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타임 스퀘어는 바쁘다. 각자의 사업에 골몰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끝없이 교차되는 곳. 그런 지나칠 정도로 복잡한 공간 속에서는 오히려 느긋한 누군가가 눈에 띄기 마련이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홀로 뒷짐을 진채 느릿하게 걷고 있는 그가 눈에 띈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였다. 살짝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무채색 그림 속, 혼자만의 색을 띄는 무엇이였다. 차림새는 깔끔했다. 남색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흰 면티에 베이지색 바지 차림이였는데, 보아하니 대학생 정도 되어 보인다.그러나 솔직히 그가 눈에 띈 이유는 한국인이 아닐까 싶어서였다. 경수는 뉴욕이 처음이다. 마냥 막연하게 예전부터 꿈 꿔 오던 뉴욕에 오려고, 무려 2년동안이나 아르바이트를 했고 이곳에 오고야 말았다. 그런데 막상 혼자 여행을 시작하려 호텔에서 나오고 나서부터 완벽한 혼란에 빠진 것이다. 사실 2년 동안 돈은 애써 모으긴 했으나 아르바이트 하느라 시간이 없어 여행 계획을 짜고, 알아보고, 할 시간이 마땅히 없었다. 그저 쉬는 시간에 핸드폰으로 잠깐잠깐 알아보는 것뿐. 호텔 예약도 겨우겨우 해낸 경수였다. 단지 경수는 한국을 벗어나, 현실을 벗어나 환상에 살고 싶었다. 그에게 환상은 뉴욕과 맨하튼이었다. 어릴적 누나의 어깨 너머로 본 드라마,영화에서 비춰진 그 곳은 말 그대로 꿈에 그리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웃고 떠들고 즐기는 화려한 그곳에서의 생활을 꿈꿨었다. 그러나 현실은 각종 street에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지도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 경수였다. 결국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길을 나섰다. 무슨 용기인지는 몰라도 지도까지 고이 접어서 가방에 넣고 꽤나 당당하게 걷기 시작했다. 길을 잃기야 하겠어. 라는 마음이였다. 그러나 내심 고대하던 여행을 망치게 될까 두려운 것도 사실이였기에 뉴욕에 대해 물어볼 한국 사람이라도 나타났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이곳을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어디부터 가야 좋을지 조언이라도 구해볼 생각에. 외국인도 괜찮았지만 공항에서 영어로 애먹은 것만 생각하면. 경수는 혀를 내둘렀다. '뉴욕에 한국 사람도 당연히 있겠지? ..나타나라, 제발!' 그렇게 42nd street에서 한참을 걷다가 우연히 타임 스퀘어가 횡단보도 건너 보일 때쯤 그가 눈에 훅 들어온 것이다. 조급한 마음에 경수는 살짝 멀리 떨어져 있는 그에게 말을 걸기로 마음 먹었다. 경수는 백팩을 한번 힘차게 고쳐맨 뒤 그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혹시나 쌩까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돌아설까도 생각했지만 경수는 요번 여행을 정말 망치고 싶지 않았다. '흠흠, 실례합니다.' 살짝 앞서나간 다음 그에게 말을 걸었다. 어색한 헛기침은 괜히 했나보다. 경수의 말에 웃고 있던 그의 표정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바뀌었다. 멍청했다. 혹시라도 한국 사람이 아닐 경우에 대비해 영어로 한국인인지 먼저 물어볼껄. 아차 싶은 것도 잠시 그는 멈춰섰고 경수도 따라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시작은 했지만 어떻게 물어봐야하는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어디가 뉴욕에서 제일 좋으냐고 이렇게 물어보면 되는데 경수는 '어..음..'하면서 당황만 하다 그를 그냥 보내주기로 마음 먹었다. 쌩판 모르는 사람에게 시간을 뺏는 것 같기도 했고. ' I'm sorry. Never mind.' 신경쓰지 말라는 말을 하고 경수는 살짝 목례를 했다. 그를 등지고 돌아서서 걸었다. 살짝 허탈하고 창피한 마음에 잰 걸음으로 걷다가 주변을 보니 마침내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타임스퀘어가 눈 앞에 있다. 경수는 가방끈을 부여잡고 고개를 높게 치켜든채 전광판을 구경했다. 마치 도시에 상경한 시골 사람처럼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경수의 시야의 익숙한 얼굴이 쓱 들어온다. 아까 그 사람이다. '전광판 보려고 뉴욕 왔어요?' '네?' '전광판 보려고 뉴욕 왔냐구요' '그건 아닌데..' '그럼 따라와요'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한국인이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할 새도 없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경수 뒤로 가서 등을 밀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밀리는 경수는 이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곰곰이 생각하다, 어이가 없어 휙 돌아섰다. 한참 밀던 그는 아까와 같이 놀란 표정으로 다시 경수를 쳐다봤지만 왠지 어딘가 모르게 신이 난 표정이다. 무모하고 바보 같았던 아까의 자신의 행동에 이때다 싶어 수작을 거는 사기꾼일지도 모른다. ' 지금 어디로 가는 거에요?' ' 아마.. 진짜 뉴욕?' 들 뜬 모습의 그는 흡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 같았다. 나를 이상한 구멍으로, 설마, 할렘? 갖은 이상한 상상으로 머리가 요동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상한 상황이다. 한국에서 적어도 9000km 넘게 떨어진 뉴욕 한복판에서 서로 이름도 모르는 한국 사람과의 이런 대화. ' 제가 어떻게 그쪽을 믿구요.' ' 아까는 어떻게 믿고 말 걸었는데요?' ' 아까는...' ' 아, 그러고 보니까 그쪽 이름도 모르네? 좀 걸으면서 얘기할까요?' 뭔가 말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통성명을 하자니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경수는 목소리를 한번 가다듬고 본인에 대해서 얘기했다. 이름은 도경수고 22살이고 한국에서 왔으며 뉴욕은 처음이고 아까는 너무 멘붕이여서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너무 민폐일꺼 같아서 관뒀다 하는 얘기까지. 한번 얘기하기 시작하니까 생각보다 편안하게 얘기를 하는 경수였다. 그리고 상대도 추임새는 없었지만 흥미롭다는 얼굴로 계속 경수의 얘기를 경청했다. 얘기하다 보니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경수는 그에게 본인 소개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 음, 21살. 뉴욕대학교 비즈니스 스쿨 1학년. 맨하튼 거주' ' 이름은?' ' 김종인이요.' 김종인, 입 속에서 되내였다. 며칠 안 있을 뉴욕이지만 그래도 그동안만큼이라도 같이 있을 것 같은 기분에 단단히 머리 속에 기억해 놔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종인, 김종인. 이름을 말한 종인은 그 뒤로 뭐라고 덧붙인것 같았지만 지나가던 흥분한 관광객들의 높은 소리들에 묻혀 듣지 못했다.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나중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더 쓸지 안 쓸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한번 써봤어요 ㅋㅋㅋ 혹시 이 글 보신분 계시면 감사합니다!!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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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아프고 친척 돌아가셨는데 내가 못봐서 힘들다 해서 화났는데 내가 잘못한거지?


