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 "
잘못 들은거겠지, 처음보는 사람한테 할 부탁이 있고 안 할 부탁이 있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걸 들어줘야하나 말아야하나 하는 고민이 있었다. 이런 부탁일 줄이야 생각도 못했고 우물쭈물거린 이유를 알았다. 한편으로는 처음보는 사람한테 부탁할 정도면 시급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 역시, 어렵겠죠? "
" 아, 아니요! "
미쳤다, 남우현. 푹 쳐진 그를 보자마자 아니라며 소리쳤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냥 아니라고 외쳤다. 이렇게 된 이상 도와줘야겠지. 아니라고 말하자마자 고개를 들고 눈을 크게 떴고 아예 도와드릴 수 있어요! 하고 못을 박아버리자 그제서야 방긋 웃어보였다.
"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
" 그냥 일주일 후 정도에 여자 한명 만나서 저 결혼 못시킨다고, 게이라고 말해주세요. "
" 그러면 끝이에요? 내가 애인이니까 결혼 못 시킨다고? "
" 네. "
" 아, 뭐야. 쉽네─ "
씩 웃으며 얘기하자 잠깐 멍 하게 있다가 같이 씩 웃어보였다. 그정도쯤이야 금방 도와줄 수 있는데 괜히 우물쭈물하는 그가 귀여웠다. 그러면서도 생각해보니 이름 하나 나이하나 모르는게 어이없었고 속이려면 제대로 속여야겠다 싶어서 이름같은거 알아야겠죠? 하고 웃어보이자 아, 맞다! 하고 손바닥을 짝 맞댔다.
" 음, 일단 전 남우현, 나이는 스물 다섯이구요. 그냥 직장 다니고─ "
" 아, 저는 김성규예요. 나이는 우현씨보다 한살 많고 직장은 안다니고있어요. "
" 아, 형이었네. 말 편하게 해요! "
" 그, 그래. 너도 편하게 해! "
" 음, 뭐라고 부르지? 규형? 그래, 규형이 좋겠다! "
방긋 웃으며 규형! 하고 부르니 똑같이 생긋 웃어보인다. 형일줄은 몰랐는데 막상 형이라고 하니 또 형같이 보이는게 꽤나 신기했다. 그런데 나이도 나이일텐데 왜 굳이 결혼을 안 하려고하는지 궁금했다. 눈치없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살짝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 나 진짜 게이거든, 지금은 애인 없는데. "
" 헐, 진짜로? "
" 응, 근데 애인이 없으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 그래서 그런거지. "
" 그렇구나… "
고개를 몇번 끄덕거리고선 벌떡 일어나 짐 덩어리를 집어 내 방으로 질질 끌고 들어오니 나머지 한 덩어리도 형이 질질 끌고선 방 안으로 들어온다. 아, 방 안 치웠는데.
엄청 어질러져있는 방을 보며 성규형이 한번 기겁하더니 짐을 내려놓고선 쓰레기들을 집어 한 품 가득 넣더니 근처에있던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괜히 미안해져서 머리를 긁적이며 성규형의 짐을 열어 정리를 하려고 하자 잠깐만, 내가 할께! 하고 다다다 달려왔다.
" 어, 그럼 옷은 저기 네번째서랍 비었으니까 넣고 칫솔같은거는 욕실에 넣고 정리 다 되면 나 불러! "
" 응, 금방 하고 나갈께. "
조물조물 옷 하나하나 꺼내 곱게 개서 서랍안에 넣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어보이고 주방으로 걸어갔다. 오늘 한번 솜씨좀 발휘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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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을 격하게 원하던 그대들 덕분에 한편 쪄왔어요 다음편도 있지만 그건 저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