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2010년 4월의 어느 봄 날.
우현은 책상에 턱을 괴고 아침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런 날씨에는 밖에 나가서 뛰어 놀아야 되는데.‘
우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때, 교실 앞문이 벌컥 열리며 담임선생님이 들어왔다. 하지만 우현의 눈은 담임선생님이 아니라 그 옆에 불량한 걸음걸이로 따라 들어오는 남학생에게 꽂혀 있었다.
날카롭게 찢어진 눈에 교복도 불량하게 갖추어 입은 그 남학생은 삐딱하게 서서는 교실을 한 번 쭉 둘러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무관심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우현과 눈이 마주쳤다. 우현은 그런 남학생을 무시하고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게 우현과 성규의 첫 만남이었다.
“성규는 저기 맨 뒷자리 우현이 옆에 앉아라.”
짤막하게 성규를 소개한 담임선생님이 그렇게 말하자 우현은 표정을 잔뜩 찌푸렸다. 제 한 몸 간수하기도 힘들었던 우현에게 성규의 첫인상은 골치 아픈 짐짝. 그 뿐이었다. 전학생과 짝이 되면 일일이 다 챙겨줘야 한다는 편견은 모두가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현도 그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런 성규가 귀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현이 생각했던 것보다 성규는 우현을 성가시게 하지 않았다. 매 수업시간마다 교과서는 꼬박꼬박 펴 놓았지만 그 교과서는 이내 성규의 베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6교시 내내 점심도 거르고 성규는 잠만 잤다. 우현은 성규가 실은 곰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아니면 집이 없어서 저녁 내내 지하철역에서 잠을 설치는 노숙자 이거나. 하지만 이건 아닐 듯하였다. 성규가 메고 다니던 가방, 소지품 등만 보아도 부잣집 자식임에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밤에 무얼 하길래 맨날 학교에 와서 잠만 자는 것일까. 우현은 깊이 생각해보다가 이내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여 얼른 잊어버리곤 하였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성규는 이제는 안대까지 가져와서 본격적으로 잠을 청하기 시작했고 우현은 그런 성규의 존재를 차차 무시하기 시작했다. 한달동안 성규와 한 마디도 나누어 보지 않았으며 그럴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교과서 안 가져 온 사람 일어나라.”
수학 선생님은 준비물에 민감한 성격 탓에 학생들을 귀찮게 만들었다. 학교에서 나름 모범생 취급을 받는 우현은 누구보다 점수에 민감했다. 하루라도 책을 안 가져 오면 가차 없이 벌점을 매겨 버리는 수학 선생님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에 늘 수학책은 빼먹지 않고 챙기던 우현은 자신의 가방을 뒤지다가 수학책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온 것을 기억해냈다. 우현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안 가져 왔냐?”
우현의 앞자리에 앉아있던 남학생이 비웃듯 그렇게 물었다.
“닥쳐.”
우현은 남학생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때까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기에 더 당황했다. 이번 학기는 성적을 잘 받아야 된다고 엄마가 으름장을 놓아두었던 터라 더 민감했던 시기였다.
“안 가져 온 사람 없나?”
우현은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우현의 내적 갈등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였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성규가 자신의 교과서를 우현의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의자를 끌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현은 놀란 얼굴로 성규를 올려다보았다. 수학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성규를 잠시 바라보다가 성규의 이름에 체크했다. 수업 시간마다 잠만 자서 성규의 얼굴을 익혀두었던 듯 했다. 성규는 다시 자리에 앉아 빈 책상 위에 엎드렸다. 우현은 여전히 멍한 얼굴로 성규의 뒷통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성규는 수업 시간이 끝날 때까지 손가락 한 번 까딱하지 않은 채 잠이 들었다.
우현은 성규의 그런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그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하지만 성규는 여전히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우현은 말없이 교실을 나가 친구들과 급식을 먹고 나서는 매점에서 빵 하나와 초코우유 하나를 사들고 와서 자리에 앉았다. 성규는 아까 우현이 나가기 전과 똑같은 자세로 잠을 자고 있었다. 우현은 검지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성규의 어깨를 건드렸다. 성규는 우현의 미세한 건드림에도 용케 잠에서 깬듯하였다. 성규는 부스스한 얼굴로 우현을 바라보았다. 우현은 자신이 사 들고온 빵과 우유를 성규에게 건넸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성규는 멍하니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우현은 민망함을 무릅쓰고 성규에게 말했다.
“아까 고마웠어.”
성규는 그런 우현의 말을 듣고 바람 빠지는 소리로 픽 웃었다. 우현은 갑자기 부끄러움이 확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시..싫음 말어!”
우현이 막 그것들을 다시 가져가려고 하자 성규는 우현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누가 싫대? 내놔. 내꺼잖아.”
“...뭐?”
“니가 나 주려고 샀으니까 내 꺼지.”
성규는 씨익 웃으며 그것들을 우현의 손에서 뺏어서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그리고는 잡고 있던 우현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우현은 손목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방금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짧은 시간동안 수없이 후회했다. 우현은 혹시나 자신의 얼굴이 빨개졌을까봐 얼른 창문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성규는 빵 봉지를 뜯으며 그런 우현을 흥미롭다는 듯 쳐다보았다.
“너 귀 빨개졌다.”
“뭐래...더워서 그래.”
“추운데.”
“난 더워! 원래 더위 많이 타거든?!”
“그래? 그럼 말고. 야, 다음부터는 소세지 빵으로 사와.”
“그냥 쳐먹어...”
우현이 바라본 창밖 운동장에서는 학생들이 시끌벅적하게 뛰어 놀고 있었고 그들 옆에는 그들을 구경이라도 하듯 벚꽃이 만발해 있었다. 4월의 따스하고 설레는 봄날. 그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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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현실에서의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구요.
앞으로 얼마동안 과거 이야기를 쓸거예요...
너무 슬픈 것만 쓰니까 분위기가 우울해져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봄느낌이나 내볼까하고^6^
여러분, 제가 일일이 답글 달아주지는 않지만 독자님들 댓글 하나하나 다 읽어보고 있어요
댓글 하나하나가 저에겐 큰 힘이 된답니다 ㅠ^ㅠ
사랑해여.........(거절은 거절한다)
부족한 작품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연재할게요.
그럼 안녕히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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