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린 - 고마워요 나의 그대여
- ...여보세요...
역시나 너는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 자고 있었어? "
- ....자기야...오늘도 나 2시간 밖에 못잤어...
" 아, 미안. 끊을게. 더 자. "
끊고서 후회했다. 전화하지 말걸.
내 전화 때문에 다시 잠 못 이루고 있을 너의 모습을 생각하니 너무 미안해. 하루 종일 연습만 하다 지쳐 쓰러져 겨우 잠들었을 텐데.
" ..... "
침대에 가만히 누워 예전의 너의 모습을 떠올린다.
지금처럼 늦은 새벽에 전화할 때도 신호음이 채 한번 울리기 전에 바로 받아주던 너,
무슨 일이냐며 어디 아프냐며 전화기 밖으로 너의 목소리가 새어 나갈 만큼 큰소리로 걱정해주던 너의 모습을.
그 때와 다른 너의 태도가 하나도 서운하지 않다. 아니, 서운해 하지 말아야 한다. 늘 그래왔듯이 이런 너를 내가 이해해줘야 하니까.
어느 오디션 프로그램의 슬로건처럼 기적을 노래하는 가수가 되겠다고 장난칠 때부터
잘나가는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 되어 7년 넘게 데뷔를 기다리고 있는 지금까지 나는 그런 너와 함께 있다.
하지만 이제 서로 지쳐가나 보다.
아무리 바빠도 전화라도 자주했던 우리였는데, 이젠 이틀에 한 번 연락할까 말까 한 사이가 되었다.
이렇게 패턴이 바뀌기 시작했을 때 우린 자주 싸웠고, 헤어졌다 만났다를 여러번 반복했다.
이런 반복이 지겨워 우리는 서로의 일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연락을 자주 안해도 바쁜가보다, 만나지 않아도 잘 살고 있겠지 정도만 생각하도록.
그런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니가 보고 싶고 안고 싶은지 모르겠다.
잘 자, 준면아.
-
' 잘 다녀와. 오늘도 사랑해. '
"휴.."
홀드를 걸어놓은 까만화면을 들여다봤다. 자주 떨어뜨려 휴대폰 이곳저곳이 깨져있고 액정에도 기스가 생겼다.
까만화면 속 비치는 내 얼굴을 보니 휴대폰에 생긴 상처가 꼭 내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보기 싫어 얼른 주머니에 넣는다.
오늘도 넌 내 카톡을 읽고 답장하지 않겠지.
항상 내가 먼저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게 당연하다 생각해왔다.
나는 내가 가고싶었던 반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준면이는 언제 데뷔할지도 모르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하루하루 불안해하며 살고 있으니까.
같이 연습해왔던 친구들이 먼저 데뷔하면 준면이는 그들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격려해주었지만,
그때마다 나에게 와서 불안하다고, 그만하고 싶다고 얘기하곤 했다.
내가 매일 저렇게 카톡을 보낼때마다 사랑한다는 말 뒤에 오늘은 좋은 소식 있었으면 좋겠다고 썼다가 지운다.
준면이가 하루 빨리 지루하고 긴 여정을 끝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쓴거지만,
한편으론 준면이가 저 말 조차 부담스러워 할까봐. 나까지 준면이에게 짐이되고 싶진 않았다.
' 지잉- '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진동이 울렸다. 오늘도 지각이냐며 빨리 오라는 은미의 연락같아서 급하게 카톡을 확인했다.
' 너도 잘 다녀와. '
다시 한번 보낸 사람이 누군지 확인했다. 준면이였다.
생각지도 못한 카톡에 나는 답장을 할까 말까 하다 새삼스럽게 무슨 답장이야 생각하며 홀드를 걸으려는 순간,
' 나도 사랑해. '
' 그리고 이따 저녁에 밥먹자. 전화할게. '
뭔가 몽우리진게 올라올 것만 같아서 침을 한 번 삼켜 꾹꾹 눌렀다. 그 어떤 애정표현 보다 저 한마디가 너무 고마웠고, 준면이가 너무 보고싶었다.
-
" OO아, 여기야."
오랜만에 본 너는 많이 야위어있었고, 피부도 거칠어져 있었다.
자기 몸 하나 제대로 관리 못했냐며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 보다 안아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서 그냥 와락 안아버렸고,
그런 나를 너도 아무말 없이 꼭 안아주었다.
많이 자책했다. 내 자신을.
변해버린 말투 때문에 상처 받아 혼자 울기도 하고 서운해하기도 하면서 이제는 정리해야겠다고,
준면이도 나도 서로 많이 지쳐서 서로를 놓아주는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하며 준면이 모르게 이별을 준비해왔던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바보같았다.
준면이는 그 시간 동안에 나를 더 힘들게 하기 싫어서 열심히 노래했겠지.
물론, 이건 내 생각이지만 오랜만에 본 준면이의 모습이, 이렇게 마주앉아 저녁을 함께 하고있는 시간이 그 노력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 보랏빛의 하늘 해질녘 어느 오후 오랜만이란 짧은 인사 어색할 틈 없이 잔 부딪히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지.
그간의 일들은 들어 알고 있어. 맘이 많이 상했었나 보구나. 표정도 말투도 예전 같지 않아. 그저 힘이 되고 싶었어. '
-
" 맛있어? 더 맛있는 거 먹고 싶었는데, 뭘 먹어야 할지 딱히 생각 안나길래. "
" 여기 너 오디션 합격한 날 왔던 식당이잖아. 그때나 지금이나 맛있는 건 똑같네. "
" 기억하고 있었네. 그래서 말인데, OO아. "
너는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한동안 입술을 달싹이며 뭘 말하기를 망설였다. 갑자기 또 뭔지모르게 불안했다.
이번에도 같이 연습했던 동료가 데뷔를 했나, 이젠 정말 노래를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려는 걸까.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맞다면, 난 또 어떻게 얘기해줘야 할까. 사실 겁이 났다. 포기한다고 할까봐.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다시 마음을 가라앉힌다.
나도 같이 숟가락을 내려놓고 준면이가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서로 말 없이 한참을 있었을 그 때, 준면이가 숨을 한번 들이키고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 나, 데뷔 날짜 나왔어. "
준면이는 두 눈에 굵은 눈물방울을 얹고 애써 우는 모습 보이지 않으려 웃으며 얘기하다, 고개를 들고 눈물을 삼킨다.
지금까지 먹었던 게 얹히는 기분이라 애꿎은 물만 계속 들이키다 사레가 들려서 한참을 켁켁댔다.
정말 수고했다고, 이제 걱정안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멍 때리다가 준면이를 쳐다봤는데, 고개를 숙인 그의 작은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그러다 이내 눈물을 뚝뚝 떨어뜨린다. 나도 끝내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냥 말없이 준면이 얼굴을 붙들고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쓱쓱 닦아 주었다.
얼마나 말하고 싶었을까. 말하고 싶어도 선뜻 말하지 못해서 얼마나 답답했을까. 수고했어, 준면아. 나는 속으로 말하고 또 말했다. 이 말이 준면이에게 들리길 바라면서.
" 그 동안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내 힘든 시간, 같이 견뎌줘서, 고마워 정말. 그리고 이제 잘할게.
지금보다 우리가 만날 시간이 적어져도 매일 널 생각할게. 그냥 고맙다는 말 밖에 못 하겠다. 고마워, OO아.
이번에도 엎어지면 나 정말 포기하려 했어. 근데 오늘 아침에 니가 보낸 카톡, 매일 똑같은 내용이지만 오늘따라 그 카톡 보니까 힘이 나더라.
매일같이 너는 나를 생각해주는데, 여기서 포기하면 지금까지 내가 노력한 시간보다 니가 나와 함께 해준 그 시간들이 다 의미없는 것이 되버리는 게 너무 싫었어.
이제 나 열심히해서 내가 7년 전에 장난처럼 말했던 그 다짐, 꼭 이룰거야. 그래서 지금보다 더 자랑스러운 남자친구 될게. 사랑해 OO아. "
' 말하지 않아도 나는 알고 있어. 내게 주는 진짜 마음을. 고마워요, 나의 그대여. '
그냥 볼 거 없는 솜씨로 끄적끄적 쓴 글인데 용기 내어! 글잡에!!! 는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 글 일수도 있습니다. (단호)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하나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T^T)하하;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EXO/준면] 고마워요, 나의 그대여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b/9/2b961569766dbbf85ee0e9c7f4bbd747.jpg)
![[EXO/준면] 고마워요, 나의 그대여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e/b/5/eb5e2495ed2d392c2bd2d22167d6e294.jpg)
![[EXO/준면] 고마워요, 나의 그대여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d/1/7/d1747ede0ad714e5be49bb017593c6de.jpg)
선미 댄서 차현승 백혈병 투병 근황..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