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그냥 날 놓아주면 돼 04
매일 아침 눈을 떠 밖으로 나오면 언제나 그가 있다.
눈을 뜨고 눈을 감을 때까지, 쭉 그와 나 단 둘만이 유일하다.
밀려오는 파도를 보다 나를 부르는 그에게로 시선을 돌리면 그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이내 그는 내게도 달려와 하얀 조개껍데기를 손에 올려 준다.
“저기 꼬맹이가 누나 프리티 하다고 선물로 주는 거래요.”
“너가 보기에는 아니야?”
“물론 내가 보기에도 예쁘죠.”
“말로만?”
그는 씨익- 웃어 보이다 이내 내 볼에 입을 맞췄다,
놀란 내 표정을 보고도 그는 여전히 웃고 있다.
그를 보며 나도 따라 웃어버리곤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동안 누나 맘대로 했으니까 이제는 내 맘대로 할래요.”
“맘대로 하고 싶은 게 뭔데?”
“지금 말해주면 재미없어. 그리고 나 이제 존대 안 할 거야.”
“김태형, 까불지.”
“나 애처럼 다루는 거 싫어. 나도 스물일곱이야. 애, 아니라고.”
웃음이 사라지고 그의 얼굴에도 진지함이 묻어난다.
저 얼굴을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만 봤지 이렇게 현실에서 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언제나 장난기 가득하고 아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평소의 그와 사뭇 다르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는데?”
“그냥 내가 하자는 대로만 하면 돼. 일단 내 손잡고 걷자.”
손을 다시 고쳐 잡고선 이내 깍지를 껴 온다.
그와 함께한 지난 1년이라는 시간동안 이렇게 손을 잡는 건 처음이었다.
김대표의 눈치나 사람들의 이목을 신경 쓰느라 한 번도 선을 넘은 적이 없었다.
그런 나와 그 사이에 더 이상 눈치 볼 대상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이곳에서 우리는 자유다.
잡은 손을 살며시 놓은 그가 이내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한 번 쯤은 이렇게 해보고 싶었어. 한국에서는 나도 너도 신경 써야 할 눈이 너무 많았잖아.”
그가 내 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전에 없던 진심이 한가득 묻어난다.
언제나 내게 최선을 다했던 그였지만 지금처럼 자신을 숨김없이 모두 보인 건 처음이었다.
그를 알면 알수록 점점 더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고마워 태형아.”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처음이었어. 누군가가 나를 살아가게 만드는 건.”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살아줘. 그래야 어디 있든 내가 널 볼 수 있지.”
그와 입을 맞춘 건 충동이었다.
아니 어쩌면 본능이었고 서로를 향한 마음이었을 거다.
지는 노을에 우리의 모습도 아름답게 빛나기를 바랐다.
*
해변에서의 일을 이후로 그는 내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온 후에는 소파에 앉은 내 옆으로 와서는 뚫어져라 나를 보거나 손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왜 그렇게 봐?”
“꿈같아서.”
“꿈 아닌데.”
“꼭 금방이라도 깰 꿈처럼 실감이 안나. 이렇게 다정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가 앉은 쪽으로 돌아앉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가 손으로 향했던 시선을 들며 나와 눈을 맞췄다.
“돌아가기 전까지 후회 없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같이 자. 같은 침대에서 눈을 감고 뜨는 순간까지 뭐든 같이 해.”
그의 제안에 우리는 하나의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밤새도록 우리는 서로에 대한 이야기로 쉽게 잠에 들지 못했고 그는 내게 팔베개를 해주며 등을 토닥거렸다.
이곳에 온 이후론 안정제든 수면제든 입에 댄 적이 없다.
온전히 그와 함께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내겐 큰 위안이 되는 듯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없는 내 삶을 상상할 수가 없다.
*
그날 이후 우리는 매일 함께하며 같은 침대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은 채 빠르게 흘러갔고 이제 일주일 남짓, 그와 함께할 날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
“탄소야.”
요즘 들어 잠이 많아진 탓에 오늘도 그가 먼저 일어나 나를 깨웠다.
쉽게 떠지지 않는 눈에 이불 속을 파고들어 보지만 그는 나를 쉽게 봐주지 않았다.
“왜 이렇게 못 일어날까?”
“계속 잠이 와.”
“그래도 일어나야지. 쇼핑 가자며.”
그와 쇼핑을 가자고 약속한건 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쏟아지는 잠을 이길 방법이 없었다.
느릿하게 깜빡이는 눈을 부릅뜨자 그가 웃으며 나를 안아들고선 거실 소파에 올려둔다.
“잠 좀 깨면 씻으러 가. 그렇다고 다시 자지 말고.”
그가 내 옆으로 와 손이며 볼을 만지작거리며 잠을 깨워보려 애를 썼다.
결국 그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했다.
그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나를 욕실로 밀어 넣었다.
샤워를 다 끝낸 후에야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하는 수 없이 샤워가운을 걸치고 나오자 그가 나를 보고 놀라 들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왜 그렇게 놀라?”
“왜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와?”
“내외해야 해?”
“아니, 뭐 그런 건 아닌데……. 아니, 왜 그러고 나왔어?”
“네가 나 막무가내로 밀어넣었잖아.”
“그래도…….”
“그럼 네가 가져다 줄 거야?”
“아, 얼른 들어가서 옷 입어.”
부끄러워하는 그를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와 준비를 하고 나오자 그가 그제야 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아까와 달리 그도 준비를 마친 듯 평소의 편한 모습이 아닌 깔끔한 차림을 하고서 나에게 손을 뻗었다.
“근데 우리 어디 가는 거야?”
“너 시계 사주려고. 선물은 항상 나만 받은 것 같아서.”
“나는 진짜 바라는 거 없다니까?”
“내가 주고 싶어서 그래. 선물이니까 기쁜 마음으로 받아줬으면 좋겠어.”
한사코 거절하는 그에게 선물하려던 시계를 안겨주곤 웃어보이자 그 또한 같은 라인의 여성용 시계를 찾았고 결국 같은 시계가 내 손에 들어왔다.
“서로가 서로한테 선물한 첫 커플 시계니까 잘 간직해. 알았지?”
“어련하시겠어요. 나만 사주려고 했는데.”
“너 만큼은 아니라도 나도 이제 충분히 능력되니까 사주는 거야.”
그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처음으로 누군가와 커플이란 이름의 같은 무언가를 가지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게 이렇게 가슴 뛰는 행복한 일인지 너무 늦게 깨달았다.
그를 알게 되고 이렇게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그와 함께하고 사랑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오늘은 정말 이른 시간에 온 웨이콩입니다.
하지만 어제에 비하면 분량이 좀 짧은 듯 합니다 엉엉
좀 이따 친구가 이사한 집에 가보기로 해서 지금이 아니면 시간도 없고
내용을 덧 붙이자니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여기서 마무리 짓고
내일 좀 더 가져오기로 결심했습니다!
다들 태풍이 온듯한 비 바람 가득한 월요일 어떻게 보내셨는지 모르겠네요ㅜ
제가 사는 지역은 오늘 진짜 태풍 같았습니다
여전히 비도 오고 바람도 불지만 낮에 비하면 소강상태 같아요
아무튼 여러분 내일 다시 뵈요!!
+암호닉+
자색고구마라떼
여름
단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