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인은 깊은 물에 잠식하는 느낌에 눈을 감았다. 폐부에 들어차는 물과 갑갑하게 조여 오는 숨통이 위태로웠다. 손을 뻗어도 허공의 차가움이 없어 점점 가라앉았지만 어느 누구 하나도 손을 뻗지 않았다. 무관심, 폭력. 그 틀에 묶여 빠져나가지 못하는 제 모습이 안쓰럽기도, 바보 같기도했다. 만약 내가 이 모든 전체의 가해자와 방관자 둘 중 하나였다면. 비열하게 웃고 있었을까, 안쓰러워 울고 있었을까. 어느 누구도 답을 짚지 못한다. 종인은 웃거나, 울거나 두 개의 답 모두 바라지 않았다. 그저 이 기나긴 사막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만약 가해자와 방관자 둘 중 하나였다면 종인은 그 근처에도 다니지 않았을 것 이었다. 사막 끝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느낌이 일었다.
사하라의 끝
종인은 기나 긴 여행 속에 지쳐 있었다. 등에 가득 찬 땀은 온 몸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답답했지만 물에는 들어 가고 싶지 않았다. 이미 물에 갇혀버린것처럼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종인아, 종인아. 어디선가 메아리처럼 울리는 목소리에 종인이 어둑한 제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순식간에 손을 휘어잡는 악력에 몸을 짓누르고 있던 무언가에서 빠져나온것 같았다. 이상한 소독약 냄새가 나고, 속이 울렁였다. 마치 먹을것이 없어 사막의 더러워진 작은 오아시스의 물을 모두 다 먹어 치워버린 것처럼 자꾸 그랬다.
김종인.
희미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꽤나 묵직해서 조금 놀랐다. 눈 앞에 다가오는 소년은 검은 반팔 티 하나를 걸치고 있었다. 모래를 한 줌 쥔 소년이 씩 웃었다. 내 이름을 알아요? 질문이 목울대를 타고 거꾸로 넘어갔다. 날리는 먼지에 제대로 입을 열수가 없었다. 아직 이곳에 온지 별로 안됬죠? 햇빛이 쨍쨍한 사막에서 하얀 소년이라, 말도 안되는 설정이었다. 요즘 사막에서는 썬크림도 파나? 소년의 두툼한 입술이 또 다시 열렸다.
나는 오세훈이라고 해요. 다른 이야기들은 차차 하죠.
TV에서 나오던 사막인들과는 다르게 그는 잘생겼고, 하얬다. 오세훈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더운 운동화를 신고 있는 저와 달리 세훈은 하얀 발로 사막을 걸어가고 있었다. 덥지 않아요? 웃으며 물어오는 세훈에 종인이 제 머리카락 사이에 손을 비집어 넣고 털었다. 별로 안더워요, 춥기는 한데. 그럴거예요, 여긴 종인씨가 생각한 곳보다 훨씬 차가워지고, 뜨거워지니까.
이곳은 정상적인 곳이 아니예요.
확실히 정상적이지 않아보였다. 낮에는 차갑고, 밤에는 뜨거웠다. 또, 낮과 밤은 1시간 간격으로 자꾸 뒤바뀐다고 했다. 무슨 이런 곳이 다 있지. 종인이 작게 내뱉은 말에 세훈은 두텁고 큰 천을 종인에게 내밀었다. 항상 챙겨 다니세요. …. 감기, 걸리니까.
자정으로 시작해서 낮과 밤이 1시간 간격으로 4번씩 바뀌고 난 뒤에는 온통 어두워지고 주위가 차가워져요. 말 그대로 종인씨 나라의 계절 중에 ‘겨울’과 비슷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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