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니엘/조각] 너도 어쩌면
W. 너의의미
"그만하자."
목소리가 바람 속으로 흩어졌다. 너의 그 차갑고도 시린 음성이 아직 뜨거운 가슴 한 가운데를 푹 찔렀다. 아프다, 아프다. 수없이 보아온 너였지만 다니엘. 오늘의 그는 좀 차가운것같다. 마치 얼음처럼. 아무리 노력해봐도 우리 추억들을 지우지를 못하겠어서,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내겐 너무 값져서. 눈물이 흘렀다. 그칠 기미도 보이지 않고선 끝도 없이 흘렀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아직 뜨거운 볼에 닿았다. 슬프다, 슬프다. 조금 멀어져도, 조금 떨어져있어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우린.. 안 될까?
"우리는 너무-"
멀리 와버렸어. 툭 떨어지는 그 목소리에 고개를 떨궜다.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까. 어쩌면,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조심스럽게 바랬다. 진짜 사랑하면 떠나주는게 맞는거랬는데, 나는 그러지 못할거같아. 다니엘, 나는 자신이 없어. 나는 괜찮았는데. 나는 너와 함께여서 그 시간 1분 1초마다 행복을 느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 그런데 너는 아니였나보구나. 나도 모르게 혼자 착각해버렸네-
"돌아가자. 처음으로. 너도, 나도."
그 때가 기억이 났다. 너의 손을 잡고 자박자박 걸을때마다 도화지만큼이나 새하얀 눈이 발 위로 쌓여가던 그 즈음. 그 때 너와 난 마주보고 한참을 웃었더라지? 나도 돌아가고싶다. 그 때로. 처음말고, 그 때로. 행복했던 때로. 다시 한 번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이러다 나 울보되는거 아닐지 몰라.
"잘 지내. 그리고, 행복하고."
빨간 털모자가 눈에 들어왔다. 작년 겨울에 내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준건데, 아직도 쓰고다니네. 그런데 왜 하필 이런 순간에- 다를 때, 더 예뻤을 때 써주지. 그러면 내가 가져갈 기억의 조각들이 더 많아지잖아. 나중에 후회하고 괜한 바람 하지 않게 지금 많이 남겨줘. 빨개진 그의 손이 보인다. 작년 이 맘때는 내가 그 고운 손에 입김을 호호 불어주었었더라지. 어정쩡 멈춰있는 너와 나. 어색하다. 왠지 모를 이질감이 느껴졌다.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해둘게. 나중에 더 아프지 않게. 다니엘. 너도 행복해. 행복해야돼- 나같은 놈 만나서 그 동안 고생 많았다. 이제는 정말 행복해야돼. 미안해, 다니엘. 내가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눈물이 한 번 더 흘렀다. 이내 톡-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눈물이 꼭 그 아이인것만 같아 슬펐다. 다시 주워담긴 힘들테니까.
"안녕."
Still I Miss You. 들리지 않을 메아리가 마음 속에서 요동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