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태현 게이설 * 인터넷에서 이미지만 뒤적이며 관음하던 소속사 건물이 떡하니 눈앞에 있었다. 몇개월 간 기른 앞머리가 눈을 자꾸만 덮는 바람에 계속해서 쓸어 넘겨줘야 했다. 하지만 태현은 가오에 살고 간지에 죽는 남자였다. 바지에 손을 꼽아넣고, 고갯짓을 몇 번 하면서 손대지 않고 앞머리를 넘기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 날은 최종 오디션을 보는 날로, 연습실에 설치된 카메라 앞에서 준비해 온 곡,퍼포먼스 등을 선보이는 날이었다. 연습실로 가는 복도를 걸어가면서 태현은 좌우로 보이는 다른 참가자들을 보며, 자신한테는 비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때의 태현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감이 높았고 여기저기서 지겨울 정도로 칭찬을 들어온 탓에 자만심이 하늘을 찔렀다. * 문 앞에서 나눠주는 순번표를 받아든 태현은 앞에 즐비하게 앉아있는 참가자들을 지나쳐 빈 공간에 자리잡고 쪼그려 앉았다. 옷매무새를 정돈하면서 제가 부를 노래가사를 다시 한 번 웅얼거리듯 불러보았다. "큼큼, 아 워ㅅ 시ㅌ잉 언 더 바ㄹ.. " " ..예술가들은 이궤 뭔즤 알괬즤!! " " ..음..유윌 거너 ㅍ, " " 힙 언더 핏! 암 거너 마더!퍼ㅋ!! " " .... " 무슨 노이즈 마케팅이야? 지 혼자 오디션 보냐고. 복도를 꽉 채울 정도의 성량으로 랩핑을 하길래 두리번거리며 누구인지 찾아봤더니 제 건너편에서 까만 후드집업을 입고 스웨깅하는 남자였다. 목소리만 듣고 우락부락한 생김새를 상상했는데, 의외로 호리호리한 실루엣에 태현이 관심이 생긴듯 남자를 보았다. 가슴팍에 단 순번표에는 '249'라고 적혀있었다. " 249?..내가..249인데? " 기억을 더듬어보니, 분명 관계자에게 받았던 순번표에는 '249'가 떡하니 적혀있던 기억이 났다. 이상함을 깨닫고 태현이 제 가슴팍을 더듬어보자 아무것도 없는 자리가 휑하니 비어있었다. 헐..? 뭔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태현은, 내키지 않는 몸을 일으켜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 스웩- 스웩- 머리 어깨.. " " ..저기요 " " 무르..예? " " 순번표 그쪽 거 맞으세요? " " 당연하죠! " " 아니, 그럴리가 없는데.. " 다짜고짜 멱살잡고 순번표 내놓으라고 흔들수도 없는 노릇이고, 답답한 마음에 태현이 머리를 헝클며 한숨을 푹 쉬는 것을,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았다. 아니, 그러니까. 제가 249번을 받았거든요? 근데 그게 없지 말입니다. 아, 게다가. 그게 그쪽한테, " 손에 있는건 뭔데요? " " 있는..네? 뭐가.. " 아하하? 남자의 말에 태현이 제 손으로 시선을 돌리자 보이는것은 '249'가 적힌 순번표였다. 민망함에 얼굴이 붉어진 태현은 당황한 듯 뒷머리를 쓸어넘겼다. " 아,악보인 줄 알았네요..죄송합니다 " " 뭐 그럴수도 있죠. 그나저나, 아가씨 몇살? " " 네? 저 여자.." " 249번 들어오세요 " " 예! 가죠,우리 " " 네.. "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고 말하려는 찰나에 호명된 번호를 듣고 제 팔을 잡아끄는 손길에 태현이 덩달아 일어났다. 열린 문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태현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