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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총믿고천국 전체글ll조회 1119


 

 
아이돌 그룹의 끝이 그렇듯, 영원히 하나일것 같던 우리도 결국엔 끝이 나버렸다.
이미 sm과의 계약이 끝난 마당에서 다른 소속사에 비해 큰 메리트가 없는 이 곳을 계속 지키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맴버 탈퇴, 그룹 해체.
다른 그룹의 이야기일것만 같았던 일들이 천천히 우리내에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데뷔차 2년이 되었을때 떠나버렸던 우이판.
그리고 4년 뒤, 계약이 만료되자 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 루한과 세훈.
한국보다 훨씬 더 큰 중국시장에서는 그들을 원하고 있었고 거액의 돈을 얹어주며 그들을 유혹했을 터였다.
신인 아이돌은 계속해서 끊임없이 데뷔하고 오래된 아이돌은 뒤로, 저 멀리로 밀려나버린다.
그런 그룹을 끝까지 잡고있을 필요가 없다는걸 내가 더 잘 알면서도 떠나버린 루한과 세훈이 미웠다. 아주 많이.

스물아홉, 군대를 가기에는 한참 늦은 나이에 나는 루한과 세훈이 탈퇴를 하자마자, 준면이와 함께 군대에 들어갔다.
다섯명이 나가버린 상태에서도 엑소는 여전히 방송활동을 했다.
군대에 들어가있는동안 루한과 세훈이의 탈퇴, 나와 준면이의 입대이야기는 곧 사그라들고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갔다.
실시간검색어 오르며 인기의 정점을 찍었던 나는 점점 내려가게 되었고 아주 일부의 팬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이미 새롭게 나온 싱싱한 아이돌을 찾아 떠나간지 오래였다.
두번 다시 오지 않을 정점에서의 급하락은 나를 우울하게끔 만들었다.
그것이 싫어서 일부러 군대로 도피를 해온걸지도 몰랐다.
준면이와 둘이 있을때면 서로 일부러는 아니였지만 옛날 이야기, 특히 세훈이와 루한이의 이야기는 하지 않게 되었다.
예능감을 살려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백현이와 종대의 칭찬, 한국어가 많이 늘은 타오의 칭찬, 심지어 오래전 엑소를 떠난 크리스 얘기는 꺼내도 우린 둘의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루한은 내 아픈 손가락이였고 세훈이는 준면이의 아픈 손가락이였다.
K의 맏이와 막내로서 세훈이는 준면이를 거의 친형처럼 따랐고 준면이도 세훈이를 가족처럼 챙겨주었었다.
무슨 고민이던 준면이에게 미주알 고주알, 심지어는 한때 나를 좋아했던 이야기도 준면이에게만 털어놓았던 세훈이 이기에 말없이 떠난 세훈이에 대한 준면이의 상처는 꽤나 커보였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어떠한가.

사귄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루한과 나는 데뷔전부터 그날때까지 늘 붙어다녔었다.
그 전날에도 같이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을 정도였으니 모두가 인정할만한 지독한 우정이였다.
처음 그 소식을 뉴스로 접했을 때, 동생들은 전부 화도 못낸 채로 내 눈치만을 살폈다.
모두가 상처받았지만 상처의 크기를 척도하자면 내가 제일 크리라 생각한 탓에 아이들은 화나는 감정도 슬픈 감정도 내 앞에서만은 감췄다.
그리고는 없었던 일인것처럼 내 앞에서는 루한의 이야기를 절대 꺼내지 않았다.

루한이 나갔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보단 나는 나에 대해 죄책감이 들었다.
나간것보다 왜 말을 하지 않았을까, 내가 못미더웠던걸까. 왜 떠나야했는지 나에게만은 말을 할 수 있던게 아닐까.
그리고서 내 마음속에 생겨난 감정은 섭섭함이였다.
루한과 나는 서로 사귀자는 말을 하진 않았지만, 공식적으로 누군가 고백을 하고 프로포즈를 한것도 아니지만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였다.
팬들과 맴버들 몰래 화장실에 숨어서 키스를 나누고 옷장속에서 몸을 섞고 방송을 할때마다 아무도 모르게 서로만의 신호를 보내고.

루한은 그 날 이후로 폰번호도 바꿔 버리고 sns 팔로우도 끊어버리고 한국에는 오질 않았다. 마치 아무 미련이 없는 사람처럼.
내가 루한의 근황을 알 수 있는건 오롯이 인터넷에 올라오는 중국방송 영상 뿐이였다.
루한은 잘 지내고 있는지 염색도 여러번 바꿔가며 세훈이와 둘이서 공연도 드라마도 찍으며 중국에서 거의 톱스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룹 내에 있을때는 그렇게 사이 나쁘던 둘이 이제는 어깨동무까지 하는 영상을 볼때마다 나는 마음 한 켠이 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주 옛날에 나와 함께 있으면서도 어깨동무를 하고 손을 만지고 허리에 손을 올리고 그랬었다.
나에게만 하던 행동들을 이제는 세훈이와 함께 한다는 사실에 나는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이미 내 손아귀에 녀석이 빠져나가 버린걸 알면서도 질투심이 나는건 어쩔 수 없었다.

군대 생활을 끝마치고 나서 다시 사회인이 되었을 때, 생각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나와 준면이에게 관심을 가져주어 신기했다.
이젠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돌 생활을 조금씩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아주 적당히 인기도 얻을 수 있었다.
이미 두번이나 맴버들을 보낸적 있는 아이들은 큰 상처를 앓은 탓에 예전보다 훨씬 더 독립적이고 약간은 멀게 느껴졌다.
그 날, 파티를 하다가도 술에 거나하게 취한 타오가 나와 준면이에게 형들은 안 떠날거지? 하며 물어오는데, 안 떠나 라고 단호히 말해주는 준면이의 태도에 녀석들은 모두 눈물 콧물 흘리며 울어댔다.
나는 말 없이 뒤에서 우는 아이들에게 휴지를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 앞에서 아이들은 루한과 세훈이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루한 형이 찍은 영화 내일 국내에서도 개봉된대.
가만히 술을 홀짝이고 있던 경수가 말했다.
중국에서 이미 대히트를 친 영화가 그 인기를 업고 한국에까지 개봉하게 되었다.
말해놓고서도 눈치가 보이는지 경수가 내 눈을 슬쩍 한번 바라보았다.
 
"보러갈까."
 
내가 직접 입을 열고서도 웃겼다.
보러갈까 라니.
내 말에 일동 경직된게 모두 당황한듯 했다.
 
"형, 그럼 저랑 같이 가요."
 
어색하던 분위기를 깨고서 레이가 자신과 같이 가자며 손을 들었다.
생각해보니 루한이 나가고서 유일하게 감정변화가 없었던게 레이였다.
나머지는 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아니 오히려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듯 했다.

영화는 진부한 로맨스였다.
그것도 마지막에는 여자와 남자가 헤어지게 되는.
모든 흐름이 예측 가능할 정도이지만 잔잔하게 연기하는 루한과 중국여배우의 호흡이 좋아 평점이 높은 영화였다.
대학생인 여자와 홍콩에 공부하러 온 베이징출신 유학생 루한은 우연히 카페에서 만나게 된다.
둘은 첫눈에 반해 서로 사랑을 나누게 되고 루한이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가면서 헤어지게 되는데 공항에서 헤어지는 마지막 장면이 특히 제일 감동적이여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정도라고 사람들 평이 자자했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거의 영화가 막을 내릴 끝물일 때, 레이와 둘이서 심야영화로 보게 되었다.
나와 레이가 루한의 영화를 봤다는게 알려지면 팬들 사이에서도 인터넷상에서도 시끄럽게 떠들어댈것 같아서 밤에 몰래 움직였다.
챙이 넓은 모자를 깊게 눌러써 아무도 알아볼 수 없게 하고서 영화관 안에 들어갔다.
어두운 불빛덕에 주변에서도 우리가 누군지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홍콩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여주는걸로 시작한 영화는 곧 필름이 빨리 돌아가며 캠퍼스의 모습을 비춰준다.
루한과 여자가 곧 만나고 서로 알콩달콩 노는 모습이 보여졌다.
서로 첫눈에 반한걸 알게되고 둘은 달달하게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루한이 출국해야하는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결국 공항에서 루한과 여자는 헤어지게 된다.

마지막 헤어질때, 여자가 먼저 공항을 떠나고 나서 루한은 오랫동안 아주 천천히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여자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루한은 아주 해맑은 밝은 미소로 웃어주고 여자는 그런 루한의 모습에 다시 앞을 향해 보고 걸어나간다.
여자가 공항을 나서면, 루한은 이제서야 뒤로 돌아서 울기 시작한다.
루한이 우는 장면이 끝나자, 예전에 캠퍼스에서 둘이 알콩달콩하게 놀았던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지막 과거를 회상할 때, 시험에서 망친 여자를 달래기 위해 루한은 온갖 장난을 다쳤는데 거기서 루한은 볼을 잔뜩 부풀리고서 한 손으로 엄지와 검지를 맞붙여 동그라미를 만든 후 눈 위로 올리고 다른손으로는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서 턱을 쓰다듬으며 내려갔다.
마치 한쪽만 안경을 쓴 볼 빵빵한 할아버지가 턱을 쓰다듬는듯한 웃긴 포즈였다.
웃긴 손동작과 얼굴에 여자는 언제 그랬냐는듯 환한 미소를 보이며 웃었다.
그리고서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갔다.

영화가 끝났을때, 나는 곧바로 전화를 들어 매니저 형에게 중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달라 말하고 레이도 뒤로 둔 채 공항을 향해 달려나갈 수 밖에 없었다.
뛰어가면서 어느새 말라버린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끔 나오기 시작했다.
 
 
 
 




















-

'공항 사진이 이게 다 뭐야. 진짜 타오 말대로 딱 미친개구리다.'


'민석, 한국에 있으면서 내 공항사진 다 찾아본거야?'


'굳이 찾아본건 아니고 인터넷에 다 뜨잖아.'


'에이, 찾아본거 맞으면서. 나는 민석 공항사진 맨날 찾아보는데. 민석 민석, 이 사진에서 내가 한게 뭔줄 알아?'


'...스파이더맨? 한손으로 안경 만들고 왜 한손으로는 턱 쓸어내려?'


'이거 타오한테서 배운건데. 보고싶다를 수화로 하면 이거래.'


'....'


'아, 그리고 이건 좀 쑥쓰러운데. 요기 볼 부풀린거 있잖아, 이건 내가 만든 수화야. 볼 빵빵하게 부풀린 빠오즈. 민석이 너. 그러니까 앞으로 내가 방송에서 볼 부풀리면 민석이 너 얘기하는 거고. 요런 포즈 지으면 보고싶다는 뜻이니까 당장 나한테로 달려와, 알았지?'

 

 

 

 

 

그렇게 너에게 다시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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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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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ㅠㅠㅠㅠㅠ뭔가 현실적인 리얼물이라서 울컥 랬어요실제로 저러지은 않았으면 좋겠어요 ㅠㅠㅠㅠㅠ 진짜 엔딩 크레딧 ㅠㅠㅠㅠㅠ 루한아 ㅠㅠㅠㅠㅠㅠ 앓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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