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백현/디오] 열여덟, 사춘기 (에필로그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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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고백
어김없이 태양은 밝아왔다.
분주히 움직이는 아침 속, 수많은 소년들은 등교할 채비에 눈 코 뜰새없이 바쁜 준비를 마치고, 현관을 나선다.
상쾌한 아침공기를 마시기도 전에 급히 떠나려는 버스를 타자, 안도의 한숨을 쉰다.
아직 마르지 않은 듯, 약간의 물기있는 머리를 털며 소년은 때마침 빈 자리에 앉아 창밖을 내다 보았다.
쯧쯧- 세상 참 말세야- 어린애한테 무슨짓을 한거야 대체-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한 중년남성의 말에 무심결에 그쪽으로 돌아보았다.
그가 들고있던 신문속엔 '11세 남아, 40대 남성에게 성폭행 피해' 라는 큰 헤드라인이 찍혀있었다.
소년은 신문을 가만히 들여보다 다시금 창문을 바라보았다. 정말 못된 사람들이야-
세상엔 참 무서운 일들이 많은 듯했다. 그 아이의 부모는 어떤 심정일까. 정말 죽고싶을거야-
많은 사람들에 치여 하마터면 내리지 못할뻔 했다. 겨우겨우 비어있는 틈으로 급하게 빠져나와 서둘러 땅에 발을 딛는다.
"날씨 진짜 덥네, 아이고"
지각을 하지 않으려면 빨리 저 교문을 통과해야만 했다. 죽기살기로 뛰는 경수의 얼굴에는 미미한 웃음이 피어났다.
어제 저녁, 백현이와 함께한 시간은 절대 잊지 못하리라.
오랫동안 고민했던 자신의 마음을 받아준것만 같아 부끄럽기만 한 경수는 괜시리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뭐라고 말하지- 그냥 인사만 해볼까-
괜시리 떨리는 마음에 잡고있던 가방끈을 더욱 꽉 잡던 경수는 후- 하고 숨을 깊게 내쉰 후, 계단을 오르는 걸음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계단을 오르면 바로 니가 있을것만 같고, 그러면 뭐라고 말을 건내야 할지 몰랐다.
"경수야"
"아 형! 안녕하세요!"
"어...그래.."
"네...형 무슨 일이세요?"
"아... 저기..."
"네!"
"백현...이가 너랑 같은반 이던가?"
"아뇨! 옆반이예요!"
"아... 그래?"
같은 부서의 선배이자, 항상 백현이와 나를 잘 챙겨주었던 선배가 평소 활달한 모습과는 달리 오늘 따라 조심스러운 모습에 경수는
무슨일인가, 싶었다. 선배는 나에게 정말 모르냐는 듯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다. 경수야-
곰곰히 생각하던 경수는 천천히 선배의 등뒤에 있던 손으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선배의 손엔 하얀 국화꽃이 들려있었다. 꼭 백현이 너같은 꽃이.
서둘러 너의 반으로 올라갔다.
지금 내가 제정신인지 모를정도로 미친듯이 백현의 자리로 달려갔다. 국화꽃들이 책상위에 올려져있었다. 몇몇의 아이들은 수군거렸고,
몇몇 아이들은 창밖을 내다보며 무심히 앉아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백현아-
교통사고란다.
어제 새벽, 트럭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는게 거짓말이겠거니 했다. 왜 내가 널 그냥 보냈을까 백현아. 유독 그날따라 일찍가려고 했던 너의 모습이
눈에서 선한데, 왜 그렇게 더 일찍 가버린거니. 이상하게 서둘러 가려던 널 잡았어야했는데, 내가 죽일놈이다 백현아, 백현아, 사랑해. 백현아 가지마 제발.
비어있는 의자가 너무 미웠다.
저기에 백현이가 앉아있어야만 했다. 이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아냐, 백현인 나처럼 지각을 할뻔한거야. 아니 지각을 해서
지금 늦게 오고있는걸꺼야. 백현이는 아침잠이 많으니까. 그래. 그런걸꺼야.
멍해진 머리속에 지금 앞에 무슨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윙윙거리는 소리만 들릴뿐, 주위가 잘 들리진 않았지만
한 아이의 고함은 들을 수 있었다.
"씨발!!!!!!!!!!!!!!!!"
"......"
"씨발... 개새끼들아 누가죽어!!!!!!!!!!"
"......"
"누가.. 왜....헛소리좀 하지마..."
"......."
"죽긴 누가죽어 왜!!!!!!!!!!"
종인은 들고있던 연고가 든 봉지를 떨어뜨렸다.
무심히 이어폰을 꽂고 책을 보던 아이도, 이게 무슨 광경인지 놀란 눈으로 쳐다 보는 아이도, 종인을 진정시키려는 아이들도
그의 모습에 일순간 모든 행동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종인은 울고있었다. 한 아이의 자리에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이거 다 치워 씨발놈들아!!!!!!!"
"종인아.."
"씨발 개새끼들, 하윽...누가 죽었다고 이딴 꽃들을 가져와!!!!!"
"......"
"백현이랑 어제까지 같이 있었다고 씨발...."
"......"
"근데 뭐...? 으흑... 뭐가 차에 치여!!!! 뭐가!!!!!"
"......."
"그 씨발 개새끼는 왜 항상 날 이렇게 만드냐고!!!!!"
적막이 흐르는 교실에는 단 세명의 소년들이 존재 했다. 같은 사랑이지만 누군가는 부드럽게, 누군가는 강하게 표현했고, 때론
아프게 했다. 아프게한 주체가 누구인가는 상관없었다. 결국 상처를 받은 소년은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종인의 눈물은 그의 뺨을 지나 턱에 하나 둘씩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곤 한 발짝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어지럽게 흐트러진 국화꽃을 하나 들고선 무릎을 꿇었다. 차마 고개를 올리지 못했다.
고개를 올리면 백현이 니가 날 쳐다 보고있을것만 같았다.
그리곤 나에게 애써 말을 걸것만 같았다.
괜찮아 종인아-
고개를 더 깊숙히 숙였다. 너무 미안해 백현아. 널 아프게만 했어. 내 못난 자신이 너무 싫어-
다 널 사랑했을뿐야-
들리지도 않을 변명을 몇번이고 되내어 소리쳤다. 하나 둘 흐르던 눈물이 국화꽃 한송이에 떨어졌다.
국화꽃의 꽃잎은 너무나 하얗고 얇았다. 혼자서 꽃을 피울 수 있었을까 할 정도로 약했지만 아름다웠다.
쌓여져 가는 꽃들아래서 난 하염없이 중얼거렸다. 미안해, 내가 미안해. 너한테 멋지게 고백도 못했고, 맛있는것도 못사줬고,
이 연고들도 못줬는데, 백현아. 왜 간거야 왜. 내가 그날 널 죽음으로 몰정도로 아프게 했었구나.
돌아오지 못할거란걸 알지만
지금 당장 니가 너무 보고싶다 백현아.
보건실로 미친듯이 뛰어갔다.
그 곳에서 난 너에게 내 마음을 전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널 아프게 하기만 했을 뿐, 멍청한 입은 내 마음을 조금도 전하지
못했다. 그때 처럼 노크를 했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니가 안에서 말하는 것만 같았다. 아니 정말 너의 목소리가 들린것 같아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하지만, 허공에 도는 말소리들이 침대 위를 배회할 뿐이였다.
백현아- 나왔어-
연고들을 침대위에 올려놓았다. 널 아프게 해 놓고선 구차하게 아프지 말라며 사온 연고들은 날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침대에 앉아 위 쪽에 놓여진 베개를 바라보았다. 저기에 꼭 너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있을것만 같아.
새근새근 자는 모습이 눈 앞에 아른 거렸다. 다신 아프게 안할 자신 있는데 백현아-
소년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인근 병원에서 학교 측으로 연락이 왔다고했다.
변백현 학생의 보호자 중 어머니는 사망, 아버지는 행방을 알 수 없어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백현이네 반 담임선생님이 무거운 표정을 한 채 경수에게 다가오셨다. 잠시 얘기좀 하자-
이미 흘릴대로 흘린눈물이라 더 이상 흐르지 못할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백현'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널 그냥 보낸 벌이라면 달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알다시피 백현이 유품을 정리해야하는데, 보호자 될분이 안계셔서 대신 해줄 친구를 찾고있어"
"....."
"힘든건 알지만, 너랑 같은 부서이기도 하고, 꽤 친했다고들 하더라"
"....."
"애들말로는 우리반에서 종인이랑 친했다고 하는데, 종인이가 오늘 백현이 때문인지, 도저히 상태가 안좋아서 말하질 못했어"
"....."
"백현이네 집 주소 적어줄테니까 갔다 와줄 수 있겠니?"
".....네"
종이에 적힌 주소를 보자, 우리집과 너무나 가까운 거리였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살면서 너에게 하나 힘 조차 되어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또 바보같이 고개를 숙였다. 종이의 글자가 눈물에 번져 하나 둘 퍼져나갔다.
백현아 기다려, 갈게.
집으로 돌아와서도 하루종일 멍하니 천장을 응시했다. 늦은 새벽, 그 거리를 건넜을 백현을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저려왔다.
밥도 들어가지 않고 잠도 오지 않았다. 결국 낡이 밝았고 몽롱한 눈빛을 지닌채 방에서 나왔다. 빨리 그의 집을 가야했다.
온전치 못한 아들의 상태에 경수의 아버지는 심히 걱정했다. 평소 올바르고 모난 구석 하나 없는 아들이 어제와 오늘,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었다. 딱딱하기만 했던 부자사이라, 진솔한 얘기 한번 해보지 못했던
아버지는 이번에는 안되겠다 싶어, 경수의 어깨를 감쌌다.
"경수야"
"......"
"경수야"
"아...네"
"어디..가니?"
"네..친구..네... 집이요"
"그래... 근데 요새 무슨일 있니?"
"아뇨... 없어요.."
"어제 울기도 하던데... 공부가 잘 안되니?"
"......."
"경수야.. 무슨ㅇ..."
"친구가 죽었어요"
"...뭐?"
"교통사고래요. 어제 새벽에 죽었어요"
"이런... 그랬구나... 진작에 말을하지...."
"......."
"경수랑 많이 친한 친구였니?"
"네... 같은 반이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그래...너무 안타깝구나.. 그 친구 이름이 뭐니?"
"백현이요.. 변백현"
".....뭐라고..했니?"
"백현이요...엄마도 돌아가셨고, 아빠도 어디계신지 모른데요.... 너무 착한데... 너무 불쌍해요"
순간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잘못 들은것이라고 하고싶었다. 변백현. 이 세글자가 뇌리에 박혔다.
경수의 아버지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는 다시금 아이의 이름을 상기시켰다.
변백현. 변백현.
하얗고 예뻤던 그 아이가 정말 맞는걸까. 내가 사랑했던 여자의 유일한 피붙이. 그 피붙이가 정말 세상을 떠난것일까.
엄청난 충격에머리가 하얘졌다. 벌써 니가 경수 나이만큼 컸구나. 넌 어렸을 때도 참 예뻤단다 백현아.
너희 엄마가 너를 데려가려나보다.
백현의 집은 작고 허름했다. 열여덟살의 소년들에겐 좁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였지만, 백현은 하루하루를 이곳에서
보냈다. 차마 떨어지지않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곳에서 니가 숨을 쉬고, 잠을 자고, 살아있었다고 생각하니 또 서글픈 생각에
허공을 바라보았다. 꼭 백현이가 저 이불속에서 나와 말을 걸것만 같았다.
경수야 왔어?-
사고를 당하기전, 무언가를 급하게 찾은 듯, 작은 상자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었다. 일단 백현의 소지품 들을 간단히 챙겼다. 집안의
물건이 그리 많지 않아서 인지 금방 집정리도 끝났고 유품을 챙기는 일도 거의 끝나갔다. 그 순간 작은 상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안엔 무엇이 있을까.
조심스레 열어보자 그 안엔 앨범들과 많은 사진들이 있었다. 꼭 백현이를 닮은 귀여운 곰돌이 앨범이 제일 눈에 띄었다.
한 장, 한 장 넘길때 마다 가슴이 울렁거렸다. 백현아, 니가 이랬었구나. 너무 사랑스러워. 울지않을거라 다짐 했는데,
결국 백현의 웃는 사진에 아이러니하게 난 울고 말았다. 재빨리 앨범을 닫고 상자들과 정리한 물품들을 챙겨 현관을 나섰다.
백현아, 너무 보고싶다. 편히 쉬어.
6개월 후-
쌀쌀한 기운이 소년들의 옷깃 속을 파고 들었다. 2학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
아이들은 왁자지껄 끝이자, 새로운 시작을 준비 하고있었다. 이제 너희가 진짜 고3이다-
선생님의 엄한 표정과는 달리 아이들은 장난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다가도 금세 풀이 죽어 서로를 다독이곤 했다.
백현이가 학교를 안나온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겠지, 그러겠지 했지만, 지금 이 순간 까지도
내 마음엔 너란 존재가 요동치고 있었다. 백현아, 거기 안추워? 괜찮아?
다들 헤어지는게 아쉽다며 사진 한장 정도는 남겨야 한다고 했다. 이런거 잘 못하는데-
종인은 못 미더운척 친구들 사이에자리를 잡았다.
하나 둘 셋-!
아이들 모두 시원하기도 했지만 은근히 섭섭함을 많이 느꼈는지, 방학식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교실을 떠나지 못했다.
참 이번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널 너무 아프게 했지. 백현아.
"저기"
누군가의 인기척에 적잖이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도경수, 너구나. 어색한 기류에 누구하나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참 너와도 무슨 인연일까-
혼자 생각하다 다시금 경수의 행동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교복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거.."
"....뭐냐?"
"이거 백현이 물품정리하다가 발견한거야"
"....."
"인화까지 해서 잘 간직하고 있더라"
"....이걸...어떻게.."
"널 정말 좋아했나봐, 백현이가"
경수가 건네고 간 것은 바로 종인의 사진이였다.
언제 찍었는지 사진속에는 내가 학교벤치에 앉아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어떤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난 니가 날 무서워 할 줄만 알았어. 난 맨날 널 괴롭혔으니까, 증오하고 미워할 줄만 알았는데,
나 같은 놈이 뭐가 좋다고. 넌 날 몇번이고 미치게 하는구나 백현아.
사진은 빛이 바랬지만, 열여덟의 사랑은 빛이 바래지 않았었다.
왁자지껄한 교실을 빠져나와 종인은 학교 창고로 내려가 한 쪽 구석에 치워져 있는 백현의 책상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준비한 꽃들과 평소 백현이 좋아하던 사탕을 한 아름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어제 밤을 새워 쓴 편지를 주머니에서 꺼내 덜덜 떨리는 손으로 펴기 시작했다. 너 주려고 쓴거야 백현아- 자 여기, 읽고가.
2학년 생활하느라 수고했어- 삐뚤빼뚤한 글씨가 오밀조밀
편지지에 담겨있었다. 몇번을 지웠다 쓴건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슨 말을 해야 너에게 내 진심이 통할지 몇백번도 넘게 고민을 했다.
종인은 또 다시 눈이 붉어져왔다. 죄책감은 가시질 않았다.
열여덟의 우리는 너무나도 강렬했지만, 슬펐다.
곧 열여덟이 끝나고, 열아홉이 되고 또 스무살이 되겠지만,
너 없는 나는 내가 아니다.
소년들의 열여덟 사춘기는
아름다웠다.
:D 안녕하세요!!! 에이드입니다!!!! 드디어 열여덟, 사춘기가 막을 내렸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이번에 열여덟 사춘기를 쓰면서 굉장히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아서 너무 행복했어요ㅠㅠㅠㅠㅠ
항상 부족한 글이지만 많이 응원해주신 독자분들께 너무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정말 댓글 하나하나 다 읽어보면서 정말 과분하게 사랑을 주셔서 매번 감사드려요 ㅠㅠㅠㅠ
이번 에필로그는 백현이의 죽음 이후에 이야기들이 담겨져있는데요!
표현방식만 달랐지 정말 종인이와 경수둘다 백현이를 너무 사랑했는데 참 제가 쓰고도 안타깝네요ㅠㅠㅠㅠㅠㅠ
이제 또 다른 좋은 작품들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정말 다시한번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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