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DAY
w.너는태양
“…죽고 싶지?”
이제 간신히 10일이 돼가는 여자 친구와 풋풋한 데이트를 즐기던 찰나, 휴대폰으로 강대성의 SOS 문자가 한 통 날라 왔었다. 옆 학교 애들이 예전에 맞은 거에 대한 보답으로 최승현 잡고 족치고 있다고. 다시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문자였는데도 불구하고 그 문자를 본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돼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덕분에 그 문자 한 통에 ‘지금 가면 헤어질 거야!’라고 소리치는, 내 완벽한 이상형이었던 여자 친구를 길 한복판에 남겨둔 체 문자에 적힌 장소로 미친 듯이 뛰어갔다.
하지만 겨우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건 잔뜩 긴장한 강대성과 날 발견하고 미친 듯이 웃는 최승현뿐, 강대성이 말한 '옆 학교 애들'은 커녕 개새끼 한 마리도 보이질 않았다.
뭐가 그리 웃긴지 실실 쪼개고 있는 최승현을 노려보며 경고의 목적으로 죽고 싶냐 묻자, 그 잘난 얼굴로 보기좋게 웃으며 ‘화나셨어? 인상 좀 펴. 주름 생긴다?’라고 대답하는 게 아닌가. 최승현과는 도무지 말이 통하질 않을 것 같아서 그 옆에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강대성을 노려보자 눈을 피하는 꼴이 아무래도 확실히 둘이 짜고 친 모양이었다. 내가 강대성을 노려보고 있다는 걸 눈치 챘는지 최승현이 웃음기 잔뜩 섞인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강대성이 무슨 죄야. 속은 놈이 병신이지.'
하나님, 앞으로 동영배랑 손잡고 교회 꼬박꼬박 갈게요. 제발 이 새끼 죽이고 완전범죄 성공하게 해주세요.
“진짜 한번만 더 이런 장난치면 죽는다, 응?”
“네 여자 친구는 어쩌고 오셨냐.”
저 싸가지없는 최승현은 내가 묻는 말엔 대답도 안하고 오히려 지가 물어온다. 어쩌고 오긴 차이고 왔다. 네 덕분에 여자 친구랑 깨진 횟수만 벌써 3번째라고. 양심의 가책이란 걸 좀 느껴봐라. 최승현의 질문에 내가 허탈하게 웃으며 차이고 오셨다고 말하자 최승현은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어 말했다. 지도 꼴에 양심이 남아있다고 위로라도 하려나 싶었는데 돌아오는 말은 ‘잘됐네.’ 뿐이었다.
이 뻔뻔한 새끼. 내가 앞으로 너한테 아는 체하나 봐라!
“야, 권지용”
“말 걸지 마 새끼야!”
“그런 걸로 삐지냐. 소심한 새끼”
어머니, 저 아기강아지는 얼굴에 철판을 다섯 겹은 깔았나봅니다. 네놈 덕에 차인 여자애가 어떤앤줄 알아? 응? 내가 그 애랑 소개팅 하려고 몇 날 몇 칠을 동영배에게 매달렸는지 아냐고! 진짜 그런 애 찾기 힘들단 말이다!
저 앞집 똥개만도 못한 녀석을 죽일 지 말 지 진심으로 고민하는 나와, 그런 나를 달래는(말이 달래는 거지 옆에서 스트레스를 쫙쫙 올려대고 있다) 최승현을 번갈아 본 강대성이 아직도 죄지은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걔가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
“…못봤냐. 완전 아기처럼 생겨서 생긴 것도 귀여운데 애교도 잘 부리는데다가 성격도 완전 순수 그 자체라니까. 생각해봐라 니들 어디 가서 그런 여자 만날 수 있겠냐?”
내가 거의 랩에 가까울 정도로 장점을 줄줄 읊고 한숨을 쉬며 말을 끝내자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동영배가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근데 걔도 좀 이상해. 네가 걔한테 해준 게 얼만데 잠깐 친구 좀 보러 가겠다는 걸 못 가게 말리는 거 보면 잘 깨진 거야. 형이 더 예쁜 여자 소개 시켜 줄 테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마라.”
“그래,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여잔데. 너무 연연하지 말고. 응?”
더 예쁜 여자를 소개시켜준다는 동영배의 말에 내가 여자 친구에게 허무하게 차였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감격하고 말았다. 알아서 나를 동정해주는데 내가 일부러 그 동정의 손길을 피할 필요는 없지. 그렇게 우리가 새삼 소개팅으로 인해 짙어진 우정을 확인하고 있는 찰나 최승현이 나랑 동영배를 떼어내는 게 아닌가. 그것도 새카만 웃음을 짓고서.
“여자 소개시켜준다는 말에 바로 얼굴에 화색 도는 거 봐. 이게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는 새끼 표정이냐. 이런 놈한테 괜히 여자 소개시켜줬다간 나중에 동영배 너까지 개새끼 취급 받는다?”
“시발, 최승현 진짜 뒤져! 이번 주부터 교회 가서 너 죽여 달라고 기도 할 거다!”
“이번 주에 우리 아빠 온다. 집에서 얌전히 밥이나 지어.”
“밥? 권지용, 너 이젠 밥도 하냐?”
웃음기를 잔뜩 머금은 강대성이 어느새 죄책감이란 단어를 멀리 날려 보내고 날 놀리기 시작한다. 이건 잘못된 고정관념이야. 왜 여자만 요리를 하는데! 라고 스스로 합리화 해봐도 이미 내 얼굴은 붉어졌을 게 분명했다. 동영배는 나를 보며 불쌍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고 강대성은 바닥에 엎드린 채 미친 듯이 폭소했다.
최승현, 이 개새끼야! 목구멍 위까지 쏟아져 나오는 외침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고 붉어진 얼굴만 가라앉혔다. 내가 여기서 울컥해서 소리를 지르면 저 놈들은 더 놀릴 터고 그럼 나는 지는 거야. 참아라. 권지용, 참을 수 있어.
“야, 그만 웃어. 저 새끼 삐지면 밥 안 해줘”
“최승현, 이 시발새끼야!!”
결국 나는 최승현의 마지막 한마디에 폭발했고 이젠 아주 죽을 듯이 웃는 강대성을 발로 한 대 격하게 걷어차고선 교실에서 빠져나왔다. 이러다가 혈압 높아져서 죽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쪽팔린다. 거짓말 안하고, 나 진짜 쪽팔려서 죽을 거 같아. 최승현 저 새끼는 악마가 틀림없다.
하나님 제가 저 녀석이랑 엉키고 난 이후로 되는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제발 저를 악마의 손아귀에서 구원해주시옵소서. …는 무슨. 내가 봐도 이러고 사는 내 신세가 처량해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SOMEDAY 01
일요일에 2편 나옵니다ㅎ
분량조절 실패로 어중간한데서 끊기고... 중간에 파일이 하늘위로 비상하셔서 급하게 적어내느라 흐름도 뭔가 이상해졌네요 ㅠㅠㅠㅠ
양해부탁드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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