 눈이 숙부에게로 향했다.

 

 

 

"애 앞에서 정치 이야기 하지 말래도!"

 

"정치 이야기를 했소? 그냥 물은 거지!"

 

 

 

아비의 소리에 숙부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받아쳤다.

 

 야, 넌 이만 네 방으로 들어가라. 숙부는 민석을 향해 손사래 쳤다.

 

민석은 그 말을 듣자마자 재빨리 자리를 떴다. 이 순간만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비와 숙부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민석은 뒤도 안 돌아보고 달음질 했다.

 

 

 

"오늘 상감을 만났다."

 

 

 

막걸리를 따르던 숙부의 손이 멈칫 했다.

 

 

 

 

 

 

 

*

 

루한은 술을 따르는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눈동자를 보는 것이었다. 검고 동그란 것이 나쁘진 않았지만 민석의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반가의 여자라 양가의 사내와는 다른 것인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수루한은 이내 고개를 돌렸다.

 

 

 

"더 따르리까?"

 

 

고개를 저었다. 아내는 정숙한 여인이다.

 

뿐만 아니라 얼굴도 빼어나게 고와 그녀가 싫지 않았다.

 

루한 자신이 굳이 여색을 가까이 하는 자가 아니라 기루를 찾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형형색색 분을 바르고 짧은 저고리를 입는 기생 보다 아내의 미색이 더 나았기에 찾지 않는 것이었다.

 

헌데 어째서 사내에게.

 

 

"좋은 일이 있으신 가 봅니다."

 

 

 

 

루한이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내의 눈이 웃고 있었다.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얼굴을 붉히는 모습에 루한은 웃었다. 어쩜 부끄러움을 타는 모습마저 그와 다를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으나 새어 나오는 욕망까지 숨기지 않았다.

 

부끄러움을 타면서도 자신의 가슴팍을 바라보는 아내에게 손을 떼었다. 안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내가 말한 적이 있소?"

 

"무엇을요?"

 

흥분으로 새초롬 해진 아내가 물었다.

 

 

 

"부인은 범이요."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사내로 태어났다면 필히 나라를 흔드는 장부가 되었을 거요."

 

 

진심이었다. 아내 파평 윤 씨는 암 호랑이다. 나라를 뒤집어엎을 자신에게 걸 맞는 여인이었다.

 

언젠가 그 날이 오면 여인은 자신을 내몰아 금상의 목을 치기 전까지 자신을 대군저로 한 발짝도 들이게 하지 않을 여인이었다.

 

 마음에 들었다.

 

글 깨나 배웠다고 목을 빳빳하게 치켜 드는 서생들 보다 백배는 나았다.

 

때로는 뒤를 돌아보지 말아야할 과단성이 필요한 순간에 칼집에서 칼을 빼어 주는 것이 아내였다.

 

루한은 아내를 향해 웃어 보였다.

 

"그만 일어나겠소."

 

 

루한은 일어나 뒤를 돌았다.

 

윤 씨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가 방을 나가자 윤 씨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군께서 이리 만든 것입니다."

 

 

 

나직하게 울리는 여인의 목소리는 음울함에 젖어 있었다.

 

 

 

 

 

 

*

 

 

민석은 걸었다.

 

방 안에 있으려니 도저히 마음이 심란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젯밤, 아비와 숙부를 피해 제 방에 들어간 뒤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잠이 오질 않아 사내의 손수건에 묻어 있는 제 피를 지우기 위해 빨래를 했다.

 

그렇게 움직이면서도 그의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어후우."

 

 

 

속이 답답했다.

 

소쿠리는 그냥 거저 줬다 치자. 다시는 만나지 않을 텐데 뭘.

 

이 한양바닥이 얼마나 넓으냐 그런 지체 높은 자라면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이다. 사례는 어쩌다 만나면 돈으로 되 갚으면 되지.

 

이불 속에서 지긋 지긋할 정도로 생각한 것이었다. 희연이 골목을 돌 때였다. 누군가 어깨를 짚었다.

 

 

 

 

"자네."

 

 

 

고개를 돌렸다. 차려 입은 모양새를 보아 평범한 양민은 아니었다. 사내가 민석에게 가까이다가 왔다.

 

 

 

"자네가 어제 우리에게 받아가지 않은 것이 있소."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제 서야 사내의 차림새가 어제 만났던 그 지체 높은 사내의 심복들과 옷이 비슷하단걸 알았다. 민석은 마른침을 삼켰다.

 

 

 

"받아 가야 하지 않겠소?"

 

 

따라오란 말이었다.민석은 입을 다물었다. 따라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쑥은 거저 줬다 치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 깟 소쿠리도 다시 사면 된다고 여러번 생각했다.

 

잠깐 심란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제 일은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하게 될 터였다. 괜한 일로 머리 썼다고 코웃음 치게 될 터였다.

 

민석은 망설였다.

 

사내는 조급한지 멀뚱히 서 있는 민석에게 다시 다가왔다.

 

 

 

"약 값도 돌려주셔야 하지 않겠소?"

 

 

사내가 조용히 말했다. 민석은 마지 못해 그를 따라나섰다.

 

 

 

 

 

 

 

 

궐이었다. 민석은 어마어마한  크기에 순간 궁궐에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대문을 지키는 병사의 옷은 대궐을 지키는 군졸의 옷이 아니었다.

 

민석이 머뭇거리자 사내가 민석을 끌고 대문으로 들어섰다.

 

 

 

"제, 제 것은요?"

 

 

 

나직하게 물었다. 마당이 너무 넓어 한참을 걸어야 했다. 민석이 물었으나 사내는 대답이 없었다.

 

다시 묻기가 그래서 조용히 있었다. 대신 불안해져 왔다. 이 매섭게 생긴 사내가 자신을 어디로 끌고 가 물고를 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럴 수도 있었다. 관가에 넘겨 곤장을 치기엔 그럴 사유가 마땅치 않으니 자신의 집으로 불러 들여 멍석말이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마 위로 식은 땀이 흘렀다.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정말 매질을 하면 어떡하지?

 

 

 

" 대군 나리. "

 

 

 

활터였다. 그를 부른 사내가 민석을 잠깐 세워 둔 뒤 그에게 다가갔다. 휙하는 소리가 들리고 활을 내린 그가 사내를 돌아보았다.

 

 

 

 

"김내경의 자식을 데려왔습니다."

 

 

 

루한이 웃었다.

 

 

 

 

 

 

*

 

 

김민석이라고 했다.

 

외조부 심온의 집안이 태종의 명으로 몰락한 이후 덩달아 어찌 몰락한 집안의 자식이라 하였다.

 

어찌어찌 가계가 멀어 살아 남아 아비와 함께 섬에서 자랐다고 했다. 루한은 먼 곳에서 자신을 멀뚱히 쳐다보는 민석을 보았다.

 

부리는 심복이 자리를 떠나고 가까이 오라 해도 행동이 굼뜬 민석은 발이 땅에 붙었는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루한이 움직였다.

 

 

 

"내 심복이 너에게 돌려주지 않은 것이 있다 들었다."

 

 

 

 

말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그깟 양가 계집들이 쓰는 물건을 돌려주기 위해 불렀다는 핑계는 자신이 들어도 요상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었다. 꾀를 내어 계집을 부를 핑계를 대어보라 할 수 없으니 떠오르는 대로 뇌까릴 수밖에.

 

 

민석은 말이 없었다. 무어라 말을 하려 입술을 벌렸으나 이내 닫아 버렸다. 루한은 눈썹을 찌푸렸다. 꿀 먹은 벙어리인가. 답답했다.

 

 

 

 

"여기."

 

 

 

답답함에 목구멍까지 짜증이 치받으려 하는 순간이었다. 민석이 자신에게 무엇을 내밀었다.

 

 

 

 

"무엇이냐."

 

"어제, 어제 나리께서 제게 주신 것입니다."

 

 

 

손수건을 든 민석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루한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귀여운 구석이 있는 놈이었다.

 

 

 

 

 

 

 

 

루한은 손수건이 들린 민석의 손을 붙잡았다. 민석이 놀라 빼려 하자 그는 자신에게 가까이 끌어 손을 살펴 보기 시작했다.

 

 

 

"양가 자식의 손이 곱기도 하구나"

 

 

 

칭찬일까? 칭찬이라기엔 빈정거림이 묻어났다.

 

민석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의 손은 마디가 굵직했다.

 

거칠하고 두터운 것이 양반가 자제의 손 답지 않았다. 하긴 그에게선 곱게 자란 양반 기운이 풍기지 않았다.

 

붓 보단 칼을 잡을 잡고 전쟁터를 누비는 무관의 기풍이 풍겼다.

 

 

 

"어미가 네게 일을 시키지 않더냐?"

 

 

 

어미는 죽었다. 그리 말해야 하나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를 본 순간부터 석상이라도 된 듯 손가락 하나 쉬이 움직일 수 없었다.

 

 

 

 

"벙어리더냐?"

 

 

 

루한의 눈썹이 올라갔다. 민석은 고개를 저었다. 숨이 가파졌다. 달음질도 하지 않았는데 호흡이 불편했다. 민석이 고개를 숙이자 루한이 다가왔다.

 

 

 

 

"벙어리도 아닌데 내 물음에 답도 하지 않아?"

 

 

 

 호방했던 루한의 목소리가 낮게 울리고 있었다. 민석은 고개를 들었다.

 

 저승 사자 보다 무서운 그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민석은 눈을 질끈 감았다.

 

 

 

 

"고개를 들라."

 

 

 

민석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들라하지 않았는가?"

 

 

 

 

민석의 몸이 움찔했다.

 

 루한의 손이 턱을 붙들었다. 너무 꽉 잡아서 턱이 부서질 것 같았다.

 

 

 

 

"한 번만 더 대군의 물음에 답하지 않으면 목을 치겠다."

 

 

 

오금을 저리게 하는 목소리였다.

 

뺨을 때리고 지나가는 겨울 바람 보다 더 서늘하고 매서워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민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먹색 눈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민석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울지 마라. 난 사내의 눈물 바람이 싫다."

 

 

 

민석은 자신이 울고 있는 줄도 몰랐다. 방금 오금이 지리도록 무섭게 말한 루한의 손이 민석의 눈가를 쓸었다.

 

 

"내가 두려우냐?"

 

 

 

민석은 턱이 잡힌 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대군의 말에 대답치 않으면 목을 치겠다는 말을 들은 뒤로 더욱 세게 흔들었다.

 

 

 

"말을 해래도."

 

 

전 보다 부드러워진 목소리였다. 싫어한다는 눈물바람을 보인 뒤라 더 화날 법도 한데 그의 목소리는 다정하기 까지 했다.

 

 

 

 

"예."

 

 

울음에 젖은 민석의 대답이 드디어 목구멍을 빠져 나와 루한의 귀에 들렸다.

루한은 만족스러운지 민석의 뺨을 한 번 쓸어주고는 다시 활을 들러 갔다.

 

 

 

"가까이 오라."

 

 

민석이 발걸음을 떼었다. 루한은 화살을 들어 시위를 당기다 민석을 돌아보았다. 민석은 가까이 오란 말은 듣지 못 했는지 여적 멀리 있었다.

 

루한은 활을 내리고 민석에게 성큼 성큼 걸어가 팔을 당겨 자신에게로 오게 했다.

 

 

 

"내가 가까이 오라 했을 땐 이 거리다."

 

 

 

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루한은 어린 애에에게 말을 하나하나 가르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화가 나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하긴 이런 칠칠치 못한 놈을 두고 조근 조근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다.

 

 

 

"활을 쏘아 본 적이 있느냐."

 

 

 

민석은 고개를 저었다. 루한이 그를 노려보았다.

 

 

 

"아니요."

 

"시위를 당겨 보라."

 

"배, 배운 적이 없습니다."

 

"당겨 보라."

 

 

 

 

민석은 당황했다. 루한은 머뭇거리는 그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민석은 자신을 올려다 보았다.

 

 루한은 그의 뒤로가 활을 잡혀 준 뒤 시위를 당겼다.

 

 

"시위를 당길 땐 이렇게 길게 빼는 것이다."

 

 

피가 굳는 느낌이 이런 느낌일 것이다. 민석은 경직되지 않으려 안간 힘을 썼다. 경직되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는 말하지 않으면 목을 칠 것이라 했다. 그러나 그는 민석을 끌어안았다.

 

단단한 손이 자신의 손을 감쌌다.

 

바람이 불었다. 검푸른 비단에서 나는 것인지 어디서 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들큼한 냄새가 민석의 코끝을 간질였다.

 

 

수컷의 냄새일 것이다.

 

 

 

악기의 현 같던 시위가 화살과 함께 길게 당겨졌다. 그는 그 상태에서 활을 쏘지 않았다.

 

민석은 목덜미가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움직일수록 루한은 민석을 더 꽉 끌어안았다.

 

 

‘ 쉭’

 

화살이 시위를 떠났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화살이 판에 꼽히는 소리 들렸다. 그는 여전히 민석을 끌어안고 있었다.

 

 

"하긴 양가의 어린 놈이 뭘 알겠나.."

 

 

그가 민석에게서 떨어졌다. 민석은 자신을 향해 하는 빈정거리는 소리임에도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읊조리는 말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아비는 김종대와 같이 루한의 대군 저에 와 있었다.

 

김종대는 자신이 본 상을 의심 했다. 루한은 왕위를 찬탈할 자가 아니다.

 

그럴 배포도 못 되고 위인도 아니다. 사소한 기쁨에 만족하고 사는 이다. 그러나 김종대는 믿지 않았다. 결국 그의 손에 이끌려 대궐 같은 대군 저에 오게 되었다.

 

 

 

"수양 대군 납시오!"

 

 

 

 

마치 임금이 납실 때 울리는 소리 같았다. 민석의 아비는 눈을 번뜩였다. 김종대는 그 날 본 자가 루한이 아닐 것이라 확신했다.

 

좌상의 말이 맞다 면 다시 한 번 확인 해야 하는 일이었다.

 

 

 

 

 

 

개 짖는 소리가 대군 저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이리 같은 그의 발걸음은 이리처럼 여유롭고 오만했다. 그리고 가늘게 떴던 아비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민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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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다음편 꼭 기다리고있을께요! 잘읽고가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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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이와루한
감사합니다♡ 금방 써서 가지고 올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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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으앙 재미있어요~~아부지랑 만났네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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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이와루한
감사합니다! 4편도 기대해주세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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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껄껄껄껄껄껄 내 좀 늦었소이다. 늘어난 분량에 몹시도 기쁘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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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이와루한
껄껄껄 봐준것만으로도 감사하오. 4편도 기대하시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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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아이코 민석이는 무서워머 벌벌 떠는데 루한이는 탐이 나나봐요... 이제 궐에서 아버지도 만났으니 루한이 어떻게 할지!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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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이와루한
궁금하시면 다음편으로!ㅎㅎㅎ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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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 화살 쏘는 장면 너무 설레요ㅠㅠㅠㅠㅠㅠ상상하니까 자동으로 입가에 미소가 흐흐흐흐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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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이와루한
저도 쓰면서 입가에 자동 미소가 흐흐흐♡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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