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한참을 그렇게 울다 진정된 원식이 마이크를 들고는 언제 왔어요?, 퉁명스럽게 묻는다.
올해 4월쯤?, 4월에 와서 한 번도 얼굴 안 비춘 거야? 너무한다 진짜. 안 비춘 게 아니라 너희가 못 본거지 8월쯤부터 계속 회사 나갔는데 너희 진짜 바쁘게 지내더라.
그 말에 예?, 홍빈이도 놀라고 헐.. 상혁이도 놀라고 고갤 숙이고 있던 택운이도 놀라 고개를 들고 와- 원식이도 감탄하고 아니 그래도 그렇지! 재환이도 짜증 아닌 짜증을 냈다.
"아니 그럼 회사 분들도 아는데 얘기 안 해준 거야? 나 재계약 안 해."
상혁의 말에 택운이 고개를 끄덕인다.
형은 뭘 끄덕여요!, 아 근데 형 오는지 우리도 몰랐거든요. 진짜 짠 거 아니고 진짜 몰라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다시 앉을까요? 의자 가지고 모이죠.
원식이 눈물은 멈췄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했다.
다들 어쩐지 토크 콘서튼데 돌출무대 있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요 회사에서 학연이 형 얘기하자고 몰고 갈 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의자를 가지고 모이면서 투덜거렸다.
"자, 학연이형 그동안하고 싶었던 얘기해봐요."
학연이 마이크를 입으로 가져가다 머뭇거리기를 한참 하다가 드디어 입을 뗀다.
"사실 여기에 올라오기까지 되게 많이 망설였어요. 한국에 4월에 왔는데 8월부터 회사에 나간 것도 다 같은 이유였어요.
내가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날 기다리는 팬이 있긴 할까, 그래서 그냥 죽은 사람처럼 지내려고 했어요.
4년이나 춤도 안 추고 노래도 안 했으니까 남은 시간도 그렇게 살아도 될 거라고 생각하고 정말 조용히 지냈어요.
그러다 회사 분이랑 길에서 마주쳐서 결국엔 회사로 다시 들어왔고 이 무대는 정말 못 서겠다 했는데 설득 끝에 이렇게 무대에 다시 서게 됐습니다.
다들 많이 보고 싶었어요."
다들 학연의 말에 경청을 한다.
중간에 목이 매여서 보는 사람을 울컥하게 만들었지만 학연이 더 우는 거 안 보고 싶다며 울보들이라고 장난치자 꾸역꾸역 참는다.
4년 만에 처음 보는 학연의 얼굴을 눈물이 앞을 가려 못 보고 싶지 않았던 것도 한몫할 거다.
"4년 전에 치료받으려고 한국 떠나고 처음엔 수술받고 괜찮아진 줄 알고 퇴원했는데 다시 재발해서 입원하고 그땐 진짜 죽어야겠다.라고 생각도 많이 했는데
다시 별빛 분들 보고 멤버들 보니까 그때 죽지 않기를 잘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4년 동안 정말 치료만 했어요.
매일같이 오는 멤버들 메일 읽으면서 하루하루를 이겨냈고 유튜브에서 맨날 검색하면서 버티고 그냥 그렇게 지내다가 왔어요. 아, 되게 횡설수설한다. 그쵸? 그치?"
아니야, 괜찮아, 하는 소리들이 들려왔고 학연이 잠시 웃어 보였다. 그럼 나 편지 써왔는데 안 읽어도 돼요?,라고 말하자 읽어달라는 소리가 콘서트장을 메웠다.
"안녕하세요. 별빛 여러분, 안녕 빅스, 그동안 다들 너무 보고 싶었고 그리웠습니다. 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별빛님들 생각하면서 지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이렇게 아프다고 떠나와서 저 때문에 상처받으신 분들도 있을 테고 마음고생도 많이 하셨을 텐데 무작정 다시 돌아가 다녀왔습니다. 할 정도로 뻔뻔하게 굴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멤버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회사에 나가서 연습생 때로 돌아간 것처럼 연습도 열심히 하고 회사 분들이 돌아갈 수 있게 많이 도와주셨고 진짜 많이 노래하고 싶었어요.
왜 시간이 지나면서 그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는지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자만하거나 교만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겠다고 그러니까 제발 그때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매일같이 기도했었습니다.
기도했던 것처럼 이 순간이 다시 찾아왔고 아직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도했던 것처럼 소중함을 잃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펜을 들고 편지를 쓰자니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했을 때가 생각이 나는데요"
학연이 일어나 두 발 정도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두 손으로 꼭 쥐고 말한다. 진짜 많이 부르고 싶었어요. 내 별빛님들, 별빛님들은 아직 나 사랑해요?. 나 이제 예전처럼 어리지도 않고 30댄데?, 사랑해요. 학연아 사랑해, 마이크를 내리고 2014년 처음 단독 콘서트를 했을 때처럼 검지를 입에 대고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사랑해!"
암호닉
닭벼슬/ 워더/ 내여자/ 꽃잎/ 밑입술/ 차돌백/ 조아/ 비호원/ 지네/ 돌back2/ 보보/ 엔이야/ 핑크운동화/ 별님/윤슬 님
감사합니다!!♥
음악을 전편에 넣었어야했는데 까먹었어요..
안타깝게도 마지막편은 아니에요.. 뒤에 뭘 더 써야할것같은 이 느낌..(우니별)(요니별)
이렇게 댓글에 절 사랑하신다니 감사할뿐이에요. 이렇게 하찮은 글을 봐주시니 제가 더 감사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