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심장과 악마의 눈물 (Angel's heart and devil's tears)
(부제:killer's destiny)
by.배이켜니
"찬열씨 부탁이네- 정말 이번이 마지막일세!"
"됐구요, 끊겠습니다"
"자..잠깐!! 그..그럼 돈은 자네가 달라는대로 줄테니 제발 부탁이네!"
"형 돈 달라는대로 준다는데 하는게 어때?"
"김종인 조용히해"
"칫- 알았어"
"찬열씨 정말...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제발..부탁이네"
"후우, 정회장님은 마지막이 몇번이라도 되시는가보네요, 이번이 정말 마지막입니다 한번더 부탁이고 뭐고 그러시면 정회장님을 먼저 보내드릴테니 기대하시죠"
"아..알았네! 그럼 돈은 얼마나"
"됐습니다, 돈따위 필요없습니다- 이번일로 서로 모르는 사이가 된다면야 돈 안받고도 감사하네요"
"그런 섭섭한 소리를..."
"장소와 시간은 가르쳐 드리지 않겠습니다- 소식은 뉴스에서 들으도록 하십시오"
들릴 대답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은채 끊어버린 사람은 찬열이었다. 본명은 박찬열으로 사람들 사이에서도 박찬열이라고 불리운다. 가명을 쓰는 킬러들과는 달리 그는 본명을 그대로 썼다. 킬러들은 당연히 가명을 쓴다고 생각할거라서 자신의 이름이 본명인줄 모를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찬열이 수장으로 있는 킬러조직의 이름은 killer instinct로 짧게 KI라고도 한다 뜻은 살육본능이라는 뜻을 가진다. 하지만 찬열은 킬러라는 이미지와는 조금 안맞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첫인상은 무척이다 차갑고 말한마디 걸기에도 벅차지만 막상 친해지면 있는 정 없는 정 고운 정 미운 정 자신의 모든것들을 주어버린다. 그러나 요즘은 자신을 컨트롤하려고 애쓰고 있기에 그 모습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게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킬러에게는 정 같은 동정따위는 있어선 안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종인은 놀란 입을 다물지도 못한채 끊어진 전화를 보고 망연자실해 있었다. 망울망울 눈을 돌려가며 뭐? 돈을 안받는다고..? 라며 계속해서 돈타령이다. 종인은 아직 그 방심하는 듯한 얼굴로서 사람을 속였다. 지금의 저 모습 속에서 다른 이면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날카로운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는 경수은 총알이 장전된 글록을 천헝겊으로 닦으며 철없이 구는 종인을 흘겨봤다. 똘망똘망한 외모와는 달리 이성적인 면에서는 찬열의 조직내에서 누구도 따라잡을 자가 없었다. 그리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찬열과는 달리 그는 늘 한바퀴 두바퀴 빙빙 돌려서 말을 했다. 말하는것도 늘 이해가 하지 않거나 어떻게 들으면 만화책, 동화책에 나오는 간질한 말이기도 했다. 그 옆의 찬열은 연신 제길거리며 정회장 늙은영감탱이라고 정회장의 뒷담에 대해 시끄럽게 이빨을 까고 있었다. 소파의 삑삑거리는 소리들이 거실안에 울리며 그들의 말소리에 함께 묻혔다. 소심히 소파 끄트머리에 올라앉은 그의 이름은 오세훈으로 쑥쓰러움을 많이 타고 낯을 좀 많이 가린다. 그도 약간 킬러와는 안맞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사소한 일에도 감동을 잘받고, 그만큼 또 상처도 쉽게 받는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찬열이 보호하고 있는 행색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그의....엉뚱함이랄까, 사고방식이 약간 다르다.
"경수형..그 총에 지금 총알 장전 되있는건 아니죠?"
"총에 총알을 넣어야지 그럼 뭐를 넣냐?"
뭐 이런식이다. 저걸로 자기네들끼리 쏘면서 죽일것도 아닌데 별걸 다 신경쓰고 고슴도치처럼 늘 바늘을 세우고 있다. 이들이 만난건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벌써 몇십년전이다. 또 그들이 만난곳은 다름아닌 보육원이다. 의지할곳은 서로밖에 없었고 그들은 어떻게 하다가 이길을 밟게 된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후회라는것이 없었고 지금하는 이일에 자부심도 가지고 있는것 같았다. 가질수 있는 직업이라고는 이런것들 밖에 없었을테니까 말이다.
보육원은 무슨 아동학대를 위해 만들어진곳 같았다.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상관없이 온몸이 상처투성이였고 보육원의 원장은 폭력적인 사람이었다.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리고 달려 여기까지 오게 된것이다. 지금도 나중에도 그리고 예전에는 그들에게는 서로에게 그들밖에 남지 않았다. 사실 찬열은 그들 말고 또 다른 가족이 있었다. 미혼모인 어머니가 돈을 벌러 가시면서 보육원에 맡겨두고 가신것이기 때문이다. 몇개월후 찬열의 어머니가 다시 찬열을 데리러 왔었다. 그래서 한동안 같이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교통사고로 가버리신 어머니때문에 결국 다시 보육원으로 들어가게 된것이다. 그때 찬열의 어머니가 남겨주신 유품은 검은 보석이 박힌 귀걸이었다. 그 귀걸이가 그녀의 어머니가 주신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이었던것이다.
"망할영감탱이, 진짜 누굴 단물빠진 껌으로 아나"
"형 그럼 이번일은 누가해? 난 돈 안받으니까 안할꺼다?"
종인은 또 시무룩한 표정으로 돈이야기를 하면서 글록을 매만지더니 옆주머니에 꽂았다. 찬열은 징그럽게 그놈의 돈이야기는 그만할줄을 모른다며 종인을 타박하다가 자신의 옆주머니에 꽂힌 글록을 들고서 말했다.
"이번일은 내가 해, 너희들은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저..정말?"
"세훈아, 넌 총만들면 이순신이 되면서 왠 내숭이냐- 생긴것도 남자고, 몸도 남잔데 행동하는 건 무슨 여자꼬꼬마야"
세훈이 입술을 쌜죽거리며 소파 끄트머리에 앉은 종인의 볼을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그 행동에 종인이 어깨를 으쓱하자, 세훈이 눈꼬리를 휘어접으며 씨익 웃어보였다. 여전히 말이없던 경수는 총을 다 닦은것인지 옆주머니에 꽂고는 소파에서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이번일 나도 따라가게 해줘"
"뭐?"
"나도 따라가게 해달라고"
"됐어, 나혼자면 충분해"
"그냥 느낌이 안좋아서 그래"
그 빌어먹을 느낌은 아닌듯 하면서 그렇게 잘 들어맞더니.. 경수는 그 말똥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더니, 확고한 눈빛을 찬열에게 보냈다.
"따라가게 해줘"
"알았으니까 그 빌어먹을 느낌소리는 집어치워"
경수는 희미하게 웃음을 띄우더니 방으로 들어갔다. 찬열은 거울 앞에서 자신의 귀걸이를 만지며 거울속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경수를 쳐다봤다.
* * *
"그럼 긴급 브리핑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건가!! 박실장!!"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회사안에 산업스파이가 있는것 같다?"
"박실장 그만하고 시작하도록 해요"
M&T그룹에서 획기적으로 준비했던 시스템이 얼마전 다른 그룹 J그룹에서 먼저 발표가 되었다. 막대한 손상을 입은 M&T그룹은 그 시스템이 발표된 어제 이후 긴급브리핑회의에 들어섰다. M&T그룹의 회장인 변창수는 심기불편한 얼굴로 가장 윗자리에 앉아 넘어가는 화면을 보고 있었다. 그의 오른쪽에 앉은 외동아들이자 M&T그룹의 이사인 백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글이 빽빽하게 써진 A4용지를 넘기며 밝게 띈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사실 이번 프로젝트는 백현이 맡았던 프로젝트로서 더욱 더 손해가 컸다. 빨라지는 말 속에 급하게 넘어가는 화면과 함께 그들의 브리핑은 거의 끝을 달리고 있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의 브리핑은 거의다 똑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더 큰것이 터지지 않게끔 그 시스템을 터뜨린 회사와 함께 손을 잡거나, 경찰에 산업스파이 신고를 하는것이다. 기업이라는건 어느 곳이든 뿌리는 단단하지 않다. 그저 썩은 뿌리를 내려 아슬아슬히 버티고 있다고 보면 될것이다.
"그래서 우리 M&T가 그룹 J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하는겁니까? 박실장?"
"지금으로썬 역시나 두가지밖에 없습니다, 경찰에 산업스파이 신고를...."
"그만 하세요 그런 뻔한 브리핑으로 지금 회사를 살릴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변회장은 그 빽빽한 글들이 적힌 A4용지를 책상 밑으로 내던지듯 떨어뜨리고는 박실장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아무말없는 박실장을 한번 쳐다보고는 변회장은 미간을 잔뜩 좁힌채로 책상을 내리쳤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오히려 너무 뜨거워 차가워진 표정이었다.
"회장님, 제가 다시 맡겠습니다 다시 한번만 믿어주세요"
"변이사, 지금 프로젝트를 이렇게 망쳐두고 뻔뻔하게 그런말이 나오나?"
아버지께서 내게 실망한것은 알지만, 나는 더이상의 방법도 이것을 지켜낼 힘도 거의 남지를 않았다. 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애원하듯 말했지만 일에선 냉정하신 아버지는 속이 들끓는듯한 표정을 하시고서는 한숨을 내쉬셨다. 그리고 나는 힘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모든 이사진들과 실장들의 눈이 내게로 쏠린듯 했다. 그리고,
-쨍그랑!
-탕!!!
귀고막이 파열해버릴것 같은 시끄러운 소리들이 나의 바로앞에서 울려 고개를 들자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거뭇죽죽한 피들이 내얼굴로 드리우고 아버지는 이내 내쪽으로 쓰러지셨다. 한순간에 퍼진 비명소리와 함께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회의실은 내게 추스릴 시간따위 주지 않았다.
"꺄악!!!!!"
"회장님!!!!!"
"아버지!!!!!"
아버지의 눈은 감길수 없을만큼 부릅 뜨여져있었고 동공은 풀린채 이미 제 힘을 다하지 못했다. 회색 양복위에는 산산조각이 나버린 유리조각들이 셀수 없을만큼 올라와 있었다. 손끝에 힘이 다 모여 움직일수 없어져 버린것처럼 내 손은 달달 떨려왔다. 떠진 눈 사이로 따갑게 눈물이 모여지는것 같았고 눈이 감기지 않아 아버지가 흐리게 보였다. 아니..눈물때문에 흐리게 보였던걸까,
목이 한쪽으로 꺽여진 아버지의 모습은 그렇게 내 두눈속에 무참히 박혀져 떠나가질 않았다 천천히 벌려지는 입가로는 아버지의 첫글자조차도 뱉을수 없게 몸의 신경들이 회로들이 멈춰버린것 같았다. 그리고 투욱 내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나는 깨진 유리너머로 시야를 넓혔다 그리고 검은 옷을 입고서 가방을 매고 건물 옥상을 빠져나가는 두명정도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내가 정신을 차렸을땐 이미 몸위로 하얀천을 덮고 계신 아버지가 보였다.
* * *
"새끼들이 수사하라니까, 밥쳐먹고 빨빨 기어다니네? 어?"
"죄송합니다 현재 파악 할 수 있는 방도가 아무 것도 ㅇ"
"집워치워! 특별수사팀 만들어 달라고 해서 만들어줘, 인력 보충 해달라고 해서 인력 보충 해줘, 예산 부족으로 팀이 안 돌아간다고 해서 예산까지 미뤄줘, 근데 뭐? 아직 조직 이름도 몰라? 장난하냐 새끼들아!!!"
"....."
"김준면 아이 새끼야, 니 이름에 걸린 그 옛 명성 같은거 뒤쫓지마- 이미 니 명성 같은건 바닥에 나뒹군지 오래야"
검사부장은 준면의 이마를 툭툭 기분 나쁘게 밀며 독설을 내 뿜었다. 자존심이 건들리는 것을 죽어도 싫어하는 준면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요즘 판을 치고 다니는 킬러조직이 있어 특별수사팀까지 꾸렸지만, 전혀 소득이 없었다. 아직 조직의 이름도 못 알아냈으니, 이렇게 혼나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욕을 댓발로 불며 나가는 검사부장에게 꾸벅 인사를 하는데 순간 특수팀에서 자신을 믿고 따라와주고 있는 형사들과 검사동료들이 생각났다. 하얗게 질려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쥐어진 주먹을 옆 테이블에 쾅! 하고 내려친 준면은 넥타이를 거칠게 풀러냈다.
"씨발, 잡히기만 해봐라 진짜- 다 조져버릴테니까"
중심이 실린 걸음으로 돌아와 특별수사팀의 문을 열었다. 그리곤 쏟아지는 질문들을 모조리 씹어버리고는 준면이 소리쳤다.
"그 새끼들 다 잡아버리자고!"
"검사님, 부장님한테 완전 쪼이셨죠?....우리 부장님"
"주둥이 좀 닥치세요- 키보드로 이빨 갈리기 싫으면"
그 곱상한 외모에 저렇게 험한 말을 해대니, 오히려 언발런스한 그 모습에서 카리스마가 넘친다며 형사들과 검사들은 그를 믿고 따랐다. 그때,
"김검사님 방금 연락이 왔는데요! 저번 킬러들과 비슷한 상황에 저격을 당한 사건입니다"
"뭐?! 거기가 어디야?!"
"M&T그룹 회장이 저격으로 암살당했다고 합니다"
순간 준면의 표정이 바뀌었다. 자신과 터울 없이 지내는 후배 백현의 그룹이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