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온앤오프 몬스타엑스 샤이니
댄지 전체글ll조회 1117l 1
비가 온다.

중학생 때 아빠가 고모부를 뵈러 가자고 하였다. 철없던 나는 귀찮다고, 가기 싫다고 하였다. 그때 아빠가 한 한마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오늘 아니면 앞으로 평생 못 볼 수도 있어.'

그 한마디가 너무 무서워 아빠를 따라 고모부를 뵙고 왔다. 기억 속에서 흐릿한 잔상으로만 남아계시던 고모부는, 이렇게까지 건강이 위독하신 분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넉넉한 몸집을 가지신 유쾌하시던 분. 그런데 그날 보았던 고모부는 푸근했던 풍채를 좁은 침대에 구겨 넣고 계셨다. 한쪽 팔에 연결된 튜브로 알 수 없는 액체가 뚝, 뚝, 떨어지고 있었고 혈색 좋던 피부는 창백해져 시간의 흐름이 보이는 검버섯이 유독 도드라져 보였었다. 그렇게 아프신 몸을 가지셨으면서 내가 왔을 때 환하게 웃어주면서 나를 반기시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고모부의 병실에서 한 시간 정도를 보내고 집에 가던 차 안. 정말 많은 생각이 교차하였다. 사람이 이렇게 떠나는 거구나. 다 부질없는 것이구나. 병이란 게 정말 무서운 거구나…. 고작 중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몰래 눈물을 훔쳤던 것 같다. 

그리고 며칠 뒤. 학교에 갔다가 집에 도착했는데 평소 면 집에 있을 가족들이 없었다. 난 아무 생각 없이 평소처럼 방안에 틀어박혀서 휴대폰이나 만지고 놀다가 시간이 지나도 오시지 않는 부모님께 전화를 해보니, 초상집에 갔다고 하셨다. 그때야 다시 떠오른 고모부. 혹시나 싶어 누구시냐고 여쭤보니, 왜 이럴 땐 예상이 빗나가질 않는 것일까…….

밤늦게 부모님이 집에 들어오시고 다들 자기 위해 누운 그 늦은 시각. 난 혼자 방 안에서 입을 막고 끅끅대고 있었다. 행여나 울음소리가 방 밖으로 흘러나갈까 봐 싶어.

*

왜, 왜 하필 지금, 그 몇 년 전 일이 생각나는 것일까. 많고 많은 일 중, 하필이면 그날, 그 사건이….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아마 평생 준비를 못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만큼 나에겐 네가 없으면 되지 않는데, 너는 대체 왜 지금, 나를, 떠나려고 하는 것인가.

아직 너와 나는 살 날이 많이 남아있다. 이제 스물이 갓 넘은 그런 우리인데. 하늘은 무심하게도 왜 너를 데려가는 것인가. 그 많고 많은 사람 중, 너를.

'가지 마'라고 말을 해보아도 너는 이미 듣지 못한다. 만약 네가 듣고 있다 하더라도 넌 나에게 너의 이야기를 말해줄 수 없다.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글로도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남은 것은 너의 옛날이야기들뿐. 그리고 난 이걸로는 부족하다. 남은 많고 많은 이야기는 너와 함께 살아가면서 들으려고 했었는데....

나에게 이야기를 잘 하는 법을, 글을 잘 쓰는 법을 가르쳐 준 것은 전부다 너였다. 네가 나에게 가르쳐주었길래 나는 이 일에 대한 애착이 더 깊었다. 만약 네가 가르쳐주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애착이 심하진 않았겠지.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남준아.
너는, 내가 그립지 않아?

난 지금 네가 몹시 그립다.

보고 싶어 죽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너를 만나러 갈 것이다.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줘.
금방 갈게.

*

'서울의 모 아파트 14층에서 20대의 한 남자가 추락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남자의 신원은 만 20세 정호석이며 추락 원인은 자살로 추정....'

어두컴컴한 회색빛 하늘에서는 회색 빛깔의 눈이 오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무심하게 스크린 앞을 지나다니고 딱, 한 남자만이 스크린을 보기 위하여 가까이 다가갔다. 회색 후드집업의 모자를 쓰고 검은 우산을 든 남자는 그 소식이 끝날 때까지 멍하니 화면을 보고만 있었다. 다른 뉴스가 흘러나오자 남자는 스크린에서 멀어져 자신이 가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그의 손에는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 머리를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남자와 회색 머리인 남자가 서로 붙어서 찍은 사진. 그리고 그 둘의 뒤편에는 검은 머리의 남자가 갈색 머리의 남자를 쳐다보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는 자기 손에 들린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버렸다. 사진, 추억, 그리고 사랑을. 사진 속의 검은 머리색을 가진 남자는, 그날 자신 마음속의 반쪽을 아주 먼 곳으로 보냈다.

버려진 사진은 계속해서 내리는 빗물을 맞고만 있었고 그 밑에 적혀져 있던 문구는 번져서 이젠 자세히 봐야 보일 정도였다. 비가 그치고, 학교를 가던 한 소년은 사진을 발견하였다. 사진 속의 세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밑에 글씨가 번진 걸 발견하고는 그걸 읽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사진을 노려보았다.

"평,평생..평생하자? 맞나 이게? 평생하자 호...호섭?호석?..남준? 선진? 석진인가? 남자니까 석진이겠지..."
"밑에는...어..호..호석아, 사랑해. 진? 진은 또 누구야..."

지민은 사진을 바닥에 버릴까, 들고 갈까 고민을 하다가 바닥에 버리는 것도 미안하고 들고 가는 것은 좀 이상하

다 생각하여 길가에 있는 우체통에 가서 사진을 넣었다. 비록 주소도 없고 우표도 없는 사진이지만 부디 주인에게 무사히 전달되었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우체통에 들어간 사진은 계속해서 들어오는 편지에 파묻혀 밑으로 내려갔다. 처음엔 조금씩, 천천히 내려가던 것이 어느새, 바닥까지 내려갔다. 영원히, 주인에게 전해지지 않고 우체통의 바닥. 그곳에서만 있으며 그들의 추억을 평생 간직한 채 사진은 그곳에만 있을 것이다. 이 추억과 함께.
영원히.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독자1
헐...이런분위기 완전 좋아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잘봣어여!!!!새벽인데 감수성 풍부해져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완전슬퍼ㅜㅜㅜㅜㅜㅜ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빅스 [빅스/택혁/켄엔] N극과 N극, S극과 S극도 만날 수 있다. -2- 4 짧지만알찬 09.14 18:40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2 ONE HOLE 09.14 17:14
아이콘 [TeamB/한빈지원] 구울에게 찍히면 어떻게 되나요 上34 바비랑밥이랑 09.14 15:43
엑소 [EXO/루민/세준/클첸/카디] 김家네 자식들 009 문제집 09.14 15:42
블락비 [블락비/피코] 발단, 전개 그리고 절정 24 Vamos 09.14 14:59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4 청춘게2 09.14 14:06
빅스 [빅스/택혁/켄엔] N극과 N극, S극과 S극도 만날 수 있다. -1- 2 짧지만알찬 09.14 11:45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5 세업찬 avi. 09.14 11:16
블락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 하이님 09.14 09:52
기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3 09.14 08:47
빅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63 나라세19 09.14 03:26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랩홉] 영원1 댄지 09.14 02:55
엑소 [EXO/종인] 연하남친은 원래 다 이런가요?.kakaotalk23 새로만듬 09.14 02:11
아이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37 바비랑밥이랑 09.14 01:38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36 솜바람 09.14 01:30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2 징렛 09.14 00:19
인피니트 [인피니트/다각] 시티헌터 (City Hunter) 466 Morning 09.14 00:13
빅스 [빅스/정택운] 우리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나요?22 짧은노래와글 09.13 23:40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88 도좋 09.13 23:13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섹시가이 09.13 23:03
엑소 [EXO/찬백] 말하지 못한 첫사랑 3 워됴 09.13 22:56
빅스 [VIXX/차학연] 차학연은 죽었을까, 살았을까 - 17 29 차죽살 09.13 22:54
엑소 [EXO/루한X시우민] 성사재천03(成事在天)10 징징이와루한 09.13 21:17
위너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 비상 09.13 21:11
아이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6 베리뷔로션 09.13 20:51
엑소 [EXO/루한X시우민] 성사재천02(成事在天)8 징징이와루한 09.13 20:40
엑소 [EXO/루한X시우민] 성사재천01(成事在天)12 징징이와루한 09.13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